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만들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그건 진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혹은 뭘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위한 소일거리에 가까웠다. 게다가 파티에 갔을 때 현재 내가 왜 무직 상태인지를 설명할 편리한 방법이기도 했다. - P244
그해 봄에는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은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