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다른 사람의 말은 절대로 전해주지 않는다니까. - P224

그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래요?"
하고 말할 뿐 그냥 위로 올라갔다. 나쁘진 않았다. 정말 우습기도했다. 그러니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하기만 하면 상대편은 이쪽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게 마련이다. - P235

그애는 얼굴을 베개에 약간 파묻은 채 자고 있었다. 우습게도 입을 벌리고 자고 있었다. 어른이 입을 딱 벌리고 자면 꼴불견이지만 어린애는 그렇지 않다. 어린애는 베개에 침을 마구 흘리고 자도 우습게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 P237

"앨리가 죽은 건 나도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좋아할 순 있잖아? 누가 죽었다고 해서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둘 순 없지 않니?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천 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 P254

"변호사라면 괜찮지만...... 내겐 역시 매력이 없어. 내 말은 항상 죄 없는 사람의 생명을 구해준다든가 한다면야 변호사도 좋아.
하지만 막상 변호사가 되면 그런 일은 하지 않거든. 그들이 하는 일이란 돈을 모으든지 골프를 치든지 브리지를 하든지 차를 사든지 마티니를 마시든지 명사인 체하든지, 뭐 그런 짓이나 하게 된다 이 말이야. 가령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실제로 한다 해도 그것이 정말 사람의 생명을 살려주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굉장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소망에서 그랬는지 모른단 말야. 다시 말해서 재판이 끝나면 법정에서 신문 기자나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서 치사한 영화 장면처럼 칭찬을 받고 사람들이 등을 어루만져주고 하는 그런 으리으리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야망에서 한 것인지 모른다 이 말이야. 자기가 엉터리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니? 그게 문제야." - P255

"‘만나면‘을 ‘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 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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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독하다. 뇌 속에서는, 우리는 특히 고독하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뇌 속에까지 놀러와 주지는 않는다. - P132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난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1초 1초마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저주하게 된다.
그러나 고통뿐 아니라 애초에 신체적 감각을 느끼는 일 자체가 내가 나한테 얽매여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 P134

뇌 속에서, 의식 속에서, 주구장창 무겁다, 춥다, 아프다,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일이다. 그것을 누군가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돈을 받는다. - P136

그리고 아픔을 견디고 있을 때, 사람은 고독하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우리가 느끼는 격렬한 통증을 뇌에서 꺼내어 건네줄 수는 없다. 우리의 뇌 속으로 찾아와 느끼고 있는 아픔을 함께 느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P138

내 안에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의 감각을 계속 느낀다는 것이다. - P139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란 것이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란 것도 있다는 단적인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 그것을 공유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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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캔디니 껌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가지고들 갔기 때문에 강당 안은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밖에는 비가 오고 나만 비를 맞지 않는 아늑한 곳에 와 있다는 착각을 주는 냄새였다. - P181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령 10만 번을 가보아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두 마리의 물고기를방금 낚아내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중일테고, 사슴은 여전히 예쁜 뿔과 날씬한 다리를 하고 물웅덩이에서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젖가슴을 드러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같은 모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183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 쪽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이를 더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결코 더 나이를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변한다는 것뿐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외투를 입고 있다든지, 지난번 짝이었던 여자아이가 홍역에 걸려 다른 애와 짝이 되었다든지 하는 것이다. - P183

또는 에이글팅거 선생 대신 다른 선생이 인솔한다든지, 또는 부모가 욕실에서 지독한 부부싸움을 벌이는 소리를 들은 다음이라든지, 또는 가솔린 무지개가 떠 있는 길가의 물웅덩이를 지나왔다든지 하는, 우리 쪽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설명할 기분이 날지는 의문이다. - P183

어떤 사물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 - P184

무엇인가를 너무 잘하게 되면 사실 본인이 조심하지 않는 한 거드름만 피우게 되는 격이다. 그러면 훌륭한 연기나 연주와는 끝이다. - P190

영화의 엉터리 같은 이야기에 눈이 빠지도록 우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본질적으로 야비한 것들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 P209

그 녀석은 나와 심각한 대화를 나눌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 이런 것이 똑똑한 인간들의 문제다. 놈들은 자기가 그럴 기분이 아니면 절대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 P216

이런 지적인 자식들은 자기가 좌중을 지배하지 못하면, 지적인 대화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자기가 입을 다물 때가 되면 상대편의 입도 닥치게 하려 든다. 자기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다른 사람들도 각자 방으로 돌아가게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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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얼토당토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 - P130

만나서 조금도 반가울 것이 없는 사람에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늘어놓고 있다니! 하지만 살아가고 싶으면 그런 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 P134

나는 목사라는 자들에 대해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다닌 학교마다 모두 목사가 있었는데, 모두 설교를 시작할 때마다 판에 박힌 거룩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 P153

왜 좀 자연스런 목소리로 말할 수 없는지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는 정말 위선처럼 들린다. - P154

멋지다고! 내가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멋지다는 말이다. 그것은 가식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 P161

돈이란 항상 끝판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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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언제나 누구누구가 가는가를 알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녀석은 어디서 배가 난파당해 구조를 받게 되더라도 구명정에 타기 전에 노를 젓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반드시 묻고 나서야 탈 것이다. - P59

어른들이란 절대로 남을 신용하려 들지 않는다. - P60

어떤 것은 좀처럼 기억해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 P65

그 녀석은 바보천치라고 하면 화를 냈다. 바보천치들이란 하나같이 남들에게 바보천지라는 말을 들으면 화를 내는 법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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