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나 모든 일을 가능한 한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그런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받아들이고 또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앞으로 올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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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실종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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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의문투성이였다.
카를의 부모는 왜 아들을 혼자 낯선 나라로 보낸걸까. 하녀를 임신시켰다고? 외삼촌의 지인인 폴런더씨는 무슨 목적으로 카를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걸까 그린 씨의 무례한 행동을 폴런더씨는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 또 폴런더 씨의 딸 클라라는 무엇 때문에 카를을 함부로 대하는 걸까.
외삼촌은 자신의 원칙을 조카가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낼 수 있을까
외삼촌에게 쫓겨난 후 조그만 여관에서 만난 로빈슨과 들라마르슈. 이 둘은 무슨 권리로 카를 로스만에게 함부로 구는걸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뒤흔들어도 되는걸까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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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 P23

미안해하지 않는 것 같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은 그 맨얼굴은 그 자체로 폭력과 상처가 되었습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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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그는 중요한 것은 일의 종류가 아니라 어딘가에 자리 잡고 계속 버텨 내는 것임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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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 P9

나는 내가 본 것이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 P10

사고 첫날, 외국 언론에서 조난자의 수온별 생존시간을 따져보는 사이 한국에서는 사망시 보험금을 계산했다. 사람들은 권력이 생명을 숫자로 다루는 방식에 분개했다. - P10

이름을 들었다. 학생, 실종자, 희생자, 승객이라 불릴 때와 달리,
그들의 가족이 늘 불렀던 방식으로, 본명으로, 별명으로 불리는 걸들었다. 가족들로서는 살면서 만 번도 더 불러본 이름이었을 거다.
그 이름에 담긴 한 사람의 역사가 시간이 그 누구도 요약할 수 없는 개별적인 세계가 팽목항 어둠 속에서 밤마다 쩌렁쩌렁 울렸다. - P11

이 나라 국민들의 ‘안녕‘ 마지노선이 이제는 복지도, 교육도, 의료도 아닌 생존이 돼버린 것처럼, 놔달라 했다. - P11

정부는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고 민심을 달래는 ‘입‘이길 자처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이 간절히 원한 건 권력의 ‘귀‘였다. - P13

우리가 원하는 건 사과라고, 우리 마음을 좀 읽어달라는 것뿐이라며 영정을 안고 울었다. - P13

앞으로 우리는 누군가 타인의 고통을 향해 ‘귀를 열지 않을‘ 때, 그리고 ‘마음을 열지 않을‘ 때 그 상황을 ‘미개‘하다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P14

어떤 낱말이 가리키는 대상과 그 뜻이 일치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걸, 기의와 기표의 약속이 무참히 깨지는 걸 보았다. - P14

우리는 우리가 본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이 이제 우리의 시각을 대신할 거다. - P15

‘믿으라‘는 말이 ‘믿을 만한 말‘로, ‘옳은 말‘이 ‘맞는 말‘로 바로 설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 P15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었어요." - P16

아무리 노력한들 세상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과 그 고통이 담긴 타인의 몸이 있다는 걸 알았다. - P16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이해가, 경청이, 공감이 아슬아슬한 이 기울기를 풀어야 하는 우리 세대가 할 일이며, 제도를 만들고 뜯어고쳐야하는 이들 역시 감시와 처벌 이전에, 통제와 회피 이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인지도 몰랐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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