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열태 작가와는 작가의 전작인 “전주성 비가”에 이어서 두 번째이다. 조열태 작가도 이 책이 두 번째 작품이니 만큼 나는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어 본 셈이 된다. 영어를 가르치는, 역사와는 무관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나름 꼼꼼한 자료 조사와 더불어 자료 곳곳에 비어 있는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입체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복원해 내는 능력은 기존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의 저작물에 비해 결코 뒤질 것이 없다고 보인다. 첫 번째 작품 “전주성 비가”가 소설 형식을 차용한 것과 달리 두 번째 책인 “정도전과 조선 건국사”는 공민왕 시절부터 시작해서 우왕과 창왕을 거쳐 공양왕에 이르기까지의 고려의 멸망과 조선 건국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며 해설하고 있는 글이다.저자는 글머리에 이 글을 기본적으로 “고려서”와 “고려사절요” 두 권을 중심으로 해서 쓰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뒷 장의 참조 도서 목록에 보면 대략 30여권의 책이 저자의 글에 녹아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기본적인 사실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 뿐만이 아니라 사료와 사료들 사이의 행간에 대해서 저자 나름대로의 치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 간극을 잘 메우고 있다라는 점이며 또한 그렇게 빈 공간을 메운 작가의 상상력의 힘에 독자들이 순순히 동의하게 된다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 글은 성실하고도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책임을 책을 읽어 가는 가운데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정도전이 인기다. 드라마로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조명되기 시작한 정도전에 관한 이야기는 더불어 서점가에도 정도전 관련 서적들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비록 집에 티비가 없어서 관련 드라마는 보지 못하고 있지만 나름 정도전 관련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보게 되었고, 그런 흐름 속에서 정도전에 관한 또 다른 시각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손에 집어 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도전에 관한 책은 아니다. 외려 책의 제목을 조선 건국사가 아닌 고려 멸망사 라고 하는 점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려의 공민왕에서 공양왕까지의 마지막 4대 임금 시기의 정치 사회적 여러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고 그런 사건들 속에서 친명을 기조로 하는 조선 건국 세력들과 친원을 기조로 하여 고려 시대를 유지하려는 세력들간의 정치적 암투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정도전 역시 다른 인물들에 비해 그리 특별한 비중을 두지도 않고 기록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작가들이 정도전을 그려 내면서 보통 그의 업적으로 삼는 토지제도의 개혁(과전법)과 경국대전등의 제작등을 비중있게 서술하고 또한 그가 이방원에 의해 어떠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등을 그려내지만 이 책에서는 정도전의 불우했던 귀향 기간의 삶도, 그 과정에서 형성하게 된 역성혁명의 사상도, 또한 귀향 기간 중 이성계와의 만남과 이후 조선 건국과 더불어 그의 개혁 추진 과정과 업적 및 그의 사후에 대해서도 별 말이 없이 간혹 스쳐가듯이 간략한 서술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도 어쩌면 정도전 현상에 편승해서 제목을 따온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들이 있다면 지금껏 비운의 개혁 성향의 왕으로만 알아 온, 그래서 나름 호감을 가지고 인식해 온 공민왕의 실정(失政)과 생얼굴을 보면서 그에 대한 시각들이 교정되었다라는 점과 이색, 정몽주등과 이성계, 정도전 사이의 불명확했던 관계들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라는 점이다. 저자 조열태가 역사학자로서나 다른 글로서 필명을 날리는 유명세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기존의 출판사들을 통해 그의 책을 출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가 아닌가 싶다. 전작 “ 진주성 비가”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본인이 설립한 일인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의 충실함에 비해 책의 디자인이나 편집 등에 있어서는 다소 조잡한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리라. 하지만 두 번째 책인 이 책은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디자인면에서도 첫 번째 책에 비해서는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이렇게 한권 한권 쌓아가다 보면 역사학 분야의 전문 작가로서도, 출판 관련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