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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평점 :

아들은 『무릎 딱지』의 책 표지를 보자마자 『수영 팬티』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오! 눈썰미 좋은걸? 『수영 팬티』와 같은 저자로 새를로트 문드리코 작가가 글을 쓰고, 올리비에 탈레크 작가가 그림을 그렸어요. 올리비에 탈레크는 역량 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그림책에서 '죽음'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잔잔한 색채와 가슴에 스미듯 감성적인 그림으로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어요.
연필스케치가 살짝 드러나도록 색을 입힌 솜씨 또한 볼수록 세련되고 친근감이 느껴져요. 꼭 아이가 그린것처럼 투박한 맛을 내는 연필선 또한 슬프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상황들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책의 첫줄을 읽자마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요.
아들에게 죽음이 의미를 물어보니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외증조할머니와 외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아이가 어릴 때라 기억을 잘 못하더라구요. 대신 아들은 키우던 반려동물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경험했어요. 키우면서 많은 애정을 준 것 같은데 반려동물의 죽음에 의외로 덤덤해서 깜짝 놀랐었어요.

아이는 엄마의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집 안의 창문들을 꼭꼭 닫아놓아요.
엄마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귀를 막고, 입을 다물지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로 들려와요.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 상처가 난 무릎에 딱지가 앉으면 손톱으로 긇어서 뜯어내기를 반복하지요.
그러다 할머니의 대화 이후에 아이도 모르는 사이에 딱지가 저절로 떨어져 매끈매끈한 새살이 나 있게 되지요.
여기서 무릎딱지는 아이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상처의 회복을 나타내고 있어요.

아들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뽑은 것도 바로 할머니와의 대화예요.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아."
이 책에서는 엄마의 죽음이 어둡지 않아요. 아이의 곁을 떠난 엄마는 다만 눈으로 볼 수 없을 뿐 가만히 눈을 감고 떠올리면 아이의 가슴속에 살아 있지요.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아이를 보니 말없이 꼭 안아주고 싶었지요. 이 어린 아이를 두고 떠나야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엄마가 죽은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온건 아니지만 책내용이 계속 생각나 아들이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생각이 안날 때까지 엄마옆에서 잘거라고 하더라구요. 요새 더워서 한방에 아이둘과 함께 자고 있는데요. 『무릎 딱지』 책을 읽은 날 새벽에는 첫째가 자주 깨서 저를 확인했어요. 불안하고 무서웠던 걸까요?
자기전 감사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이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엄마가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엄마가 오래살 수 있도록 운동보다 더 쉬운방법이 있다고 슬쩍 이야기 해줬지요. 울 아들이 엄마 말을 잘 들어주는거.ㅎㅎㅎ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따뜻한 색채와 감성적인 그림과 함께하는 그림책이예요. 당연하게 생각하던 걸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함께 작성하였지만, 저의 진심을 담은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