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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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오 하나님’(이후 인간의 탈로 개명),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 그리고 김병인의 ‘D-DAY'. 조정래는 다시 소개할 필요가 없는 한구 문학의 태두. 이재익은 PD출신의 중견 작가, 김병인은 이 작품이 첫 번째 작품인 신출작가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경력의 소유자인 3명의 작가가 펴낸 각자의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들 작품의 모티브가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에서 시작 된다라는 사실이다.
 

2차 대전의 분수령이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후 연합군에 잡힌 독일 포로를 심문하던 중 독일군복을 입은 노란 얼굴의 동양인이 심문을 받기 위해 심문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사진 작가의 렌즈에 담기게 된다. 기록에는 조선인이라고 되어있으며 이 사람은 처음에는 일본군, 그리고 소련군, 다시 독일군에 편입 되어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이제 다시 연합군의 포로가 되었다는 정말 ‘언빌리어블’한 이력을 가졌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머나먼 프랑스 해안의 전투에서 독일군으로 참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이 사람의 신병은 어떻게 처리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의 무게가 태산과 같을진대 다른 이도 아닌 바로 우리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였을 조선인의 잔인한 삶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런 이유에서 위에서 언급한 3명의 작가는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D-DAY'의 작가 김병인은 다른 작가와는 달리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본격적인 글쟁이로서의 과정을 밟았다기 보다는 어찌보면 이단아적 삶을 살았다고나 할까. 본래 영화투자회사의 투자자 역할을 하던 작가는 본인이 모티브를 얻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여 국내보다도 먼저 미국 할리우드에 소개를 한다. 그의 시나리오는 헐리우드 담당자들을 매료시키게 되고 급속히 작품화하기로 결정되어 그 메가폰을 강재규 감독이 잡기로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원래의 시나리오와는 달리 강재규 감독에 의해 내용이 변경되게 되자 헐리우드에서는 영화에서 철수하게 되고 결국은 한국 독자적으로 ’마이 웨이‘란 제목으로 촬영에 들어가 조만간 국내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즈음에 김병인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하여 이번에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작품은 일본인 갑부의 아들 요이치와 그의 집에서 얹혀 사는 한국인 하대식 두 명의 시각을 서로 교차해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대식은 비록 요이치에 집에 엄마가 식모로 일하면서 같이 얹혀 살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인에 의해 총살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온 조선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린 손기정의 영향을 받아 육상선수가 되어 일본을 이기고자 노력하는 육상선수다. 그런데 같은 나이의 요이치도 역시나 육상 선수이며 이제 둘은 단지 한명의 일본인, 조선인으로서가 아닌 각자의 민족의 대표성을 마음속에 지닌 채, 서로를 달리기에서 이겨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하는 목표를 가진 라이벌이 되어 경쟁하게 된다. 
 

끝내 경기에서 하대식은 요이치를 이기고 우승을 하게 되지만 한국인의 우승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장의 간계에 분노한 하대식이 교장을 찾아가 폭력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감옥에 갔다가 일본군으로 징병되어 군에 들어가게 된다. 요이치는 요이치대로 대식에게 패배한 것에 대해 견딜 수가 없게 되자 자원하여 군에 가게 되고 이제 둘은 같은 일본군이 되어 노몬한 전투에 참가하게 되지만 이후 둘은 나란히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다시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소련군의 군복을 입고 전투에 참가했다가 독일군에게 사로잡히고 또 독일군의 군복을 입고는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각색해서인지 작품 ‘D-DAY'는 충실하게 시나리오적인 장면 흐름을 보여준다고 하겠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영화를 본다는 입장에서, 또 영화에서는 어떻게 이 장면 장면을 담아낼지를 상상하면서 읽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가 창조해 낼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무궁한지는 알 수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창조해낸 주인공의 인생의 이력을 쫒아가며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구성이나 스토리의 충실성에서는 비록 처녀작이기는 하지만 김병인의 것을 제일 앞에 놓고 싶다. 이재익의 것이 좀 너무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묘사가 눈에 거슬리는 것에 반해서 전투장면, 수용소 내 묘사등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라 하겠다. 조정래의 것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하 소설에 익숙해서인지 거대한 스케일을 좁은 원고지에 쑤셔 넣은 듯한 그래서 다소 거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포털 검색을 하던 중 네이버에 광고 팝업이 떴다. 보니 바로 김병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강재규 감독이 만든 영화 ‘마이웨이’의 홍보 영상이다. 장동건을 주인공으로 일본인 중국인 배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 전투신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감독이기에 전투 장면에 대한 디테일 부분이 나름 기대가 가며 또한 원작 시나리오와는 어떻게 다르게 강재규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거리라 할 수 있겠다.

저녁에 두 아들 녀석들을 컴퓨터 앞에 데려다 놓고 먼저 영화 ‘마이웨이’의 홍보 영상을 보여 주고 나서 위의 세 종류의 책을 꺼내 놓고 간단하게나마 우리 역사의 비극 속에 벌어진 사건과 그 사건을 작가들이 각기 이렇게 소설로 써 놓았노라고 이야기해주니 각자 한 권씩 집어 들고는 바로 열독에 들어갔다. 부디 한권의 책이지만 가슴 속으로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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