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장들은 예수의 삶에서 가장 반향이 큰 부분은 그의 인생이 시작된 지점과 끝난 지점이라고 확신했음에 틀림없다. - P83
그런데 이 전시실을 다시 지나가다가 이렇게 포착된 예수의 삶 중에서 그가 설교를 하고 다니던 시기, 다시 말해 ‘그의 말 자체가 주역이 되었던 시기‘는 거의 모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설교인 산상수훈 Sermon on the Moun taing 묘사한 그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교훈을 담은 우화를 그리려는 노력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P83
작품들을 지켜보는 일을 하는 나는 이 작품을 본래의 의도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 P85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 P86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생물 수학이 웃기는 게 가끔은 나도 장외 홈런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야. 멋들어진 순수 수학뿐 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거든. 믿기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 들어. - P103
위대한 예술이 그렇게 쉽게 평범한 환경과 섞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 P107
대학에 다닐 때는 대성당 벽에 그린 작품이나 고전이라 불리는 책으로 남긴 위대한 예술은 입을 헤벌린 채 쳐다보는 것 혹은 눈을 크게 뜨고 뚫어져라 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 P107
차 창문 밖으로 평범한 도시의 삶이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는 조깅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들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으리라는 증거들로 넘쳐났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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