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띠는 뜨거운 생각을 낳고
뜨거운 생각은 뜨거운 행동을 낳지.
이 뜨거운 행동이 바로 사랑이야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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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거닐다 보면 낯설고 먼 땅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옆구리를 찌르는 동반자도 없이 혼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도시를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놀랍도록 몰입하게 되는 경험인지 알 것이다. - P63

그림을 보다가 페르메이르가 포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가끔 친숙한 환경 그 자체에 장대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가 바로 그 느낌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었다. - P69

그것은 나의 형 톰의 병실에서 끊임없이 들었던 느낌이었고, 쥐 죽은 듯 고요한 메트의 아침이면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느낌이기도 했다. - P69

옛 거장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에너지를 전부 쏟아, 한 사람의 짧고 힘든 삶을 통해 모든 경의와 두려움을 묘사한 것 같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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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와 내가 같은 사람과 독특한 우정을 맺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어떤 의미에서 평행하면서도 별개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 P268

가끔 나는 칼리가 이러는 모습을 보면 슬퍼졌다. 따지고 보면 사실 진짜 문제는 그 여자가 아님을 나는 알기 때문이었다. 칼리를 정말로 괴롭히는 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고, 그것을 그 여자에 대한 온갖 미움으로 표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 P273

한동안 우리는 히메나가 그리웠다. 대학 신입생이 처음 몇 주 동안 부모를 그리워하듯이 히메나를 그리워했다. 히메나가 우리 옆에 있다는 것, 우리 둘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 때 느꼈던 위안을 그리워했다. - P285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 P287

히메나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보낸 그 길고 나른한 날들에서. 어쩌면 딴생각을 하게 해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거실에 타인의 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도 오래 칼리와 함께 지냈기에 가끔 잊고는 했다. 독신일 때는 그것만으로도, 같은 공간에 누군가가, 타인의 몸이, 얘기를 나눌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 P289

대니얼은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며, 연인이 생기면, 특히 상대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는 더욱 조심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았다. - P303

어떤 면에서 우리는 그저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다. 정신적 외상을 일으키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나는 성격상 그것에 대해 말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편이었지만 타냐는 훨씬 더 내향적이고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이었다. 타냐의 성정은 주위에 벽을 쌓고 담요를 누에고치처럼 둘둘 감은 채 소파 위에 누워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 P305

"텔레비전에 죽음에 관한 내용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 줄 알아? 아는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그걸 깨닫지 못하지. 그러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사방이 온통 죽음이야. 잊으려고 애쓰는 바로 그것을 일깨우지 않는 방송을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어." - P313

"사람의 마음이 어떤 차원에서 저항하는 거겠죠. 누군가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 P316

"그런데 그것이 대니얼의 선택이라면 - 다른 가능성 말이에요.
- 대니얼이 침묵을 선택한 거라면, 그럼 괜찮아요. 그이의 침묵이잖아요. 미스터리이고요. 그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다만 그이가 조슈아트리에서는 절대로 불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 P317

내가 아직 대니얼을 알지 못했던 그 시기에 대해, 그때 대니얼이 얼마나 예민한 아이였는지에 대해. 연설을 마치며 그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자식을 땅에 묻는 불가해한 과제 앞에서는 인생의 그 어떤 경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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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만들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그건 진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혹은 뭘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위한 소일거리에 가까웠다. 게다가 파티에 갔을 때 현재 내가 왜 무직 상태인지를 설명할 편리한 방법이기도 했다. - P244

다른 모든 면에서 히메나는 무척 확신이 강하고 침착한 사람 같았지만, 예술에 관해 얘기할 때는 갑자기 모호해지고 작아지고 수줍어졌다. - P249

그해 봄에는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은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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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이 별거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알렉시스는 나와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요즘 자신이 굉장히 어두운 곳에 빠져들었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 저녁에 시내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고. - P205

그건 몇 달 전에 시작된 우리 둘의 놀이였다. 책에서 관련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 따르면 부모에게 중요한 것들을 아이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그런 경험은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리아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부분 내가 더 어린나이에 좋아했던 음악-조이 디비전, 더 스미스, 에코 앤드더 버니맨 같은 종류의 밴드-을 소개해주었다. - P214

나는 내 아버지가 내게 했을 법한 방식으로 리아의 오류를 바로잡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노래가 리아에게 그런 의미라면 그 의미가 맞았다. 내가 뭐라고 그걸 망가뜨리나? - P216

리아는 자기가 한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혹은 이해는 하지만 왜 벌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 P217

배경에서 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가, 엘리엇 스미스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 P230

포솔레* 수프. 나는 마흔세 살이었다. 둘째 아이가 막 태어났다. 그 밖에는 인생에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이 소박한 점심은 나의 비밀이었다. - P231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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