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 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 주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 P56
대화는 한참을 그런 식으로 -어색하게 띄엄띄엄 - 뚜렷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계속되었다. 분명 폴과 개릿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예컨대 내가 심리학과에서 일하던 시절, 폴의 연구 주제, 개릿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예민하게 반응할 거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 없이는, 애초에 오래전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런 주제들 없이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 P178
사실은 부모가 되면,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더 불행해진다는 상당히 강력한 증거도 있다,라고 말했다. - P182
"아이들이 둥지를 떠난 뒤에도요. 나이가 들어 향수에 젖은 채 인생을 돌아볼 때조차도. 그때조차 자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더라는 거죠." - P182
미술은 달빛 가득한 다른 세계에 속한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 P43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은 분명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 P44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사랑받은 적도, 사랑한 적도 없었던 고독한 한 소년과 고독한 한 소녀, 덴고와 아오마메.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그들이 달이 두 개인 1Q84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온갖 시련과 위협을 극복하고 그들은 결국 만나 1Q84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로서로의 신뢰와 사랑만이 그 어떤 시련과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작가는 말하려는 게 아닐까.
공동체에 책과 서평이 필요한 이유는 사유의 방향을 틀기 위해서다. - P28
맥락 없는 책 읽기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 우리 자신의 잘못된 실천을 고전에 빗대어 정당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 P29
우리는 직접 경험한 본 것(seeing)보다 기존의 통념(believing)을 더 신뢰한다. - P34
불안이 고운 흙이라면 ‘안정‘은 콘크리트다. 후자는 변형이 어렵다. - P35
선과 악은 ‘사실‘이 아니라 강한 사람의 뻔뻔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