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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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단어 앞에만 서면 나는 열등감을 느낀다.

지난 세월 내가 행해 온 책 읽기에 대한 회의감이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시라고 하는 영역은 나에게는 신성 불가침 그 자체이다. 나이도 이제는 40대 후반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 이제는 펼치기 보다는 하나씩 다지고 뭉쳐서 무언가 건실하게 하나의 구성체를 내 놓아야 할 초입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럴 때 시라고 하는 형식이 주는 그 압축성과 단단한 내적 구조가 더욱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역시나 나로서는 전혀 건드려 볼래야 볼 수 없는 장벽 그 자체로 다가온다.

 

지인들은 그냥 편하게 즐기라고 한다.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냥 펼치고 읽고 또 쓰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안된다. 나름 시를 읽어 보겠노라고 시집을 손에 들었어도 며칠 간 일뿐 어느덧 내 눈과 손은 압축보다는 풀어진 것을, 은근 보다는 노출을 더 편안해 하며 그 쪽으로 내 몸을 이끌어 가곤 했다.

 

그런 나의 시에 대한 열등감의 장벽에 균열을 만들어 줄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책에 대한 소개의 글이 먼저 내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였다 할까... 시 그 자체만 붙잡고 씨름하기 전에 먼저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하여 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알아가는 과정이 조급하지 않고 내 호흡으로 쫓아 갈 수 있다면, 거기에 친절하고도 능숙한 안내자가 곁에 있어 준다면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시인들에 의한 시인들의 추적 르뽀라고나 할까? 이미 앞에 2권의 책을 발간한 바 있고 이번이 세 번째 책이라고 한다. 시인들을 출생 지역별로 나누어서 그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남겨 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며 더불어 그의 시상의 근원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집필 의도이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 근교이다 보니 먼저 이 책의 저자들의 출생지가 서울, 경기,강원 지역의 시인들이라는 점에서 한 수 마음 편하게 접고 들어가게 된다. 처음 이름을 듣는 시인도 있고 이상, 김수영, 기형도, 변영로, 조병화 등 그나마 이름 석 자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 시인들도 있다. 모두 12명의 시인들이 다시 살아서 담배 연기 뿜어내며 시를 낭송해준다.

 

대부분 시간의 흐름 속에 이제는 그 자취마저도 거의 사라져 버린 시인의 흔적을 찾아 거리 곳곳을 무더운 여름 태양 아래, 빗줄기 속에, 혹은 서릿발 같은 추위 속을 헤치며 후배 시인들은 헤매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진에 담아낸다. 시인들이 활동 할 당시의 대부분의 무대는 이제 그 흔적조차도 남아 잇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문학관의 형태로 아니면 조그마한 기념비나 산소로서만 시인들의 흔적을 더듬을 뿐이다. 그러한 추적의 동선에 추적하는 후배시인들의 감성이 더불어 같이 일어나면서 이 책은 기록된다. 추적하고자 하는 시인의 시에 대한 추적하는 후배 시인이 해석은, 그리고 시인을 쫓아가는 여정에 대한 시인들의 기록은 또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라고 할 수 있다.

 

편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본디 속독이 체질화 되어 잇는 나이지만 식사 후 마실 산보 하듯이 여유롭게 한 장 한 장 지긋이 눌러 가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어라..그렇게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났더니 어느 사이 시란 놈이 옆에서 해말갛게 웃고 있네.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무언가 친밀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수줍게 악수하는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번 기회로 이 녀석하고 친해 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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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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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마지막 장을 닫으며 내 입에서 중얼거린 말이다. 한권의 좋은 책이 주는 이 포만감과 행복감...독서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 싶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장담하건데 거의 모든 이에게 내가 느낀 것과 같은 행복감을 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여겨진다.

 

우리에게는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로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은 출간되자 마자 기존의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에 의해 단번에 베스트 순위 상층부를 점령한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추리 소설류 전문 작가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어쩜 이 책은 조금 더 그의 작품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세 명의 좀도둑이 경찰을 피해 우연히 폐가가 되었던 나미야 잡화점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거기서 그들은 나미야 잡화점 안으로 고민을 담은 편지를 받아들게 되고 이에 그들은 반 진심 반 장난으로 답장을 해주게 되면서 이야기는 벌어지게 된다.

 

이야기는 총 5편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의 단락은 독립된 이야기로 서술된다. 독자는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편지로 연결되어 지면서 각 장의 등장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바라보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독립적이다. 하지만 그 독립된 이야기 속에서 퍼즐 맞추듯 한 단락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을 자연스럽게 다른 단락에서 알아가는, 그리고 종국에는 나미야 잡화점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그 잡화점 주인이었던 나미야 유지가 어떤 동기로 고민 상담소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를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알아가게 된다. 여기에 추리 소설 작가로서의 작가의 글쓰기의 저력이 숨어 있다고 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지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다. 죽어가는 애인을 두고 운동을 계속할 지 어떨지를 고민하는 펜싱 선수인 달토끼, 프로 가수를 꿈꾸지만 실패한 생선가게 뮤지션 마쓰오카, 장애를 가진 동생과 같이 살던 보육원에 화재가 나자 마쓰오카에 의해 동생의 목숨을 건지게 된 후, 이후 자라서 가수가 되어 마쓰오카가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며 은혜를 갚아나가는 세리, 어머니가 유부남과의 관계를 통해 아들을 낳은 후 이후 차 사고로 죽자, 보육원인 화광원에 맡겨져 자라게 되다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어 자살 시도를 하지만 같은 화광원 출신인 세리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의 내막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게 된 후 나중에 가수가 된 세리의 메니저가 된 사람,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했던 목공예가 폴 레논 와쿠 고스케, 호스티스란 직업을 통해 돈을 벌어 보려다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을 통해 큰 돈을 벌게 된 길 잃은 강아지 하루미. 그리고 이 이야기의 매듭을 풀어 나가게 된 시발점 역활의 도둑들이었던 쇼타, 아쓰야, 고헤이 마저도 전혀 무섭지도 밉지도 않은, 앞에 있으면 그냥 꿀밤을 한 대 먹여주면서 엉덩이를 도닥거려 주고 싶은 녀석들로 작가는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은 오직 자기 생의 삶만 살아간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답장을 해준 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오직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이라는 것으로 만 알아갈 뿐. 그리고 답을 해준 도둑들 역시 그들이 우연히 고민에 대해서 해 주었던 답이 어떤 역할을 해서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컴컴한 잡화점 내에서의 몇 시간 뿐이었기에. 하지만 독자인 우리는 잡화점의 현재와 등장인물들의 과거와의 수십년에 걸친 간격을 알아가면서 한 편으로는 감격에 또 한편으로는 엄숙함에 몸을 가누게 된다. 혹시 나에게 다가왔던 주변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던진 한 마디 말, 행동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말이다.

 

450여 페이지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읽혀진 오랜만에 만난 수작이다. 추운 겨울, 따스한 온기를 원하는 가슴 시린 이가 있다면 가차없이 일독을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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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종말 -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리더십, 팔로어십
바바라 켈러먼 지음, 이진원 옮김 / 씨앤아이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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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우리는 리더십이 정적(靜的)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리더십이 학습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리더십을 쉽게 배울 수도 있고 한 가지 형식의 리더십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동시에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리더가 되는 게 팔로어가 된 것 보다 더 낫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생각은 잘못되었다 ”

 

저자는 30여년 간을 리더십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고 책을 써온, 한 마디로 리더십이란 주제를 붙잡고 그것을 통해 소위 밥을 먹어온 전문가다. 그런 그가 이제 과감하게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에 관한 내용은 유효기간이 다 되었다. 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지금까지의 리더십은 수요자도 공급자도 서로 공허한 것인 줄 알면서도 서로가 속고 속아주는 공생관계에서 만들어 내온 공허한 것들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리더십에 관한 분야를 저자는 리더십이라고 하는 자체의 내용과 이런 리더십을 둘러싼 리더십 산업에 관한 두 분야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이 두 분야 모두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고 책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초반에는 지금까지 선조들에 의해서 주장되어온 리더십에 관한 논의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즉, 동양에서의 공자와 서양에서의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소개하고 이어 존 로크, 밀 등으로 이어지는 주장들을 소개하고는 이어서 기존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리더십들이 어떻게 무너져 가고 있는지를, 그것도 그 리더들에 의해 지도 받고 이끌림 받는 팔로워들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 지를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통해 예시하고 있다.

 

이런 리더십의 붕괴는 정치권, 기업가들 및 종교계등 전방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수십년간 세계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리더십을 발휘해온 미국에 대한 부분을 한 챕터를 할애하여 미국의 리더십과 그 영향력의 쇠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기존 리더층만의 전유물이었던 정보의 소유권, 즉 인쇄술, 신문, 인터넷을 통한 SNS가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제 기존 체계 속에서 이야기 되어온 정통적인 리더십은 수정되어야 하고 다시 확립되어야 하며 그것을 핵심으로 형성되어 온 리더십 관련 상업도 다시 재편되어야 함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그런 리더십의 중심추가 이제는 리더층이 아닌 팔로워에게로 기울어져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따라서 팔로워는 본인들에게 주어진 그 중심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의 필요성을, 그리고 리더층에게는 새로운 흐름에 맞춘 새로운 이론과 자세의 교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솔직히 책 내용이 어떤 깊이 있는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춘 새로운 리더십 스킬(SKILL)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리더십의 종말’이라는 책 제목이 주는 임팩트에, 또는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대한다면 다소 김빠진 청량 음료를 대하는 듯한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장 역시도, 이제 팔로워 중심의 리더십인 ‘팔로워 십’이나 혹은 군림하고 이끄는 리더십이 아닌 섬기는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 이론이 이미 대중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차원에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모두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해 왔던 것과 같이 리더는 좋은 것이고 이런 리더십은 누구나 노력하고 배우면 갖출 수 있고 향상 시킬 수 있다라는 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는 리더십 자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고민 거리를 던져준다는 데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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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변명 -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
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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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에게는 AD 10세기 경의 고려의 건국 사건은 손에 잡히지 않는 먼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그 위로 올라가는 통일 신라 시대, 그리고 그 위의 삼국시대는 더욱 더 그러하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먼 신화의 이야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과 인물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 그것과 그 사람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어떤 희뿌연한 안개와 같은 것에 감싸인 아른거리는 그런 것들일 뿐.

 

그런데 그보다 더 시간이 윗대로 흐른, 더욱이 우리나라 이야기도 아닌 머나 먼 저 중동의 이스라엘의 역사 기록인 성경은 그렇지 않다. 이천년 전의 이야기인 예수의 이야기와 당시 유대사회의 역사와 문화는 마치 얼마 전 내가 눈으로 직접 본 것인 양 내 안에서 입체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묘한 차이는 어디서 일어난 것일까? 이천 년전의 이국 땅의 생활과 역사가 일천년 전의 내 나라 문화와 역사 보다 더 친근하고 입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것은...

 

이것은 분명 성경이라는 상세한 그 시대와 인물에 대한 기록에 힘입은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통해 들어 온 이천년 전의 이스라엘의 그 역사와 생활은 설교와 성경을 통한 수많은 접촉을 통해 우리의 역사보다 월등히 나에게 친근한 것으로 자리 잡은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정점으로 하는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조명과 소크라테스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등을 탁월한 필치로 살려낸 이 책을 통해 나에게 이제 소크라테스는 단편적인 몇 개 단어로 이루어진 죽은 지식으로서의 인물이 아니라 갑자기 살아 움직이는 입체적인 인물로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었다라는 점에서 이 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단지 ‘악법도 법이다’라며 태연히 독배를 들었다고 알려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둘러싸고 작가는 후손들로부터 위대한 철학자를 죽인 속좁은 사람들이라는 비난에 억울해하는 당시의 아테네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들이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당시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과연 어떤 당시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이다.

 

더불어 저자는 우리가 민주주의의 효시이며 전형으로 알고 있는 당시의 도시국가 아테네의 민주주의 제도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그 민낯을 철저히 드러내준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에 의해 확보된 노예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현 시대가 그리워야 하는 이상적 사회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또한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젊은 날에서 장년에 이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일생을 담담히 알려주면서 우리에게도 그

렇게 이해되고 있는 당시의 미남 소년 알키비아데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며 상세히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두가지 면에서 갑작스런 착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첫째는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그 어렵다는 인문학 고전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의 변명’, ‘국가론’등의 책들을 이제 손에 들면 술술 읽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라는 것과 또 하나는 기회가 되어 그리스를 여행하면 이 책에서 묘사된 그 길들을 따라가면서 지금은 현대적인 건물들과 전차가 다니는 그 길들위에서, 그리고 무너져 흔적만 남아 잇는 유적지들을 보면 금방이라도 소크라테스의 삶과 당시의 사회를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소기의 목적을 적어도 나를 통해서 본다면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책들을 빨리 읽어 보고 싶다라는 강한 의욕이 들게 했으니 말이다. 500여 페이지를 넘는 그리 술술 읽히는 책은 비록 아닐지라도 인문학에 대한 막연한 공포 내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먼저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감정은 적어도 고개를 들지는 않으리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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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권태성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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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기 대통령을 뽑는 공식 선거전이 한창이다.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직장과 가정의 안위가 언제 흔들릴지 몰라 위태위태하게 하루 하루를 버티는 나에게 있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나의 그런 일상에 또 한번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오늘 하루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서 일 수 밖에는 없다.

 

처음으로 성년이 되어 투표권을 가지게 되던 어느 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평생 동안 투표는 결코 빠지지 않고 하리라고 결심도 해보았지만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의 너무도 간단하고 단순한 행위가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는 막중한 그리고 신중한 의미가 있으리라고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결코 정치에 냉소를 보내지도, 무조건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적 시각도 가지고 있지 않고 나름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지금도 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투표일 날 분명히 그 후보를 선택하러 투표장으로 달려갈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 나에게 있어 이제 정치와 투표라는 행위를 통한 정치 행위는 이제 한풀 꺾인 별 감흥없는 잠시 동안의 이벤트일 뿐이다.

 

왜 그럴까? 왜? 왜?!

그래 분명히 그 변곡점을 이룬 사건이 있었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잠시 물건을 사러 밖으로 나온 후 분식집에서 틀어 놓은 티브이에서 흘러 나오던 긴급 속보를 듣고는 물건 사는 것도 잊고 사무실로 뛰어 올라가 직원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었지.. 그날 하루 종일 일을 전폐 한 채로 매체에서 흘러 나오는 소식들을 듣고 또 들으며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얼마나 기도하고 간구했었는지..

 

이후 장례식과 노제와 49제등을 지내면서, 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분향소를 찾아 그의 명복을 빌며 그를 기리기 위한 만장에 나의 두 아들을 당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이 땅의 깨어있는 시민으로 키우겠노라고 썼었지...그리고 벌써 수년이 흘러가는데, 그 이후로 왠지 모를 정치에 대한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나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어 버렸다.

작가 권태성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책에 흐르는 감정은 나와 동일하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이제 무기력과 피곤함에 차츰 그에 대한 끈을 조금씩 놓아 가고 있었는데 권태성은 반대로 더욱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그에 대한 사랑을 공식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한 컷 한 컷 장면을 구상하고 수많은 파지를 만들어내며 연필로 그려 나갈 때마다 아마 권태성에 마음에는 ‘그의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싹터 올랐으리라..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전과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그 책들의 대부분은 형식적으로는 객관적인 외피를 입고 그의 지난 날의 행적을 기록하고 그 행적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를 곁들인 것들이다.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에 관련한 일들은 현재진행형인 것들이 많기에 시간이 더 흘러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평들이 주다.

 

권태성의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만화라는 한계로 노무현의 지난 일상을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이 권태성의 목적도 아니었으리라. 단지 혜인이라는 주인공이 어떻게 노무현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그녀의 마음을 그에게 빼앗기게 되었는지를 개략적인 텃치와 함께 중간 중간 노무현의 이력을 간략히 그려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작가 권태성의 노무현에 대한 사랑 고백일 뿐이다. 하지만 그 고백의 울림이 참 크다. 단순히 문자로 활자화된 건조한 글보다 다소 거칠지만 연필의 투박함에서 나오는 인간적인 따스한 필치가 그의 고백과 잘 어울려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못난 나와는 다르게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작가 권태성의 책 덕분에 그가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볼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난 날 그의 대통령에게 빚을 졌듯이 그를 사랑하는 권태성에게도 이렇게 빚을 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미안함은 마음 깊이 묻으려 한다. 그의 대통령이 나의 대통령이기도 하기에. 그래서 조금 뻔뻔하게 “우리는 같은 대통령을 모시는 동지야”라는 흰소리로 그 미안함을 묻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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