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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아가리 - 홍세화, 김민웅 시사정치쾌담집 ㅣ 울도 담도 없는 세상 2
홍세화.김민웅 지음 / 일상이상 / 2013년 12월
평점 :
홍세화씨를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책 제목만으로는 낭만과 패션의 도시 그 한복판에서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누리는 복에 겨운 사람의 자랑질로 도배된 책인줄 알았으나 실은 야만적 정권에 의해 남민전 사건에 얽히어 본의 아니게 파리에 망명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가슴 아픈 책이었다. 이후 홍세화씨는 국내로 돌아와 진보진영의 논객으로 오늘까지 올곧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김민웅 목사는 이제는 어느새 잊혀진 정치인이 되어버린 김민석의 친형으로 재미 목회자이다. 그의 책을 직접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수려한 외모에 신뢰성을 주는 모습으로 잡지나 신문 및 방송 토론등에서 보여진 그의 절제되고 수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논리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현상에 대해 대담 형식을 통해 분석하고 전망하며 대안을 내놓은 책이 바로 “열려라 아가리”이다.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서문에 밝힌대로 민의의 결집 장소인 ‘아고라’의 더욱 활발한 민의 수렴과, 이와 연결되어 폭압적인 정권에 의해 입을 다물게 된 민중들의 입, 즉 아가리가 열려야 우리가 꿈꾸고 생각하는 세상을 이루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책 제목은 나름 그 정당성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의 관심도 낚시질 할 수 있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서 토론을 전개한다.
1부에서는 지난 1년간의 박근혜 정권을 돌아보며 이 정권의 본질적 속성과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 등을 집으면서 이에 대한 정치인과 지식인, 시민 모두를 위한 사유와 실천을 이야기한다.
2부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사회 문제들과 양극화의 문제를 논하고 있으며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3부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회문제와 교육, 언론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진보 세력이 왜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부분 등을 이야기하며
4부에선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 했지만 4대 권력기관이 국민보다 위에 있는 현실과 통진당 사태의 부당성 및 이에 대한 진보 세력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 있다.
큰 틀에서는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등에 대해서는 홍세화 김민웅 두 사람의 시각은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진보세력의 역할과 자세등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이기도 하고 지난 대선 및 총선에서의 본인들이 간과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솔직한 반성도 뒤따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처지와 현 집권 세력의 비민주적 행태와 그에 대한 진보세력의 지리멸렬한 상태가 한 눈에 들어난다. 즉, 우리가 보고는 있었지만 파악하지 못하고 심상히 넘겼던 부분들이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분석은 명쾌하면서도 날카롭다. 하지만 글을 내내 읽으면서 나에게 다가온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이렇게 눈에 뻔히 문제는 보이는데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알면서도 당장 손에 쥘 수 없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서 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집권 세력이 노리는 바인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나 역시도 뉴스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피로감에 스위치를 돌려 버리게 된지가 꽤 된 것 같다. 일반인이 이럴진대 이 두 사람의 피로도는 더할 것일텐데 이들이 아직도 최전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그 에너지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에 대한 희망? 민중을 향한 사랑?
부디 원하기는 지난 기간 내 젊은 날의 부채 의식 상당 부분을 담당해 준 두 사람의 이 대담이 공허한 외침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열어 주고 신발 끈을 메어 주는 불쏘시개로 자리 매김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