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나락으로 보내려 안간힘 쓰는 걸까. 도대체 왜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사건을 멋대로 공론화하고 거짓말까지 얼기설기 덧붙여 온갖 데로 퍼 나르는 걸까 - P144

내 얕은 식견으론 정의할 수 없는 울림과 충격이 마음을 휘젓다가 뒤덮었다가 짓눌렀다. 압도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나는 상영관을 떠나지 못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고혹적인 장면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무엇보다 이런 괴상하고도 우아한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 P150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 P184

하드보드지처럼 두껍고 견고한 사랑도 있을 테지만, 대개의 사랑은 습자지 같아서 단 한 방울의 반감과 의심으로도 쉽게 찢어지는 것 같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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