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모두에 맞서서 계속 싸운다면 그 강인함을 다 써버리게 마련이다. - P408

어쨌든 법적인 의미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발자크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소중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 P409

발자크는 다시 투자나 사업이나 부자와의 결혼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사업, 곧 예술만이 자기를 절망적인 상황에서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P420

그는 예술을 위해 태어났고, 거기 몸을 바친 사람이었다. 예술가에게는 의사가 다른 환자에게는 처방해줄 수 없는 한 가지 치료제가 있었다. 예술가는, 그리고 오직 예술가만이 자신의 고통을 서술함으로써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그는 쓰라린 체험들을 마음을 뒤흔드는 형상들로 바꾸고, 사나운 자기 삶의 압박들을 창작의 자유로 바꿀 수 있다. - P421

발자크의 의지가 작동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난다. - P421

발자크는 이런 극단적인 곤궁상태에 있을 때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 P421

<잃어버린 환상>은 사실주의의 초상화이고, 그때까지 프랑스 문학이 알지 못했던 삶의 폭을 가진 시대의 초상화이다. 그 옆에서, 그리고 그 가장 깊은 곳에서 발자크는 자신과 결정적인 대결을 벌였다. - P422

그는 두 인물을 통해서 한 작가가 엄격하게 자신과 작품을 고수할 경우 그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빠르고 무가치한 명성의 유혹에 굴복할 경우에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묘사한다. - P422

당시 파리의 좁은 세계의 한 단면을 생각한 것이지만 <잃어버린 환상>은 모든 시대의 모범이며, 모든 시대에 타당한 것이다. 그것은 자부심과 분노와 경고의 책이다. 초조함과 욕심으로 자신을 비천하게 만들지 말고, 수많은 저항을 하면서 강하게, 점점 강하게 되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바로 이 극단적인 곤궁의 시간에 발자크는 자신을 향한 진정한 용기를 찾아낸 것이며, 자기 생애의 가장 큰 파국 한가운데서 그는 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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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거야. 나비는 꽃들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모습이 아름다운 건데. 하지만 태풍에는 반드시 눈이 있는 법. 모든 말은 실상 그 한 점을 향해 몰아칠 뿐이다. 말의 탁류에 휩쓸리며 도이치는 몸을 일으켜 그 정지된 점을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움켜쥐고, 뽑아냈다. - P39

"전 괴테가 모든 것을 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말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도 괴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말하려고 했구나, 그런 생각은 듭니다. 그게 저에게 힘이 되었어요." - P86

"괴테는 개인의 한계를 꽤나 의식하고 있었어. 직업의 전문성도 강하게 주장했고, 예술은 제약 속에서 태어난다고도 말했지. 하지만 자네가 말한 대로 괴테는 무한함을 추구하는 자신의 본성을 바꿀 수도 없었어. 그러니 거기에는 스스로 경계하는 의미도 있었을 거야. 다양함과 복잡함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언제나 혼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는 말도 했는데, 그 자신이 바로 그랬겠지." - P89

그런 뒤에 결국 자신은 자기가 쓴 책을 그대로 덧쓰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깊게 잠겼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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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의 온갖 생각, 힘, 행위의 소산일 말, 말, 말・・・・・・ 그러나 그는 지금 그 안에서 새로운 생각이나 힘, 행위의 태동을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일단 언어화된 생각이나 힘이나 행위는 핀으로 꽂아 표본 상자에 가지런히 넣어둔 나비처럼 두 번 다시 날갯짓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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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없이 떠벌리기를 좋아하고 굉장히 허풍스러운 겉모습 뒤에서 실제로는 무엇이든 가장 안전하게 숨길 줄 알았다는 것은 발자크의 천재적인 전략이었다. - P374

강한 빛은 강렬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라면 눈에 띄지 않거나 아니면 선량한 미소로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약점이나 어리석음이라도, 세계에 대한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셰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발자크의 경우에는 거의 기묘한 것으로 보인다. - P392

개인의 힘으로는 셀 수 없는 실타래로 연결된 익명의 권력에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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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받는(또는 그렇다고 느끼는)것은 대상화되는(또는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거기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 P82

내가 여기서 유일한 관찰자라고 믿었다. 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나! 다른 사람들도 내게 탐색하는 시선을 보낸다는 걸 안다. 더욱이 여기서 우리는 당신에게 고정된 눈들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놀란다. 우리가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언제나 서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우리는스스로에 관해 곰곰이 생각한다. 음흉해서라기보다는, 머지않아 정말로 떠밀려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늘 각자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 얼굴에서 쇠락의 흔적들을 만져본다. - P85

어떤 유형이 되었든 사회화는 언제나 다소간 암묵적이거나 또는 명시적이고 코드화된 학습을 거친다. 그러한 학습은 일군의 기호와 신호, 부드럽거나 덜 부드러운 명령, 지시와 매 순간 사방에서 돌발하는 경고와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든 새로운사회화, 재사회화는 새로운 실천, 새로운 행동, 새로운 존재 양식, 그러니까 자기 자신의 재교육과 우리가 이제부터 기입된 새로운 세계의 틀 안에서 타인과 맺는 관계의 재교육을 거쳐야만 한다. 요양원에서 산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유형의, 자기와 세상에 대한 재학습을 함축한다. - P87

어빙 고프먼이 말한 ‘자기 영토territoire du moi‘"는 나이들면서 불가피하게 축소된다. ‘자기 영토‘란 우리 존재를 규정하는 권리, 장소, 공간, 관계의 총체를 뜻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영토‘는 위축을 거듭해 마침내 한 장의 나귀 가죽에 지나지 않게 된다. - P92

한쪽에 있는 의사 집단과 다른 한쪽에 있는 환자 및 그와 가까운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언제나 그렇듯, 환자와 그 근친들에게는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의 순간이 의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전문직 활동의 틀 안에서 처치하고 해결해야 할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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