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따옴표 같지, 늘 진지하니까. 나는 좀 정신없어서 쉼표같고, 우윤이는 기본 표정이 물음표고, 의외로 해림이가 단단해서 마침표고…………… 너는 말줄임표다. 말줄임표." - P175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해하는 말 같은 것들은 규림은 천천히 생각했고 그렇게 여과된 것들을 끝내 발화하지 않을 것이었다. 타고난 대로, 어울리는 대로 말줄임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 P175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 P178

"할머니는 할머니의 싸움을 했어. 효율적이지 못했고 이기지 못했을지 몰라도. 어찌되었든 사람은 시대가 보여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으니까."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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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행위는 읽기라고, - P72

사람의 기억이란 어디서 분절이 생기는 것일까? - P99

마티아스는 오브제가 말을 하면 견디지 못할 인간이었다. 솔직하고 신랄하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시선에게 큰 해방감이었으리라 경아는 짐작할 수 있었다. - P117

부당한 도시에서 오로지 서로만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었기에 사람을 꺾는 모멸감 속에서 사랑이 싹텄던 것이다. 독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 P122

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조각한다. 조각하다가 아예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폭력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폭력의 기미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얻은 감지력을 유용하게 쓰는 사람도 있고 절망해 방치해버리는 사람도 있어서 한 가지 결로 말할 수는 없다. - P126

친교의 범위가 단정하고 좁은 우윤은 새로운사람과 만나고 친해지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지수가 해코지를 당할까봐 늘 걱정했다. 지수의 입장에선 기우처럼 느껴졌다. 지수에게는 잘 작동하는 촉이 있고, 약간의 아슬아슬함을 감수하더라도 지금까지 몰랐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라 여겼다. 사람이 제일 신나는 모험이었다. - P130

"언니, 그거 알아? 비둘기들도 매들도 원래 바위 절벽에 앉는 새들이라 도시에 적응한 거야."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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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만 남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순전 여자들만 - P9

어린 시절 그 그림에 반해 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가 누군가의 부인이란 설명이 먼저 오는 것에 아연함을 느꼈었다. 이렇게 대단한 걸 그려도 그보다 중요한 정보는 남성 화가의 배우자란 점인지, 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벽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 하게 되었다. - P15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 P21

직선으로 느리게 걷는 것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택해야 하는 어려운 길입니다. - P30

"유명세는 모든 걸 왜곡시켜버리는 경향이 있어." - P61

특정 나이 전의 기억은 쉽게 휘발된다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다. - P65

근데 원래 예술보다 예술 조금 옆이 더 재밌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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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은 별일 없을 때 탄생한다. - P11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P15

초점을 어디에 두든, 눈길은 밖으로도 안으로도 향해야 한다. 작은 것은 큰 것을 비추고 인간은 섬이 아니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다름‘이다. 삶의 비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P16

삶의 의미는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자유롭다. 삶의 의미는 관계로 이루어진다. 이 책의 초고를 완성한 후, 우리 자신을 주위의 모든 것과 연결하는 실에 대한 긴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가는 실들이 모여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만든다. 그 촘촘한 관계망 안에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거대한 합창단을 이루며,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 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런 실타래가 바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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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물질적 존재라는 것, 쉽게 파괴되지만 쉽게 회복되지는 않는 존재 - P425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서도 빠져 있었다. 진정한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 P449

독일이 침공해온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테니스를 치거나, 잡담을 하거나, 맥주를 마실 것이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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