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이 되고 어떻게 변하든 항상 그리고 누구에게나 시작점, 첫 번째 방향을 제시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적어도 스스로 지난 세월의 잔해 속에서 이 첫 번째 순간을 찾아내, 무엇이 우리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탄생시켰는지 자신에게 또는 자식이나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P70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항상 매우 친절하다. 그리고 과하게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관대하다. 이것이 첫번째 교훈이었다. - P74

자기 일에 전념하는 사람은 언제나 큰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산다. - P75

그의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의 전 생애가 마치 박물관처럼 이곳에 모여 있었고, 방금 시작된 것과 완성된 것, 토르소와 깨진 잔해가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다. - P76

그는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었고, 나는 그런 모습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자기가 초대한 손님이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낮인지 밤인지조차 몰랐으며, 시간도 장소도 잊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작품과 그 너머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가 성취하고자 했던 더 높고 더 진실한 형태만 응시했다. - P79

시간과 공간과 세상을 그토록 완벽하게 잊을 수 있다니, 젊은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큰 충격이었다. 그 한 시간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과 성과의 궁극적 비밀을 확실히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집중이었다. 크든 작든 어떤 작업이든, 수행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너무 자주 수백 가지 사소한 일에 분산되고 쪼개지는 의지를 진정으로 원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영혼의 결단이 있어야만, 오직 그런 결단력으로만 진정으로 일할 수 있다. - P80

그 한 시간에, 나는 지금까지 내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다른 마법은 없다. 나는 그 한 시간에 이것을 깨달았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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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지해." 나는 말했다. "그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낄 뿐이야." - P99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진척되는 듯했고, 아마 그래서 내가 물러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모르겠다. 얼마 뒤에는 이 관계 역시 근래에 맺은 다른 모든 관계와 비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기엔 바로 그 친밀함이, 그 신뢰가 없었다. - P107

세월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친밀함의 문제야, - P107

여러 해가 흐른 뒤에도 가끔 그녀의 눈 속에 얼핏 스치는 그 시절의 다른 자아는 라인벡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는 순간 희미해지기 시작해 소도시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점점 더 흐릿하게 멀어지곤 했다. - P111

예전에는 그런 감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예전에는 우리가 젊음의 어떤 절정에 도달했다는 감각, 우리가 여전히 젊다는 게 아니라 아직은 그런 척할 수 있다는, 더 젊은 자아로 슬쩍 되돌아가 다시 대학 시절의 그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건 속임수이자 가장 놀이였고, 우리는 그 놀이를 자주는 아니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을 만큼은 이어갔다. - P112

"그런데 가장 무서운 건 뭔지 아니? 이젠 문제가 뭔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내 말은, 데이비드가 날 배신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런 거라면 쉽겠지. 어쨌든 문제가 이거라고 짚을 수라도 있을 테니까." - P119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화가 난 건 기만당해서였고, 짜증이 난 건 그들이 이 소식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으며, 슬픈 건 그런 일이, 어쩐지 없을 거라고 애써 믿었던 그 일이 이제 정말로 일어날 것 같아서였다. 모든 것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벅찼다. - P123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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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하는 자의 사각은 추적당하는 것이다. - P503

일단 기대가 생겨나면 마음은 그것을 계기로 독자적인 움직임을 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대가 어긋났을 때 사람은 실망하고, 실망은 무력감을 부른다. 마음에 틈새가 생기고 경계가 허술해진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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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상황이나 만남이 우리 삶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따금 가져야 한다. 왜 이 직업 또는 저 직업을 선택했고, 왜 이 도시, 이 집을 선택했을까? 삶의 최종 방향을 제시한 결정적 계기는 실제로 무엇이었을까?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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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팔다리에 저릿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니, 그의 내부에는기묘한 공간이 생겨나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공동空洞이었다. 그 공간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결락이며 틀림없는 무無였다. 우시카와는 자신의 내부에 생겨난 그 낯선 공동에 주저앉은 채 일어설 수 없었다. 가슴에 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그건 아픔이 아니다. 결락과 비결락의 접점에 생긴 압력차 같은 것이다. - P461

그가 느끼는 따스함은 아픔과 짝을 이루어 찾아온 것이니까. 아픔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따스함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건 교환거래같은 것이다. - P465

그가 당면한 극심한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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