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버지를 운동시키려 매일 그렇게 열심인데 노인은 그런 아들의 마음 따윈 헤아리지 않는 듯했다. 마음이야 백번 헤아린다 해도 술에 관한 한 제어가 안 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아버지 역시 그랬으니까. 명주는 모두 그렇게 제 위의 하늘만 보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P66
하지만 나쁘기만 한 인생은 없는 것 같았다. 자린고비 아버지가 살아 생전 열심히 부은 연금으로 엄마가 살았고 지금은 명주가 살고있으니. - P67
사람도 너무 빡빡하믄 매력 없잖여 - P71
마침내 긴 간병의 터널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도 잠시, 혼자가되었다는 두려움이 벨소리의 여운처럼 온몸으로 퍼져갔다. - P11
한 여자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다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사회현상이라고 부른다 했던가.* 명주는 어디선가 읽은 글귀를 떠올리며 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처럼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었다. - P18
"이 일이 교훈이 되어줄 거다. 제목을 알리지 않고 이 이야기를 읽었다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야. 그들이 충격을 받은 건 바로 그 제목 때문이야. 조심해!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단어들은 때때로 상상할 수도 없는 파문을 몰고 와." - P281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지만,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 - P286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런 행동은 정말로 순식간에 일어나고, 이내 이런 의문이 우리를 괴롭힌다. 그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 P288
멀어진다는 건 멍하게 취하는 것이다. - P251
정말 굉장하다! 식물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다른 어떤 장소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울림이 내 목소리에서 울려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던 라블레의 표현들조차 온몸에 털이 쭈뼛 서게 만든다. 마치 땅 밑에서 균사체가 퍼져나가면서 같은 종류의 버섯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처럼. 어떤 책을 읽든 그걸 듣는 청중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내 스승의 가르침이다. -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