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류의 역사에서 팬데믹은 부족 본능을 자극해 집단끼리 뭉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그것이 팬데믹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방어 기제이기 때문이다. - P57
자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와 국민은 타국을 비난하면서 자존감을 지키고 안심할 수 있다. 이것이 편견의 심리다. - P64
반향실 효과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을 함으로써 획일적 견해로 수렴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필터링해주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보 편향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 P64
나는 혐오나 경멸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집단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현상을 ‘이모데믹emodemic, emotion + epidemic‘이라 부르고자 한다. 사회심리학 연구를 보면 전염병의 위협이 증가할 때 노인, 외국인, 장애인, 심지어 비만인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늘어난다. 다수와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외집단 사람들이 병원체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 P65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은 두 가지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체계를 ‘시스템1‘과 ‘시스템2‘라 불렀는데 시스템1은 직관적·정서적 사고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무의식적이며 즉각적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시간이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 P66
반면에 시스템2는 이성적. 합리적 사고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시스템1과 달리 주로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작동하며 주의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정확하지만 반응 시간은 길다. - P66
직관과 감정은 이성보다 빠르고 편하며 작동 비용이 덜 든다는 얘기다. - P66
이모데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즉각적인 감정 및 이런 감정과 연결되어 부족 본능을 만드는 시스템1의 작용을 억제하고 역지사지에 가까운 시스템2의 인지적 공감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시스템2를 활용하여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타인의 상황을 인지함으로써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P68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다보면 서로 극단에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사실 닮은 점도 많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하다보면 타인과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수 있다. - P70
캠페인으로 쓸 용어는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 P71
우리 인간은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오직 인간만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굶주린 아이들에게 공감력을 뻗칠 수 있다. - P72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공감능력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내밀한 성공 비밀이다. 우리는 문명을 이룩할 만큼의 공감력과 과학/의료 기술을 가진 유일한 종이다. - P73
이번 팬데믹은 사피엔스에게 던져진 거대한 시험이다. 이 시험의 핵심 문제는 과연 ‘인류가 공감의 반경을 더 넓힐수 있겠는가?‘일 것이다. 이 시험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지 모색해봐야 한다. - P73
팬데믹은 방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크게는 인류문명의 기원, 성장, 멸망에 관한 대서사다. - P76
사이코패스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 중 하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에 놀이가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놀이는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예행 연습이기도하다. - P79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군가에게 소속됨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수없이 많은 연구에서 동료들과 즐거운 상호 작용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높고 더 행복하며 정신과 신체가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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