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들은 대답에 이르는 길들이다. 대답이 언젠가 주어지게 될 경우, 그 대답은 사태실상에 대한 진술 속에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어떤 변화 속에 존립할 것이다." - P144
"모든 인간 존재의 근본에 어떤 결핍의 원리가 있다." - P164
달콤한 것을 먹여 사랑스럽게 보살펴도 우리 육신은 반드시 무너지고, 비단으로 감싸 곱게 보호해도 목숨에는 끝이 있네. - P185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 P186
"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누구를 사랑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니까." - P344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이제 4권 읽었다. 지난 날 독서 기록을 찾아보니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2016년에 읽었다. 그 이후에 ‘흰‘이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질 않아 미뤄두다가 이제야 펼쳐보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흰‘을 읽으며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이 안 된다. 장르가 뭐 중요한가, 작품 속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가 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지. 어쨌든.‘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난 그저 ‘흰‘이라고 하면 그저 순결함, 깨끗함, 고결함, 순수함 정도만 떠올렸는데......흰 것에 대한 목록 속에 ‘하얗게 웃다‘가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웃는다는 건 어떻게 웃는 것일까. 그건 어떤 웃음일까. 아이들의 환한 웃음일까.그런데 작가는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이란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졌다.
그들 자체가 사랑이었다. -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