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사용설명서 (1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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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심리학 도서로, 2010년 처음 출간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감정사용설명서』 가 15주년을 맞아, 너무 예쁜 스페셜 에디션 양장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짝짝짝 👏👏👏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는 원인을 짚어주며,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우울증 등 다양한 감정을 다스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각 챕터마다 상황에 맞는 예시와 실천 가능한 연습 방법이 포함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줍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죠.

저는 진짜 왕F라서 감정의 노예가 될 때가 많아요. 흑흑...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의 감정때문에 힘든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감정을 새롭게 발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감정사용설명서 #생각의날개 #심리학 #치유 #신간 #신간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책벌레 📚🐛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담아 #서평 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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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이은미 옮김 / 서사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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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협찬✨️

요코하마의 한 코인 세탁소를 배경으로, 일상 속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힐링 소설 🫧

아카네는 악덕 부동산 회사에서 3년간 일하다 퇴사하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중 세탁기가 고장 나면서 우연히 집 근처에 있는 코인 세탁소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따뜻한 매니저 마나를 만나고, 불쑥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말하는데...

마나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아카네는 평안을 서서히 찾아간다.

요코하마의 해변 도로와 항구 도시의 특색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마치 요코하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으로 인해 외부에 빨래를 널기 어려워 세탁업이 발달한 요코하마의 특성을 배경으로, 세탁소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속사정과 치유과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큰 위로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책이다. 『연남동 빙굴빙굴빨래방』이 생각나는 책이지만 빙굴빙굴빨래방에는 미스터리가 있고 요코하마 코인세탁소에는 미스터리 대신 따스함만 가득하다는 게 큰 차이다.

담백한 문체와 섬세한 묘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소설로, 이제 막 건조된 세탁물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안녕하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자동문이 열리고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럼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좋은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져 나왔다. 달콤한 꽃향기 같으면서도 향수처럼 진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냄새. 비누 냄새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데님 재질의 앞치마를 두른 가날픈 여자였다.
"뭘 도와드릴까요?'
여자의 말은 특별할 게 없었다.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흔히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아카네의 마음속에 들어와 훅 꽂혔다.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 내 인생.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한 이 인생.

41.
유리문을 열었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만큼 따뜻하고 좋은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흘러나왔다. 빨래를 만져보았다.
와아..


아카네는 저도 모르게 배스타월을 뺨에 갖다 됐다. 마나가 말한 대로 바짝 말라 있어서 햇별에 말린 듯한 냄새와 온기가 그껴졌다. 마치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을 끌어안은 것처럼 마음이 누그러지고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없던 힘을 짜내서 세탁하러 오기를 정말 잘했다.





#요코하마코인세탁소 #이즈미유타카 #서사원
#일본소설 #신간 #신간추천 #힐링 #힐링소설 #세탁소 #코인세탁소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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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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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협찬✨️

📖 『순일중학교 양푼이클럽』 / 김지완 / 자음과모음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중학교 3학년 네 친구—예은, 보민, 종희, 시래—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작품 📚

학교 별관 다목적실에 모여 양푼이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빙수와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중학생 4명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는 소설인데,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예은의 연애에 대한 고민을, 보민의 식이 강박을, 종희의 가족 문제를, 시래는의 진로에 대한 갈등,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이고 그 나이의 아이들이 (물론 엄청 극대화시키긴 했지만)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각자의 아픈 이야기가 양푼이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장 과정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공감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은 함께하는 것의 가치와 곁에 있어 주는 일의 힘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청소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양푼' 혹은 '양푼이'란 음식을 담는 데 쓰는 아가리가 넓은 형태의 놋그릇을 가리킨다. 요즘은 보관이나 세척의 편리성을 위해 알루미늄 또는 스테인리스로 많이 제작되는데, 그 바람에 '스테인리스 보울'이라는 다소 세련된, 한국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양푼이에는 다양한 재료를 비벼 먹기 좋은 음식이 담긴다. 이때 재료의 식감이나 향의 조화로움은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일단 커다란 양푼이 안에 이것저것 넣고 비비기만 하면, 여럿이 달려들어 음식을 나눠 먹기만 하면, 뱃속과 마음이 함께 따뜻해지고 충만해진다. 함께 먹는 사람에게 정이 든다.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네 고통은 네 고통이고 내 아픔은 내 아픔이라고 딱 잘라 구분 짓는 일. 몸과 마음이 곪은 너를 두고 깊은 밤 혼자 곤히 잠드는 일. 윤예은과 손보민, 전종희와 최시래가 서로의 외로움과 슬픔과 상처를 외면하는 일.

그것은 용품이 안에서 밥 한 분까지 세세하게 섹션을 나누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만 네 거니까 잘 살펴 드세요, 하는 것과마 찬가지로 붙가능한 일이었다. 냉정한 일이었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동그란 그릇 안에 담긴 운명 공동체이자 감정 공동체이니까.

이 클럽의 강령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혼자 울게 두지 않을 것"이었다.

#순일중학교양푼이클럽 #김지완 #자음과모음 #양푼이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신간 #신간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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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가디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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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독서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뒤집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는 책📚
(무려 독서가 아닌, 비독서에 대한 책이다!!!)

프랑스 파리 8대학의 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모든 책을 읽을 수 없으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비독서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1. 전혀 읽지 않은 책,
2. 대충 훑어본 책,
3.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책,
4. 읽었지만 내용을 잊어버린 책.

이를 통해 독서 경험이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책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자유롭게 표현할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며, 책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계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의 세부 내용에 집착하기보다는, 책이 다른 책들과 맺는 관계와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총체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책을 안 읽고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결코 아니라, 모든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지식의 깊이를 새로이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얘긴데, 책 제목에 비해 쉽지 않은 책이다!!!

읽지 않고 아는 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너무 심오해!!!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인 방민호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값싼 기술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 과연 책을 읽었다는 것은 무엇이며 읽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든 책을 다 읽어야 하는 헛된 낭비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그러면서도 책과 지식과 진실을 숭상해온 전통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지켜나갈 수 있는가? 이 책을 읽지 않고 이 책의 진면목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이 책은 단순히 읽지 않고 말하는 기술에 관한 책이 아니라, 모든 책을 다 읽지 않고도 우리들 삶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지혜에 관한 책이다."


#읽지않은책에대해말하는법 #피에르바야르 #김병욱 옮김 #가디언
#신간 #신간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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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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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와 가난한 양반의 딸 덕주의 만남을 중심으로, 두 여성이 함께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역사 동화에요.

덕주는 아버지로부터 "여인은 자신을 낮추고 없는 듯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을 향한 열망이 가득하죠.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나의 어머니대까지는 그렇게 듣고 살았을거에요.)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빙허각'이라는 호를 가진 신기한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덕주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돼요.

빙허각은 덕주에게 글을 쓰고 공부하는 여성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었고, 덕주의 눈 속에 있는 '불'을 알아봐주죠.

덕주와 빙허각의 모습을 통해 조선 시대 여성들의 어려웠던 삶과 그들이 겪었던 제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덕주와 빙허각이 고난을 뚫고 『규합총서』를 집필하는 과정은 여성의 자아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줍니다.

아동문학이긴 하지만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그 시대, 여성의 몸으로 『규합총서』, 『청규박물지』등 을 남겼던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감사합니다.

스승님이 있어 지금, 우리 여성들이 설 수 있었어요.


26.

"계녀서와 소학언해라, 그 책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그게, 저는....."
할머니가 흐뭇하게 물었지만, 덕주는 글씨를 익혔다고 답하기가 난감해서 우물거렸다. 할머니는 덕주를 지긋이 한번 보더니 점쟁이처럼 말했다.
"혹시 그걸 옮겨 쓰면서부터 새벽에 언덕을 올라오는 건 아니냐? 어럼풋하던 생각이 한결 선명하게 떠오르고, 그 생각을 쫓다 보면 낯선 기분이 들지?"
덕주는 깜짝 놀라 할머니를 바라봤다. 글을 옮겨 적다 보면 머릿속을 스치는 짧은 생각도 책에 적힌 문장처럼 또렷하게 떠올라서 우습다고 여기던 중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러면서부터 마음이 뒤숭숭해진 것도 같았다
"맞아요. 그걸 어떻게 아셔요?"
"꿈꾸지 말라는 책을 봐도 마음은 자라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지."
할머니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눈가에 열은 미소가 스친 듯했다. 덕주는 할머니가 내준 떡을 쥐고 은행나무 아래에 한참 서 있었다. 다시, 가슴이 울렁거렸다.

54.
덕주는 하는 수 없이 책을 들고 마루에 걸터앉았다. 마당에 둘러앉은 아주머니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덕주는 목을 가다듬고는 소리내어 책을 읽었다.
"홀로 남은 소녀는 좋은 계책을 떠올렸다. 남자의 옷으로 같아입고 밤이면 병서를 읽고 낮이면 말달리기와 창 쓰기를 익혔다. 그 용맹과 지략이 뛰어나 세상에 겨룰 사람이 없었다."
이야기가 이어 나가면서 덕주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아주머니들은 숨죽인 채 귀 기울였다. 고아가 된 소녀가 안타까 워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누구 못지 않은 재주에 감탄하며 웃기도 했다. 소녀는 과거에 급제했고 전쟁에 나가 두려움 없이 적을 무찔렀다 덕주도 어느새 장군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이 벅차올랐다. 덕주는 웃으며 책을 덮었다.

62.
"규합에 어찌 인재가 없으리오."
덕주는 그 말을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규합은 여성이 거처하는 방이나 안채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여인 중에도 뛰어난 이가 있으리라는 뜻이다. 되새길수록 마음에 드는 말이다.

80.
"그런데요."
덕주는 입을 열었다. 바다에서 강으로 물이 밀려들 듯 말이 마구 차올라서, 쏟아내지 않을 수가 없다. 고요하던 강도 밀물이 들 때는 더없이 소란한 것처럼, 할 말이 차오를 때 좀 방정맞고 시끄러워지는 건 하는 수 없다.
"먹고 사는 데 도입이 되는 책이라면서,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들은 읽을 수 없는 글자로 쓴 게 이상하지 않나요? 그 진짜 글자라는 걸 아무나 배율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말씀하신대로 글자 공부부터 하려면 밥벌이도 하지 못할 테고, 그러면 글을 배우기도 전에 꼴딱 굶어 죽어 버리고 말 텐데,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연구하는 게 대체 뭔 소용이래요."


85.
"그렇지만요.
덕주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디듬으며 주먹을 쥐었다. 기왕
이리 만났으니. 한 번쯤 말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까 오래 남는 책을 쓰고 싶다고 하셨지요. 더 쉬운 글자로 쓰면 더 많은 사람이 볼 텐데요.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아끼는 책이 더 오래 남지 않을까요?"
"호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88.
"저처럼 반기는 이들이 무지 많을 거에요. 언문으로 귀한 지식을 담은 책을 쓰는 건, 둑을 터서 고인 물을 흐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아주 대단한 일이죠."
...
.
"아이고. 누가 들으면 난이라도 일으키는 줄 알겠구나. 나는 그저 그동안 공부한 책에서 유용한 내용을 찾아 정리하는 것 뿐이야."
할머니는 짐짓 엄하게 꾸짖었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간 진서로 써 오던 글을 뒤로 하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인데도, 할머니는 오히려 가뿐해 보였다.
"기왕 언문으로 쓰기로 했으니, 그간 공부한 내용에다가 내가 아는 살림법을 보태서 새로운 책을 써 보자꾸나. 이 책은 건강을 지키고 집안을 다스리는 법, 그러니까 살림에 관한 모든 지식을 담은 총서가 될 거다."
할머니는 책의 목차도 다시 세웠다. 음식과 술을 만드는 법도, 옷을 짓는 법칙, 농사짓는 즐거움, 몸을 건강히 하는 비결, 길흉을 다스리는 비법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편의 글을 써서 하나의 책으로 묶을 것이라고 했다.

112.
"그 두사람이 별난 거잖아."
덕주는 밤새 잠을 설쳤다. 가슴이 울렁거리다 못해 부대꼈다. 덕주는 벌떡 일어나 계녀서와 소학언해를 옮겨 적은 공책을 펼쳤다. 어둠 속이라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글자들은 선연하게 떠올랐다. 덕주가 평생 해야 할 일과 행동과 생각은 이미 다 정해져 있다. 그대로만 하면서 살면 된다는데,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할까.?

116.
덕주는 바위에서 벌떡 일어나 품숲을 걸어 다녔다. 진흙에 젖은 짚신이 질질 끌렸다. 아버지가 보시면 야단치실 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아무래도 저 강물 때문에 그런가 봐요. 멀리까지 뻗은 강 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따라 흘러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그중의 절반은 여인일 텐데. 정말 그 많은 여인이 이리 똑같이 사나. 정말 모두가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사나 궁금해져요.'

173.
"그동안 잘 지냈느냐. 얼굴이 수척해졌구나."
할머니는 덕주의 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덕주는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입을 꼭 다물었다. 그때 선돌댁이 다가와 할머니의 팔짱을 끼고는 신명나게 외쳤다.
"자아, 우리도 책거리 잔치라는 걸 한번 해 봅시다."
그제야 덕주는 할머니의 손에 들린 작은 보따리가 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할머니는 덕주에게 보따리를 내밀었고, 덕주는 얼른 받아 풀어 보았다. 제일 위에 놓인 책의 겉장에 '규합총서'라는 제목이 보였다.
"책을 다 쓰고 나서 좋은 이름이 없을까 고민이 깊었는데, 바깥양반이 이 이름을 지어 주었구나. 그동안 그사람도 날 돕느라 고생이 많았거든. 규합은 안주인이 거처하는 방을 말하고, 총서는 온갖 지식을 찾아 모은 책을 말하니,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인 듯 하구나."

187.
"어디 보자. 그러고 보니 우리 딸 눈에도 불이 담겼구나. 네 마음을 밝히고 다른 이들에게 온기를 전해 줄 불이란다."
"'그러면 아버지 눈에도 불이 있겠네요."
아이는 맹랑하게 종알거렸다. 윤보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기와 눈이 닮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해 들었던 세찬 강물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했다. 윤보는 그리움에 젖어 미소를 지었다.
"그 불을 끝끝내 지켜낸 사람들이 있단다. 너도 그럴 수 있을거다."

191.
규합총서는 여성이 직접, 여성이 하는 일에 관해 한글로
쓴 책입니다. 당시 여성도, 살림도, 한글도 그리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한 걸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죠. 빙허각은 '규합총서'와 '청규박물지'뿐 아니라 산문과 시도 쓰고, 한문 소설을 한글로 번역하기도 했대요. 이를 엮어 빙허각전서를 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 전쟁 중에 사라졌다고 해요. 널리 퍼졌던 규합총서만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전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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