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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평점 :
초등 학교 5학년. 우리 집 어린이가 변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 딸. 혹시 외로울까 되도록이면 같이 놀아주고 조금이라도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 주말이면 공원에 박물관에 체험 축제 등에 많이도 데리고 다녔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정말 아기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한눈판 사이 부쩍 키가 커진 만큼 ‘아이’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라 버렸다. 그러면서 좋기만 했던(아빠만의 생각일지도 ㅠ ㅠ) 부녀 종종 갈등이 생긴다.
‘갈등’이 맞다. 예전에는 그저 일 방향적인 훈육의 차원으로 잘못한 것을 혼내고.. 달래고.. 그런 과정이었는데
이제는 동등까지는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 이다.
아직은 부모가 '강압'을 통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게 아이에게는 불만과 고민과 억울함으로 쌓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이렇게 아이와 말다툼을 하고 나면
"아이고 이제 시작하는 건가? 벌써 사춘기 인가?"싶어 두렵기도 하고
"아니지 그러기엔 아직 어리지…’삼촌기’ 정도가 아닐까" 하면서 그냥 슬쩍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됐다. <요즘 아이들의 마음고생의 비밀> 아동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성장학교 별’이라는 치유형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활동 중인 김현수 님이 현장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들은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우리들(어른들)이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 책이다.
주로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곧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가진 나에게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난 이 말을 처음 들어봤다. ‘이. 생. 망’ . 이번 생은 망했어!
골프 칠 때나 농담으로 '아이고 이번 생에 싱글을 틀렸어' 하곤 했는데
아이들에겐 이 말이 그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얼마나 무섭고 슬픈 말인가.
희망이 없는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비참한 것은 없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런 말을,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우리 때 (70~80년대)와는 얼마나 다른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성장통'이라고 하는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요즘 애들은 과거의 우리들과 무엇이 다른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인 기본 정서는 포기, 체념, 단념이란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저질 자본주의, 이기주의, 자본 계급화(금수저론)로 성공의 희망을 잘라버린 사회 시스템
무조건 열심히, 성공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
인터넷과 스마트폰, 글로벌 사회에서 다양성을 배제한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
삶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수학공식, 영어 단어들로 줄 세워지는 성적 지상주의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것 같은 권력자가 부자들만을 위한 공정하지 못한 사회
내 가정만, 내 아이만, 나만 괜찮으면 되라는 이기주의로 인한 경쟁 강요
이유는 많을 것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그래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진심일까?
그저 ‘하긴 공부하기 힘들지’, ‘학교 폭력도 문제야’,'스마트폰에 애들이 중독돼서 큰일이야', '다들 학원에 보내니 놀 친구들도 없고 스마트폰 아니면 놀 공간도 없지' 그래 고생 많아.. 쯧쯧~ 한 후에는 여지없이
"그런데 말이지 얘들아~~ "하면서 '꼰대력'이 발동한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다 적당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어, 누구나 다 한 번쯤 하는 고민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시간이 지나면 다 약이 되는 거야. 너 할 일만 잘하면 돼, 할 건 하면서 고민해. 네가 할 건 공부야. 공부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하니. 너희들이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하는 어른들의 고생을 알아? 나도 다 예전에 겪어 봤어, 우리 때는 더 했어.라는 식으로

나 역시 공범이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아이의 꿈을 듣고 ‘뭐 가수? 연예인은 아무나 하냐?’ 식으로 비웃기도 하고, 목소리만 친절하게 ‘숙제는 했냐? 일기는 썼냐?’ 점검과 압박을 강요하는 대화로 시작한다.
작은 실수에 목소리를 높이고 짜증을 내며 ‘넌 도대체 왜 이렇게 못 알아먹느냐’면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비수 같은 말들을 내뱉기도 한다.
틈만 나면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게 꼴 보기 싫어서 ‘오늘 얼마나 했어? 맨날 그렇게 핸드폰만 보면 ‘압수’야’ 협박하기도 한다. 이 책을 보기 이게 최악이라던데.... 그게 나였구나 ㅠㅠ
그러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청소년 들의 문제를 그냥 ‘남의 아이’ 보듯이 안쓰럽고 걱정되고 사회는 왜 이 모양이야 투덜거리면서 지나쳤다. 내 문제는 아니라는 듯이,......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6가지 방어적인 삶의 방식을 취하게 된다고 한다.
순응하는 삶 : 꿈 없어 그냥 부모가 사회가 시키는 대로 좀비처럼 살래
무기력하게 지내는 삶 : 무기력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은신 중
자해하는 삶 : 그저 힘들다. 끝내자 ㅠ
중독되어 사는 삶 : 중독의 원인은 ‘공허’이다.
은둔하는 삶
비행을 일삼는 삶 : 어차피 망한 거. 복수할 거야
우리 때와 지금의 아이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나 역시 대학입시 전쟁 통을 겪었다, 가난한 부모님은 자식 잘 되는 게 그분들의 지상과제였다. 친구들 사이에게 왕따도 있었고, 학교 폭력의 강도는 더 높았다. 학창시절 뭐 할지 내내 고민했고, 졸업 후 진로 걱정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도 일단 살아가고 있다.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핵심이다)
저자는 부모 시대와 아이들의 시대의 차이가 혹시 '희망'의 여부가 아닐까 이야기한다.
부모 시대는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도' 있다는 '희망'을 프레임이 있었다.(독재 정권과 권력자들의 농단에 놀아나는... 무지했던 걸 수도 있다)
한편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더 촘촘하고 정교하게 짜인 불평등과 저질 자본주의 속의 계급화, 양극화 현상에 대해요 '열심히' 해도 안되는다는 희망의 상실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행복은 획일화된 '성공'에 있지 않다는 것을.
책에는 '아이들은 의미론 자이고 어른들은 당위론 자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은 '왜 해야 하는지'가 궁금하고 어른들이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래서 대립이 생긴다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는 저자가 인터뷰하고 상담한 아이들의 사례들을 통해 진짜 아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왜 고민하는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른들에게 S.O.S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자~~ 들었다. 구조 신호. 그럼 우리 어른들은 이제 무엇 해야 하나?
저자 제시하는 제안 중에 하나는 우선 ‘부모(어른)의 삶부터 행복하게 살기!이다.
아이에게 자신의 못다 한 꿈을 강요하지 않고, 어른 스스로 지금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성장’하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부모의 삶에 ‘희망’을 만들어야 보고 배우는 것이다.

또 하나 진정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감'이다.
아이들의 꿈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조롱하거나 안될 거라고 말하지 말고 진정으로 이루어지기를 염원해주는 것,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단순히 보호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도록 여행, 독서, 타인과의 접촉 등을 통하여 '공감하며 성장할 수도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만 우리 가정만 잘한다고 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어차피 집에서도 혼자는 잘하지도 못한다.) 아이들의 문제를 단순히 내 아이만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사회문제로 공감을 확장하고 연대하여 변화를 추진해야 할 때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들의 화답은 공감, 그리고 사회적으로 공감의 확장과 연대이다.
내 생각에는 요즘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수십 년 전 경험했던 비슷한 불합리와 고민들을
우리가 어른이 되고 나서 해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놓은 공범자인지도 모르겠다.
<100권 읽기 中 034> 있어보여 - 인문/교육학
독서 기간 : 19/04/10 ~ 19/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