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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아이들 - 스마트폰, 게임, 숏폼, SNS 중독 시대,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부모의 기술
선자연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9월
평점 :

지금 우리 부모들은 모순에 빠져 있다. 부모가 통제권을 쥐고 깐깐하게 원칙을 고수해야 할 생활 습관은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거니'라며 방관하고, 아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어야 할 공부는 통제하고 끌고 가려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를 안쓰러워하면서 아이의 정서 조절, 수면, 식습관, 디지털 기기 사용 같은 사회 정서 역량과 생활 습관은 공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허용해주게 되는데.
<멈추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이의 스마트폰·게임·숏폼·SNS 중독 때문에 고민이 큰 부모들을 위해 중독 전문가이자 정신건강의학자 전문의가 쓴 중독 예방 자녀교육서이다.

놀이터의 감시자들
내가 어떤 친구와 잘 맞을지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서서 관심 있을 만한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능력은 놀이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직접 부딪히고 깨지며 사회성을 키워야 할 기회를 놓친 채 십대가 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 곁을 맴도는 어른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대신 사과하며, 서둘러 갈등을 정리해주면서 아이의 상처를 막아주기 때문.
놀이터에서 부모는 친절한 '놀이 선생님'이 아니라 묵묵한 '안전 요원'이 될 필요가 있다. 내 아이나 다른 아이가 크게 다칠 위험이 있거나 심각한 피해를 줄 때가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 아이들끼리 티격태격 다투거나 내 아이가 혼자 겉도는 모습에 목구멍이 근질거려도 눈을 질끈 감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부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수할 수 있도록!
태권도는 놀이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살아온 아이들은 '하는 것'은 많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것'은 없는 무기력의 늪으로 점점 빠져든다. 내가 진짜 재미있어하는 건 무엇인지, 어떤 일에 가슴이 뛰고 발길이 머무는지 천천히 고민하기에는 너무 쫓기며 지내왔으니까. 스스로 탐색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의 공백이 없으니 마음속의 엔진은 일찍 식어버려, 나는 누구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신, 부모님이 정해준 정답이나 남들이 좋다고 하는 안전한 트랙 위를 영혼 없이 따르게 된다.
"애를 심심하게 둬봐야 온종일 스마트폰만 보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학원을 돌리는 게 더 낫지 않나요?"
처음에는 조절 능력과 자율성이 줄어든 결과로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들었지만, 이제는 그 스마트폰을 통제하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돌려 더 수동적으로 만드는 모순이 벌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완벽하게 설계된 놀이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 능력은 심심함과 엉성함, 아무 계획도 없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자란다. 안전하게, 의미 있게, 남는 것이 있는 놀이를 시키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개입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진짜 놀이는 부모님이 세팅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의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중독전문가로 진료실에서 차분하게 부모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저자도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서툴고 치열한 저녁을 보내는 평범한 엄마라는 점에서 조금은 위로가 된다. 부모가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과는 오롯이 아이의 몫이 되기에 부모인 우리는 매순간 흔들리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육아는 완벽한 정답이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