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그 사람이 가지고 올 불확실한 미래까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신오는 지금까지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누군가를,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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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아니, 거짓말은 그 자체가 의도이고 사건이다. - P60

사고로 위장된 사건은 있어도 사건으로 위장한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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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나락으로 보내려 안간힘 쓰는 걸까. 도대체 왜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멋대로 공론화하고 거짓말까지 얼기설기 덧붙여 온갖 데로 퍼 나르는 걸까 - P144

내 얕은 식견으론 정의할 수 없는 울림과 충격이 마음을 휘젓다가 뒤덮었다가 짓눌렀다. 압도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나는 상영관을 떠나지 못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고혹적인 장면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무엇보다 이런 괴상하고도 우아한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 P150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 P184

하드보드지처럼 두껍고 견고한 사랑도 있을 테지만, 대개의 사랑은 습자지 같아서 단 한 방울의 반감과 의심으로도 쉽게 찢어지는 것 같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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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멋지지 못한 남자가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주목받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캐릭터를 그가 아주 잘 연기하고 있다고 말이다. - P106

"저도 좀 달라져보려고 해요. 그러니까 외모를 좀 바꿔보려고요." - P116

제가 아는 한, 프라이드 혹은 자긍심이라는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 얻었다가도 어느 새 잃게 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게 프라이드란 언제나 작고 연약한 어떤 것입니다. - P127

모욕과 혐오가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든든한 바운더리, 그게 길티 클럽의 마력이었다. - P143

그의 반응은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의 반응과 유사했다. 한때는 김곤에 열광했지만 그 사건 이후 바로 등돌린, 빠에서 까가 된 사람들의 반응과도 흡사했고, 그들은 옐로 저널리즘과 사이버 레커의 가짜뉴스에 홀려 김곤의 작품을 철저히 외면하고 왜곡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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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새치는 집안의 유전이었고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는데도, 지난 삼 년 동안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흰머리를 보며 그녀는 새삼 놀라곤 했다. 그러면서도 기묘하게 자학적인 충동이 일어서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드문드문 희게 빛나는 커트 머리가 아직 젊음이 깃든 그녀의 얼굴괘 대비되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 사실이었다. 상처에도 약간의 메이크업은 필요한 법이니까. - P58

우리 여자들 모두 가슴에 소화되지 못한 아픔 하나쯤 품고 살잖아요? - P59

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 P64

눈 내리는 연말의 밤거리를 통과하면서 은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 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녀 자신만의 것이었으므로, - P81

상처를 발화하는 건 얼마간 수치를 감당하는 일이다. 제때 처치하지 못해 괴사한 피부나 병으로 도려낸 가슴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 수치를 겪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필사적으로 저항해 왔다는 걸 이제 알겠다. 세간에 떠도는 치유와 극복의 서사에 수동적으로 편입되느니 차라리 나만의 절망으로 고꾸라져 내파되기를 바랐다는 것도.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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