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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 꽃도 필요 없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도서제공
🌿 나오키상 역대 최고령 여성 수상 작가 아사쿠라 가스미의 소설집. 코로나 시절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사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 「레이와의 마른 참억새」
화자는 일용직 파견 사무소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60살 언저리의 여성. 매주 금요일 현찰로 받는 일당에서 집세와 공과금, 식비를 계산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도 어떻게든 해왔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력사무소에서 괴짜로 통하는 '그 사람'으로부터 낡은 단층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노년의 소망과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 「도토루에서」
58세 무네시게는 커피숍에서 50년 지기 친구인 겐의 새로운 연애 이야기를 듣는다. 4년의 병치레 후 얼마전에 죽은 아내를 향한 순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연애를 하는 겐을 바라보며 무네시게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질투인지 애정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남자의 대화 사이에 녹아있는 알 수 없는 감정들..
🏢 「이미 충분해, 정말로」
아키토와 고코나쓰는 젊은 연인이다. 한때는 멋진 건물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낡아버린 15층 맨션을 배경으로, 코로나로 일상과 미래의 계획이 흔들리는 가운데,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렇게 서로 만질 수 있는 것.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되뇌는 연인의 이야기. 제목에 붙은 '정말로'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애틋.
🤸♀️ 「비상용 휴대 주머니」
열다섯 살 후미의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후미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하며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한다. 아버지는 언제나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하지만, 후미는 막연한 낙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을 알고 있다. 남들처럼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리 밑 풀밭에서 혼자 공중제비를 돌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한다. 어른들의 사정과 자신의 미래 사이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려는 후미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 「모두 꿈속」
남편의 외도, 그리고 외도를 마주하자 그 아이가 내 아이인 건 맞냐 되물었던 남편과 이혼한 뒤 8년 동안 홀로 아들을 키워온 리쓰카. 전남편을 이제는 '조 아저씨'라고 부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거와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지난 몇 년이 꿈같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리쓰카는 자신은 줄곧 꿈속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꿈같은 시간 속에서도 아이는 하루하루 자란다. 이혼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과 아이의 성장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이야기.
✏️ 코로나라는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경제적 어려움, 노년의 고독, 오래된 관계의 미묘한 감정, 불확실한 미래, 이혼 이후의 일상까지..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관도꽃도필요없다 #아사쿠라가스미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