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기계는 그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직관은 AI가 따라잡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길 수 있을지를 걱정하진 않습니다. 5대 0으로 이길지, 5대 1로 이길지를 걱정할 따름이죠." - P356
"알파고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사람들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무력감과 공포감을 느꼈던 거다.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나약해 보였으니까. 이 승리는 우리가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증거다. 시간이 지나면 AI를 이기기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한 번의 승리・・・・・・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한 번으로 충분했다." - P390
"알파고가 나보다 반드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인간은 인공지능을 상대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습니다. 더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게 참 아쉽습니다. 바둑은 아마추어이건 프로이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즐거움이 곧 바둑의 본질이지요. 알파고는 분명 막강하지만, 바둑의 본질은 알지 못합니다. 나의 패배는 인류의 패배가 아닙니다. 이번 대국으로 드러난 것은 나의 약점이지 인류의 약점이 아닙니다." - P398
"일종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내가 최고라고, 적어도 최고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제대로 결정타를 날렸죠.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요.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바둑을 뒀습니다. 그때 바둑은 예의와 매너가 전부였어요. 게임보다 예술을 배우는 것에 가까웠죠. 크고 난 후에야 바둑을 두뇌 게임으로 생각하게 됐지만 배울 때는 예술이었어요. 바둑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달라졌어요. AI가 도래하면서 바둑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버렸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에요. 알파고는 나를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무너뜨렸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바둑을 뒀지만, 은퇴는 진즉에 결심했어요. AI가 등장한 후로는 내가 최정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복귀해서 미친듯이 노력해 최고의 바둑 기사가 되더라도, 최고일 수는 없어요. 세계 최고가 되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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