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실 고양이
송대길 지음 / 비엠케이(BM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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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직실 고양이』 / 송대길 / 비엠케이(BMK)

독특한 설정과 몰입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 소설.

길건은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의 몸으로 깨어납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이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탐구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과정에서 길건은 자신이 고양이로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소설의 배경은 SF적 요소가 가미된 현실로, 뇌와 의식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형사들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긴장감과 스릴도 넘쳐나요.



『당직실 고양이』는 판타지와 SF, 그리고 추리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에요.

인간의 뇌가 고양이의 몸에 연결된다는 설정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고양이가 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매우 실감 나게 묘사되어 독자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어요.

작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필력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신인 작가가 나타났습니다!!

#당직실고양이 #송대길 #BMK #비엠케이
#고양이 #SF소설 #추리소설 #신간도서 #책추천 #독서기록 #새책 #서평 #서평쓰기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책스타그램 #고양이소설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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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
존 러벅 지음, 박일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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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주 강력 추천하는 책 📚👍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 / 존 러벅 / 문예춘추사

깊이 있는 인생의 지혜와 성찰을 제공하는 책📚

줄치고 필사할 내용 투성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행복, 시간, 책, 우정, 그리고 여행과 같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통찰을 담고 있어요.

책의 첫 번째 부분은 '완전한 존재로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법,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법, 그리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법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책이 주는 기쁨"과 "책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챕터는 지적인 즐거움과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모든 구절에 형광펜을 치고 싶은 걸 꾹 참느라 혼났네요🤣🤣🤣

두 번째 부분인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에서는 야망, 건강, 사랑, 고통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이 부분에서 존 러벅은 우리가 겪는 고통조차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히니주죠.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존 러벅이 전해주는 인생의 가르침들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읽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진짜 너무 힐링이 되는 책입니다🩷

#아주오래된인생수업 #존러벅 #문예춘추사
#인생수업 #독서기록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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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
오지마 요시미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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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 / 오지마 요시미 / 생각의 집

오지마 요시미의 "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방법으로 과학 실험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주로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실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실험, 화학적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 그리고 요리와 과학을 결합한 실험으로 나누어져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에 나온 실험들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험에 필요한 재료들은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며, 실험 과정 역시 복잡하지 않아 아이들이나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실험은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제공되어 있어, 실험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직접 체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고자 하는 부모님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1장 사진발을 잘 받는 실험
무지개 같아요! 알록달록한 초콜릿으로 만드는 예술 작품
눈에는 안 보여요! 밀크 크라운
반짝이는 유리구슬은 어떻게 만들까요?
레진을 사용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품을 만들어요
어둠 속에서 수상하게 빛나는 주스
마치 보석 같아요!? 얼음사탕
요소의 결정으로 만드는 복슬복슬한 트리
좀처럼 볼 수 없다? 무지개를 직접 만들어요

2장 움직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어요
라바 램프 같아요! 신기하게 움직이는 액체
작은 회오리 같아요! 페트병 토네이도
대분출에 깜짝!? 멘토스 가이저
여름이 아니라도 보이는 물속의 아지랑이
눈에 보이나요? 공기의 대단한 힘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캔들 시소

3장 변화가 재미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색소물
반드시 불그스름하다고만 할 수 없어요! 불꽃색을 바꾸는 실험
160년 전의 사람도 깜짝 놀랐다? 날아서 이동하는 불꽃
그 커다란 크레이터(분화구)는 어떻게 생기나요?
껍데기는 어디로 갔을까? 달걀이 흡수한 물질
그 안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안 보이는 비즈
흑백 팽이인데 회전시키면 왜 색이 나타나나요?
왜 물이 들었을까요? 알록달록 배추
순식간에 색이 변화했어요! 갈색에서 청자색, 무색으로

4장 요리는 과학
1분 만에 얼어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입안이 시원! 구슬 사이다를 만들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모양으로! 먹을 수 있는 보석
자색 고구마 성분으로 색이 변화하는 핫케이크
질긴 고기는 어떻게 하면 부드러워질까요?
재미있는 식감! 에어 초콜릿을 만들어요
단단한 푸딩, 부드러운 푸딩의 차이
톡톡 터지는 팝콘, 그 비밀을 찾아서
인도의 치즈 파니르를 만들어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은 누가 사이좋게 만들까요?

#집에서하는과학실험 #과학 #실험 #과학실험 #초등학교과학 #초등학교실험 #오지마요시미 #생각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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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생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2
듀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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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생" / 듀나 / 폴라리스(현대문학)

SF 소설과 순정만화의 독특한 조합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을 선사하는 작품📚

신일숙 작가의 "1999년생"과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더욱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외계인과의 충돌 속에서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펼치는 모험으로, 흥미진진한 액션과 함께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단순한 SF 액션을 넘어, 환경 오염과 인간 존엄성, 그리고 온라인 사회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외계인의 침략이 오히려 지구의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은 환경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고전적인 SF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초능력자들의 활약과 그들이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흥미롭게 그려냈습니다.

"2023년생"은 SF 팬뿐만 아니라,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듀나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서사 능력이 돋보이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SF 문학을 만끽해 보세요!

p.23-24
~24
인류가 달과 태양계 여러 행성에 보낸 우주선에서 사진들을 보내온 뒤로 아담스키의 거짓말은 설득력을 잃었다. 그런데도 그 램프 뚜껑들은 이 사기꾼이 죽은 뒤에도 여전히 하늘을 가로질렀고 꾸준히 사진에 찍혔다.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만든 게 분명한 거대한 전구들을 반짝이며.
그 램프 뚜껑 하나가 지금 비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p.41
이건 단순한 존재론적 공포 이상이었다. UNESPC는 이런 생각의 조각들이 외계인의 세뇌 도구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배후로는 늘 한 사람이 지목되었다. 자헬 킬레츠. 20명의 수석 중 가장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다른 수석들이 본부와 함께 자폭하는 동안에도 킬레츠는 어디에 있는지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예측할 수 없던 끔찍한 일이 터져 달려가면 거기엔 이 외계인 수석의 익숙한 흔적이 묻어있었다.

p.54.
비키는 평양에 돌아온 첫날의 남은 시간을 쩐 장군이 준 자료를 읽으며 보냈다. 자료는 두 권의 보고서로 이루어져 있었다.
1. 왜 그물자리 제타2가 외계인의 고향인가.
2. 왜 가루다 팀이 그물자리 제타2로 가는 첫 탐사대가 되어야 하는가.

p.124.
그렇다면 비키는? 칼라는 차라리 비키를 더 믿을 수 있었다. 친구로 삼을 수 있는 부류는 아니었다. 말 없고 수줍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버거워했다. 하지만 정직하고 믿음직했으며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자였다.
“순교자 타입이구나.”
부다예바가 말했다.
“2023년생은 중간이 없어. 자기 힘에 도취된 개자식이거나 혼자 고민을 짊어지고 가는 순교자 타입이거나.”


#2023년생 #듀나 #폴라리스 #현대문학
#신일숙 #1999년생 #SF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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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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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도 동정탑』 / 구단 리에 / 문학동네

🏆 2024년 제 170호 아쿠타가와상 수상적
🏆 히라노 게이치로, 요시다 슈이치 등 역대 최단 시간 심사, 심사위원 대호평

"많은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최근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이 AI를 활용해 집필한 작품인 『도쿄도 동정탑』에 주어졌다.

작가 구단 리에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작품 일부에 생성형 AI로 만든 문장을 사용’했다고 밝혔고, 이후 일본은 물론 한국의 언론과 독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작품에서 해당 문장이 사용된 곳은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부분이고, 이는 전체 분량의 약 2% 미만을 차지한다.

심사위원단은 ‘심사 당시 AI 사용 여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작품을 읽어보면 누구나 납득할 것’ ‘완성도가 높고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도쿄도 동정탑』은 소외와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범죄자를 동정받아야 할 존재로 정의하고, 도심 한가운데에 최첨단 교도소를 건립해 수감자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하는 근미래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회는 동정받아야 할 범죄자를 ‘호모 미세라빌리스’, 죄를 짓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살아온 비범죄자를 ‘호모 펠릭스’로 칭한다.

더불어 세워질 교도소의 명칭은 ‘심퍼시 타워 도쿄’이고, 이를 직역한 ‘도쿄도 동정탑’으로 불린다.

소설은 타워의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 마키나 사라, 그녀의 어린 연인 도조 다쿠토, 범죄자 동정론을 주도하는 사회학자 마사키 세토, 새 교도소를 취재하러 온 미국인 기자 맥스 클라인 각각의 시선을 통해 이 논쟁적 주제를 다각도로 그려낸다.


🎈
이 소설은 AI 시대에서의 언어와 인간성,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문장이 포함된 점에서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과 동시에 그 한계를 보여주며, 작품 전체에 걸쳐 언어와 건축물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매우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언어의 사용과 건축의 비유를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AI의 도입이 문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p.5. 바벨탑의 재현. 심퍼시 타워 도쿄의 건설은 머지않아 우리의 말을 어지럽히고 세계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다만 이 혼란은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오만해진 인간이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려다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 아니다. 저마다 이기적인 감성으로 말을 남용하고 날조하여 확대하고 배제한, 그 당연한 귀결로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은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독백이 된다. 독백이 세상을 장악한다. 대 독백의 시대가 도래했다.

p.13. 나는 미래가 보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실제로 보는 것 같은 환시 현상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재능이라느니, 초능력이라느니, 예술적 영감이라고 말하려 하지만 물론 단순한 직업병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거대한 건축물을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건축가라면 누구나 같은 병에 걸린다. 다루는 건물의 규모가 클수록, 도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병이 진행된다. 한 번 지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을 구상하면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느긋하게 잠꼬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p.17. 데생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해낼 자신이 있었고, 한자를 암기하는 것도 반에서 가장 빨랐다. 하지만 가타카나를 쓰는 건 아무리 연습해도 소용없었다. 초등학생이나 외국인도 나보다 훨씬 잘 쓴다. 심지어 한 사무실 직원에게는 "정신 이상이 있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이 쓸 법한 글씨"라는 평을 들은 적도 있다. 가타카나를 만든 이는 상종 못할 인간이다. 아름다움도 자부심도 느낄 수 없는 따분한 직선인데다 알멩이는 허접하다. 그런 주제에 어느 나라의 언어도 다 포섭하겠다는 뻔뻔함이 있으면서, 어디 한 획이라도 빠지면 그 즉시 막대기로 변해버리는 구조물에 애착이 생길 리 없다. 어떻게 해도 생리적 혐오감이 나의 가타카나를 왜곡시킨다.

p.22. "가엾고, 동정받아 마땅한, 호모 미세라빌리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음해본 그 말은 어감만 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내 언어 감각은 그 단어를 발음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맥을 무시하고 그냥 왠지 말해보고 싶은 단어가 있는데, 호모 미세라빌리스도 아마 그런 단어에 가까울 것이다. '범죄자'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면 물론 그보다 더 나은 건 없다. 하지만 세상이 완전히 '호모 미세라빌리스'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다. 남들 앞에서도 실수하지 않고 말할 수 있고, 나는 모든 일에 빨리 적응하니까. 가엾고, 동정받아 마땅한, 호모 미세라빌리스 여러분.

p.24. 묻지도 않은 것을 멋대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맨스플레인 기질이 AI-built의 싫은 점이다. 똑똑하고 공손한 양식을 잘 꾸미는 건 실제로는 치명적인 문맹이라는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다. 아무리 학습 능력이 뛰어나도 AI는 자신의 약점을 직시할 힘이 없다. 언어를 무상으로 훔치는 것에 익숙해져 그 무지를 의심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차별'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기까지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어왔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호기심을 가질 수 없다. '알고 싶다'라는 욕망을 품지 않는다.

p.42. 석양이 완전히 침식되자 경기장 전체가 환상적인 보랏빛으로 물들어 도쿄의 풍경을 한순간에 수십 년이나 가속시켰다. 그때까지 분명 그곳에 존재했을, 황혼에 물들어가는 향수어린 도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되어 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한 여자의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저마다 현실의 삶이나 감정을 품은 사람들이 그곳을 물리적으로 왕래한다. 오직 기적이라 할 그런 광경을 나는 언제까지 질리지도 ㅇ낳고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생명력을 띤 구조물은 주변 빌딩 숲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을 양분으로 삼아 독자적인 진화를 이룬 거대 생명체처럼 보인다. 도쿄가 만들어낸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체. 그 생명체가 반투명한 개폐식 지붕을 지느러미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도시를 이동하는 SF 영화 같은 영상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녀에게는 의지가 있고, 그녀의 의지가 이 잡다한 도시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건축이란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건축은 도시를 이끌고 미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p.43. ...이어야 한다. ...해야 한다. 강한 의지와 의무를 나타내는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고 비정서적인 말들이 내 안에서 뽀글뽀글하며 계속 기포를 일으킨다. ...이어야 한다. ...해야 한다. 이 말들은 나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준비해두는 견고한 기둥이자 대들보였다. 늘 이런 화법으로 타인에게나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압박감을 주는 경향은 내가 사는 집에서 조금이라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모호한 요소를 뿌리째 배제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일지도 모른다, ...가 더 낫다 등 시멘트로 굳히기 전의 모래처럼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는 수명까지 남은 수십 년을 지탱할 수 없다. 설령 형태가 없는 말일지라도 집 내부에서 완전히 쫓아내지 않으면 발판이 불안정해 서 있을 수도 없다. 단 일초도.

p.51. 저나 여러분이 지금까지 '범죄자'가 되지 않았떤 건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태어난 곳이 마침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범죄와 엮이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해준 어른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좋은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어른들이 칭찬해주고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다음에도 좋은 일을 해야겠다"라는 동기를 부여해줬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을 반복하는 동안 눈앞에 험난한 벽이 가로놓여도, 형편없는 실수를 해도, 앞을 바라보고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미래에 대한 의식이 작동하면 죄를 저지를 때 어떻게 되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도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를 것 같은 순간에 강력한 자제력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당신의 행복한 특권 덕분입니다.

p.57. 범죄자가 되는 이유를 개인의 인격과 의지박약 등에서 찾는 건 이제 전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말과 현실이 크게 괴리되어 있는 것이죠. 저는 스스로를 우수한 인간이라고 자만하며 범죄자를 한 묶음으로 배척하는 사람이 훨씬 더 죄가 깊고 냉정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자제력 있고 지능이 높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면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이를 존중하고 진정으로 동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을 동정하는 일이야말로 행복한 특권을 갖고 태어난 호모 펠릭스의 의무 아닐까요. 이것이 삼십 년에 걸쳐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계속 고민해온 제가 확신을 갖고 제시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p.76 “질문하면 뭐든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AI의 싫은 점이야. 나는 AI가 아니야. 우선 스스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어. (…) 나는 중간식이 적혀 있지 않은 해답에는 동그라미를 치지 않아. 치는 사람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안쳐, 절대로. 우연일지도 모르는, 재현성 없는 성공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야.”

p.84. 이름은 물질이 아니지만, 이름은 언어이고 현실은 언제나 언어로부터 시작돼. 정말이야. 이 육상 세계를 움직이는 건 수학이나 물리를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인간이라고. 그래서 나도 꽤 쓰라린 경험을 해왔고. 너는 안 그래? 이건 말이지, 보기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야.

p.97 “나는 나약해. 나의 나약함을 알고 있어. 그 나약함 때문에 이 세상 도처에서 아름다운 형태와 질감을 지닌 견고한 건축물을 눈 밝게 찾아내는 거야. (…) 이건 입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되는 말이지만, 아름답지 않은 형태와 질감을 지닌 물체는 단 하나도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그래서 추한 형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

p.109. 그녀가 쌓아올리는 말이 무언가를 닮은 듯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AI가 구축하는 문장 같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세상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망을 집약시킨, 또한 비판의 여지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답변. 평화. 평등. 존엄. 존중. 공감. 공생. 질문을 입력하자마자 스크롤을 재촉하는 성급한 글자들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것들이 긍정적이고 빈곤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을 일단 상상하자, 아무리 그녀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도 모든 것이 AI-built의 언어로만 들려왔다.

p.156. 나는 내가 그저 우연으로 태어난, 아무 필연성도 목적도 의지도 없는 나약한 생명체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안다. 원래라면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불만을 들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인간에게 쓸모 있기 위해 개발된 기계가 아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걷고, 말을 배우고, 돈을 벌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다. 행복해지는 것도 불행해지는 것도 내 마음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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