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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기 대통령을 뽑는 공식 선거전이 한창이다.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직장과 가정의 안위가 언제 흔들릴지 몰라 위태위태하게 하루 하루를 버티는 나에게 있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나의 그런 일상에 또 한번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오늘 하루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서 일 수 밖에는 없다.
처음으로 성년이 되어 투표권을 가지게 되던 어느 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평생 동안 투표는 결코 빠지지 않고 하리라고 결심도 해보았지만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의 너무도 간단하고 단순한 행위가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는 막중한 그리고 신중한 의미가 있으리라고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결코 정치에 냉소를 보내지도, 무조건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적 시각도 가지고 있지 않고 나름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지금도 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투표일 날 분명히 그 후보를 선택하러 투표장으로 달려갈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 나에게 있어 이제 정치와 투표라는 행위를 통한 정치 행위는 이제 한풀 꺾인 별 감흥없는 잠시 동안의 이벤트일 뿐이다.
왜 그럴까? 왜? 왜?!
그래 분명히 그 변곡점을 이룬 사건이 있었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잠시 물건을 사러 밖으로 나온 후 분식집에서 틀어 놓은 티브이에서 흘러 나오던 긴급 속보를 듣고는 물건 사는 것도 잊고 사무실로 뛰어 올라가 직원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었지.. 그날 하루 종일 일을 전폐 한 채로 매체에서 흘러 나오는 소식들을 듣고 또 들으며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얼마나 기도하고 간구했었는지..
이후 장례식과 노제와 49제등을 지내면서, 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분향소를 찾아 그의 명복을 빌며 그를 기리기 위한 만장에 나의 두 아들을 당신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이 땅의 깨어있는 시민으로 키우겠노라고 썼었지...그리고 벌써 수년이 흘러가는데, 그 이후로 왠지 모를 정치에 대한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나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어 버렸다.
작가 권태성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책에 흐르는 감정은 나와 동일하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이제 무기력과 피곤함에 차츰 그에 대한 끈을 조금씩 놓아 가고 있었는데 권태성은 반대로 더욱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그에 대한 사랑을 공식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한 컷 한 컷 장면을 구상하고 수많은 파지를 만들어내며 연필로 그려 나갈 때마다 아마 권태성에 마음에는 ‘그의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싹터 올랐으리라..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전과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그 책들의 대부분은 형식적으로는 객관적인 외피를 입고 그의 지난 날의 행적을 기록하고 그 행적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를 곁들인 것들이다.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에 관련한 일들은 현재진행형인 것들이 많기에 시간이 더 흘러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평들이 주다.
권태성의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만화라는 한계로 노무현의 지난 일상을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이 권태성의 목적도 아니었으리라. 단지 혜인이라는 주인공이 어떻게 노무현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그녀의 마음을 그에게 빼앗기게 되었는지를 개략적인 텃치와 함께 중간 중간 노무현의 이력을 간략히 그려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작가 권태성의 노무현에 대한 사랑 고백일 뿐이다. 하지만 그 고백의 울림이 참 크다. 단순히 문자로 활자화된 건조한 글보다 다소 거칠지만 연필의 투박함에서 나오는 인간적인 따스한 필치가 그의 고백과 잘 어울려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못난 나와는 다르게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작가 권태성의 책 덕분에 그가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볼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난 날 그의 대통령에게 빚을 졌듯이 그를 사랑하는 권태성에게도 이렇게 빚을 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미안함은 마음 깊이 묻으려 한다. 그의 대통령이 나의 대통령이기도 하기에. 그래서 조금 뻔뻔하게 “우리는 같은 대통령을 모시는 동지야”라는 흰소리로 그 미안함을 묻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