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아닌 것 같이
정민기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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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저녁

어느 커다란 나무 아래로

책을 읽으러 나갔는데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나무가 너무 좋더군요


책은 못 읽고

바람 부는 저녁만

읽다 왔습니다


아니면

내가 읽혔으려나?“


--- 책 서문을 대신하는 프롤로그 중에서 ---

작가는 참 얄미운 사람입니다.
 

눈을 닫고 싶어도 귀를 막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보여지고 들려오는 세상의 아귀다툼과 그 아우성들.. 그 속에서 찌들대로 찌들었던 모든 온 몸의 감각들이 갑자기 방음이 잘 된 실내로 들어와 한 순간 그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듯한, 그래서 너무나 낯설은 그런 시공간이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사진이고 글들입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 그 밑에 앉아 시간의 흐름을 풍성하게 누려 볼 수 있는 여유로움, 바람을 읽어 보는 그 가슴의 넉넉함, 그리고는 바람에 내가 읽힌 것 아니냐며 혼자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감성들...

이 책의 전반적인 사진들 그리고 글들이 꼭 그렇네요.
자연이 있구요,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천천히 흘러가는 곳들입니다. 바쁘게 움직이려면 외려 무언가 죄진듯한 느낌이 들것같은.. 그리고 그냥 왠지 모르게 넉넉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사진, 그런 글들이네요.

가방에 무심코 넣어 두었다가, 손 가는대로 책상 위에도 올려 놓았다가, 어느 때 그냥 펼쳐서 두 서너장 읽다가 또 그렇게 나두고.. 꼭 처음부터 언제까지 읽어야지 그런 부담 없이 그냥 마음 가는대로 읽어야만 될 것 같은, 아니 그렇게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네요. 

황량한 들판인데 외로운 느낌이 없네요.
꾀죄죄한 아이들인데 그냥 뽀뽀해 주고 싶네요.
허술하고 보잘 것 없는데 그냥 그 속에 눕기만 하면 깊고 단 잠을 잘 것만 같은 집이네요.
미인은 아닌데 수줍게 손 잡고 거리를 거닐고 싶은 여인들이네요...

“네가
아무리 쏘아대도

안 뚫어진다
이 녀석아 “
--- 마흔여덟 꼭지 ‘햇살’ ---

제일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에 그냥 웃음짓게 만드는 정말 예쁜 시입니다.

렌즈는 작가의 마음의 창이라지요.
이런 글 이런 사진을 찍어내는 작가가 참 얄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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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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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오 하나님’(이후 인간의 탈로 개명),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 그리고 김병인의 ‘D-DAY'. 조정래는 다시 소개할 필요가 없는 한구 문학의 태두. 이재익은 PD출신의 중견 작가, 김병인은 이 작품이 첫 번째 작품인 신출작가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경력의 소유자인 3명의 작가가 펴낸 각자의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들 작품의 모티브가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에서 시작 된다라는 사실이다.
 

2차 대전의 분수령이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후 연합군에 잡힌 독일 포로를 심문하던 중 독일군복을 입은 노란 얼굴의 동양인이 심문을 받기 위해 심문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사진 작가의 렌즈에 담기게 된다. 기록에는 조선인이라고 되어있으며 이 사람은 처음에는 일본군, 그리고 소련군, 다시 독일군에 편입 되어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이제 다시 연합군의 포로가 되었다는 정말 ‘언빌리어블’한 이력을 가졌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머나먼 프랑스 해안의 전투에서 독일군으로 참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이 사람의 신병은 어떻게 처리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의 무게가 태산과 같을진대 다른 이도 아닌 바로 우리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였을 조선인의 잔인한 삶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런 이유에서 위에서 언급한 3명의 작가는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D-DAY'의 작가 김병인은 다른 작가와는 달리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본격적인 글쟁이로서의 과정을 밟았다기 보다는 어찌보면 이단아적 삶을 살았다고나 할까. 본래 영화투자회사의 투자자 역할을 하던 작가는 본인이 모티브를 얻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여 국내보다도 먼저 미국 할리우드에 소개를 한다. 그의 시나리오는 헐리우드 담당자들을 매료시키게 되고 급속히 작품화하기로 결정되어 그 메가폰을 강재규 감독이 잡기로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원래의 시나리오와는 달리 강재규 감독에 의해 내용이 변경되게 되자 헐리우드에서는 영화에서 철수하게 되고 결국은 한국 독자적으로 ’마이 웨이‘란 제목으로 촬영에 들어가 조만간 국내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즈음에 김병인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하여 이번에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작품은 일본인 갑부의 아들 요이치와 그의 집에서 얹혀 사는 한국인 하대식 두 명의 시각을 서로 교차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대식은 비록 요이치에 집에 엄마가 식모로 일하면서 같이 얹혀 살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인에 의해 총살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온 조선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린 손기정의 영향을 받아 육상선수가 되어 일본을 이기고자 노력하는 육상선수다. 그런데 같은 나이의 요이치도 역시나 육상 선수이며 이제 둘은 단지 한명의 일본인, 조선인으로서가 아닌 각자의 민족의 대표성을 마음속에 지닌 채, 서로를 달리기에서 이겨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하는 목표를 가진 라이벌이 되어 경쟁하게 된다. 
 

끝내 경기에서 하대식은 요이치를 이기고 우승을 하게 되지만 한국인의 우승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장의 간계에 분노한 하대식이 교장을 찾아가 폭력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감옥에 갔다가 일본군으로 징병되어 군에 들어가게 된다. 요이치는 요이치대로 대식에게 패배한 것에 대해 견딜 수가 없게 되자 자원하여 군에 가게 되고 이제 둘은 같은 일본군이 되어 노몬한 전투에 참가하게 되지만 이후 둘은 나란히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다시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소련군의 군복을 입고 전투에 참가했다가 독일군에게 사로잡히고 또 독일군의 군복을 입고는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각색해서인지 작품 ‘D-DAY'는 충실하게 시나리오적인 장면 흐름을 보여준다고 하겠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영화를 본다는 입장에서, 또 영화에서는 어떻게 이 장면 장면을 담아낼지를 상상하면서 읽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가 창조해 낼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무궁한지는 알 수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창조해낸 주인공의 인생의 이력을 쫒아가며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구성이나 스토리의 충실성에서는 비록 처녀작이기는 하지만 김병인의 것을 제일 앞에 놓고 싶다. 이재익의 것이 좀 너무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묘사가 눈에 거슬리는 것에 반해서 전투장면, 수용소 내 묘사등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라 하겠다. 조정래의 것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하 소설에 익숙해서인지 거대한 스케일을 좁은 원고지에 쑤셔 넣은 듯한 그래서 다소 거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포털 검색을 하던 중 네이버에 광고 팝업이 떴다. 보니 바로 김병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강재규 감독이 만든 영화 ‘마이웨이’의 홍보 영상이다. 장동건을 주인공으로 일본인 중국인 배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 전투신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감독이기에 전투 장면에 대한 디테일 부분이 나름 기대가 가며 또한 원작 시나리오와는 어떻게 다르게 강재규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거리라 할 수 있겠다.

저녁에 두 아들 녀석들을 컴퓨터 앞에 데려다 놓고 먼저 영화 ‘마이웨이’의 홍보 영상을 보여 주고 나서 위의 세 종류의 책을 꺼내 놓고 간단하게나마 우리 역사의 비극 속에 벌어진 사건과 그 사건을 작가들이 각기 이렇게 소설로 써 놓았노라고 이야기해주니 각자 한 권씩 집어 들고는 바로 열독에 들어갔다. 부디 한권의 책이지만 가슴 속으로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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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이정인 옮김 / 프리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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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단극단화를 나타낸 사례들의 공통점은 ‘사람은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에 어떤 권위적인 주체가 소속되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맡기는 경우에는 대단히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p.11)
 

사람은 자기와 유사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가진 기존의 견해를 더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p. 19)

모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같은 성향을 지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답은 모험을 무릅쓰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p. 31)
 

‘넛지’를 저술한 작가 선스타인의 신작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이 책의 대전제중 몇 구절이다.

저자는 왜 나찌의 그 말도 안되는 반인성, 반지성의 지시를 독일의 유능한 청년들이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했는지를, 그리고 인류사의 비슷한 류의 현상들을 예로 들어가면서 명쾌하게 설명해 가고 있다. 이미 ‘넛지’에서 보여준 인간 행태와 심리에 관한 통찰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제 1장 극단의 정체, 제 2장 극단화는 왜 일어나는가, 제 3장 극단의 메커니즘, 제 4장 극단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제 5장 착한 극단주의라는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서두에서 몇 군데 발췌했듯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간들이 극단에 끌리는 이유는 너무도 소박하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잔인한 인간의 행태를 너무도 간단하게 정의를 내려 놓으니 오히려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그렇게도 점쟎던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아무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보고 또 행동이 건들거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맨 마지막 꼭지의 제목이 착한 극단주의이듯이 극단주의 자체를 악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극단주의로 나타났던 대표적인 양태가 너무 부정적인 것들이기에 전체적인 인식이 극단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인지하고 잇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확인되는 순간 내가 품고 잇던 확신은 더욱 강해지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 수록 더욱 강화되어 나중에는 합리적 사고가 마비되어 버리는 결과가 일어난다는것이 이 극단화의 정체라고 할 때 정보를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극단화의 정도가 나타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떤 사람들을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극단으로 몰고 가려 한다면 이런 극단주의가 나타나는 공통점을 살펴서 그대로 적용하면 일단의 사람들을 원하는 사고체계로 끌고 갈 수 있다라는 결론도 도출된다 하겠다. 

이 책은 무엇보다 나를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만든다. 책의 제목이 ‘그들은 왜 극단에 끌리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고 하겠다. 내가 지금도 옳다고 믿는 것들 중에 극단은 없는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너무 멀리 갈 필요도 없겠지. 정치에 있어서의 반한나라당과 반 민주당의 간극은 결코 넘어 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기독교인의 절대적 믿음은 또 하나의 극단적 사고물의 결과는 아닐까? 
 

나는 꼼수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 방송을 듣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다. 적어도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있어 나꼼수는 바로 이들을 극단주의로 몰고가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유교적 영향을 받아서인지 중용이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둔다. 그 어느 누구도 극단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극단적이란 이미지를 입고 싶지 않아서 좁게는 편견이 있다라는, 고집이 있다라는 등의 소리를 듣고 싶지 않거나 아니면 그냥 별다른 의견이 없어서 즉 소위 중간이라도 가기 위해서 남들의 의견에 묻어가다 보면 그 흐름이 하나의 극단으로 간다는 이 아이러니.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필요로 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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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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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나 그는 여전히 카메라의 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몸짓이 눈을 부러 치켜뜨게 한 형용이어서 조금 자세히보면, 그는 마치 카메라의 시야 바깥에 있는 또다른 누군가를 노려보는 듯도 하다. 그러나 차라리 그의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의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무장해제를 당한 또다른 독일군 포로가 유타 해변에 내리쬐는 맑은 날의 햋빛에 흰 얼굴을 찡그린 채, 앞에 있는 노란 얼굴과 왜소한 체격을 지닌 동방대대 병사의 뒤통수를 쏘아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미군 병사는 빈 탄약상자 위에 놓인 서류에 급히 포로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있었다”
 

위의 글은 2007년에 발간된 조정래의 소설 ‘오 하느님’(이후 ‘인간의 탈’로 제목이 변경됨) 뒷 부분에 실린,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독일군 복장을 입고 포로가 되어 심문 받고 있던 한 조선인의 사진을 설명한 글이다. 이 사진은 노르망디에 투입된 미공수부대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원작자이자 전쟁사학자인 스티븐 앰브로스가 자신의 책 [D-DAY]에서 소개되었고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2005년에 SBS에서도 2부작으로 다루어졌으며 조정래 역시 그 프로그램에서 큰 도움을 받아 저서 ‘오 하느님’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발간 즉시 사서 읽었었고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을 읽고 나서는 다시 한번 재독하게 되었다. 두 책의 모티브와 전체적인 얼개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한 장의 사진에 찍힌 노란 얼굴의 한국인이 어떻게 멀고먼 이역의 땅에서 독일군의 복장을 입고 미군의 포로가 되었는지를 픽션을 가미해 추적해 가고 있으며 그 추적의 과정의 상세 구조만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틀릴 뿐 일본에 의한 강제 징집, 노몬한 전투에서의 소련군에게 사로잡힘과 이어 소련군으로 참전과 함께 독일군에게 사로잡힘 그리고 다시 독일군의 군복을 입고 전투에 참가하여서 노르망디에서의 미군에게 사로잡힘. 그리고 죽음이라는 뼈대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따라서 소설은 진행되고 있다.

오 하느님’에서는 이 사람의 이름이 양경종이며 포로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송되어 미국에서 살다가 1992년경에 생을 마쳤을 것이라는 후기를 적는다. 하지만 이재익은 소설 도입 부분과 후기에 김건우라는 기구한 운명의 탈북자 노인을 통해 그의 아버지 김길수라는 사람의 일대기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이런 설정 전체(PD로서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김건우를 만나 김길수의 일대기를 건네 듣는다는)가 소설일 수도 있지만 소설 앞뒤의 문맥으로 봐서는 그 부분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소설들은 역사 앞에서 인간의 목숨이 얼마나 깃털처럼 가벼운지를 철저하게 보여주지만 반대로 주인공의 기구한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의 무게가 또한 얼마나 무겁고 존엄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재익은 전업 작가이기 이전에 방송국 PD여서인지 그가 풀어 나가는 소설의 장면은 조정래의 그것에 비해 작위적이고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전쟁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쏘기만 하면 적들은 죽어 자빠지고 주인공은 그 무수한 총탄 앞에서도 무사히 살아 남는 것과 같이 말이다. 거기에 ‘아버지의 길’에 나오는 주인공 김길수는 거의 완벽한 인간이다. 고아로 태어나 종노릇을 하지만 스스로 머리를 깨우쳐 민족의식을 가지게 되어 독립군의 길로 들어서 일본군과 싸우고 이후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이력에서 그는 억세게 좋은 운과 또한 싸움 실력으로 살아남는다. 더욱이 그는 정의감도 남달라 자신의 몸 하나 지탱하기 힘든 가혹한 포로시절에도 그를 의지하는 영수를 간수해가며 포로로 잡혀온 아내를 탈출시키기도 한다. 또한 그런 와중에서도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기만 하다. 즉, 그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다. 그리고 곁가지로 이어지는 그의 아내 월화의 이력과 그 월화가 풀어내는 삶 역시 남자 못지않은 싸움실력과 함께 극단적인 우연으로 이어지는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의 길’은 빛바랜 사진에서 보여지는 왜소한 사진속의 한국인과는 이질적이다. 낯설기까지 하다. 반면 ‘오 하느님’에서의 주인공 신길만은 좀 더 사실적이고 사진속의 인물과 좀 더 부합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조정래와 이재익 이라는 작가로서의 이름의 크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소설로서의 완성도에서는 ‘오 하느님’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길’은 분량면에서 ‘오 하느님’의 두배이다. 그러다보니 작품 중간 중간 작가는 당시의 역사적 흐름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마치 교양소설을 읽듯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지식들을 소설의 재미와 함께 얻어가게 된다. 그리고 노몬한의 전투와 포로수용소의 묘사 등은 ‘아버지의 길’이 가진 미덕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버지의 길’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닌 마치 한편의 다큐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사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진시황과 만리장성’이라는 그 단순한 명제 아래 그 성에 돌을 하나하나 쌓다가 죽어간 수많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은 흔적도 없다. 이 소설들의 미덕이라면 전 세계적 격변기의 역사적 상황에서 오로지 이런 민초들의 삶과 한만으로 글줄기를 풀어 냈다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두 책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먹먹해져 오는 가슴을 가눌길이 없다. 부디 이 책들이 그렇게 풀지 못할 한을 가지고 이 땅을 떠난 망자들의 넋을 위로해 주는, 이제 당신들의 억울함을 우리 후손들이 이렇게 기억하고 있노라는, 그러니 이제 편안히 눈감으시라는 한마당 살풀이가 되었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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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읽는 기술, HIT - 역사, 이슈, 트렌드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3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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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이 책에 대한 첫 번째 소감이다. 경제학서가 재미있을 수가 있다니...
두툼한 분량, 경제학서라는 이름과 함께 슬쩍 흟어볼때 책 가득히 그려져 있는 그래프와 챠트가 주는 무게감, 더불어 2주안에 읽고서 서평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HIT란 단어를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먼저는 OLD HIT로 Hacking(분석), Intelligence(정보), Theory(이론)이란 세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별 의심없이 알고 있던 경제학에 대한 지식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만다. 
  

1. Hacking분석 : 우리는 투자전문가나 경제학자들의 경제에 대한 전망과 평가를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경제전망이란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갖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증명한다.
 

2. Intelligence정보 : 저자는 일반적인 정보인 information과 차별하여 그런 정보중에서도 국가기밀급에 속할 정도의 최고급 정보를 가르켜 intelligence란 단어를 들었고 이런 정보는 일반인은 접근 할 수가 없는 정보들이기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흔히 우리가 접하는 정보인 신용평가회사, 증권사의 분석, 경제지표, 언론등의 발표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엉터리인지를 역시나 명백한 증거들을 가지고 증명해댄다.

3. Theory이론 : 현시대의 대표적 경제학 흐름인 신고전학파의 이론을 하나씩 나열해가면서 그 허구성을 발가벗기고 있다.

이 책이 재미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저자의 주장이 일방적인 강의로 진행되지 않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가고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례들이 아주 생뚱맞은 극히 일부분의 것들이 아닌 이전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잇엇던 사례들을 가지고 그 사례들의 배경과 함께 본인의 주장과 곁들여 설명하고 있기에 약간의 상식적인 수준의 경제지식이 잇는 독자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 잡을 수가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OLD HIT의 대안으로 NEW HIT를 주장하는데 History(역사), Issue & Trend의 앞글자를 따서 논조를 풀어가고 있다.

1. History역사 - 경제학이라면 고개부터 흔들었던 본인이 어떻게 경제서까지 쓰게 되었는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경제(학)를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먼저 경제의 역사를 공부하라고 한다. 역시나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 Issue & trend - 저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현재의 경제적 현상들이 단지 현재에만 발생한 유일한 현상들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ISSUE별로 각 Issue의 Trend를 과거의 유사한 사건과 비교하면서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1902년대의 대공황과 2008년의 금융위기, G2의 갈등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유럽재정위기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 그리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위 위상등 현재 우리가 언론을 통해 매일 접하고 있지만 그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잇도록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북경에 여행을 가면서 이 책을 들고 갔다. 그리고는 버스안에서도, 호텔에서도 틈틈이 책을 펼쳤다. 그러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그냥 한번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왔기 때문이다. 각 꼭지마다 요약정리를 해 놓을걸 하는 후회가.. 물론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정리하면 되겟지만 읽는 순간 순간 머리를 강타하는 영감들을 나중에 다시 어찌 기억해 낼 수가 있겟는가 말이다.

이 서평을 쓰면서 저자의 첫 번째 책 [지금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라는 책을 인터넷으로 뒤져 보니 출판사 서평에 보면 이런 소개의 글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경제신문을 펼쳐보라. 그러면 경제기사가 벌떡벌떡 입체적으로 일어나 보일 것이다.” 실감나는 서평이다. 내 책 구매목록에 위의 책을 당장 올려 놓았다. 역시나 다른 분들께도 같이 일독을 감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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