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소리의 증명
단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기술 발전이 인간의 욕망을 제한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세 개의 자아를 가진 소년의 내적 갈등과 정체성 탐구를 그린 소설
✏️
태서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만 들리는 두 목소리, 냉소적이지만 미움받기 싫어하는 '1호'와 제멋대로이며 반사회적인 '2호'와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태서를 '3호'라 부르며, 그가 문명재건청이 삽입한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하는데, 태서는 이러한 목소리들과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노력한다.
문명재건청이라는 조직이 벌이는 거대한 사회 실험을 배경으로, 개인과 사회 간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계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전자잉크 태블릿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 지문 인식은커녕 열쇠만 사용하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가 개인의 운에 따라 결정되는 세계에서, 자유란 제한된 반경 안에 선택지 몇 가지가 주어지는 일일 뿐이다.
✏️
단요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착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소년과 나쁜 아이를 위한 자리가 없는 세계'에서 개인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자유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인 것 같다.
33.
나는 처음에는 목소리가 좋았고, 일곱 살에는 목소리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으며, 아홉 살이 되자 지쳤다. 애써 목소리를 달래보아도 어른들은 나를 말썽쟁이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말썽이야말로 자제력의 산물이라는 걸, 내 노력이 없었더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졌으리라는 걸 결코 상상하지 못하는 듯했다.
89.
3호가 프로그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애가 규칙을 잘 지키고 성실한 데다 참을성까지 넘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내게 그런 성격을 주입할 이유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내 머릿속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공포가 도덕이나 순응 따위를 흉내 낼 뿐이었다. 나는 3호의 존재가 고마운 한편 두려웠고, 살아본 적 없는 모든 삶을 향해 질투를 느꼈다. 처음부터 그 애처럼 태어난 덕에 애당초 이런 감상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사람들. 나를 제외한 사람들.
125
“고통은 단절이지. 비슷한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도무지 나누기 어렵고, 심지어 당사자들마저도 종종 의견이 갈려 다투는 거야. 더 큰 문제는, 어떤 고통은 흔하지만 어떤 고통은 아니라는 것이고. 감기는 누구나 한 번쯤 걸리지만 교감신경성 위축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니 말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는 목소리를 듣는 삶을 모르지. 너와 나는 단절되었다는 감각만을 나눌 수 있을 뿐이야.
260.
이유야 어떻든 나는 스스로 세상의 멍에에 메일 수 있다. 연구원들이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지 않더라도, 누군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가 선량하길 바란다. 사람들을 속여 넘겨 박수갈채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흉내와 거짓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가 되길 바란다.
#신간 #신간추천 #소설 #한국소설 #장편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책벌레 📚🐛
#출판사 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기쁘게 읽고, 진심을 다하여 #서평 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