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이. 더는 기적을 용인하지 않는, 신을 섬기지 않는 이 시대에 일어난 참된 기적. 그것은 선물인 동시에 저주이기도 해서 사람에게 은밀한 짐을 지운다. 내면에 그런 책임감을 떠안고 살다보면 조금은 말수가 적어지고 겸허해진다. - P235

심오한 진실이란 반드시 목격해야 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것을 이해하는 동안에는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바로 그런 진실을 보았고,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다. 하지만 별안간 엿보게 된 미래의 그림, 나의 보물은 과거의 신들이 내려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머리를 조아리고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새로운 신deity을 통해 나에게로 왔다. 나의 무녀는 컴퓨터였다. 믿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 P235

어떤 질문을 하는지만 봐도 그의 사고가 얼마나 탁월한지 감이 왔다(질문의 수준이야말로 인간을 가늠하는 척도인 법이다). - P237

생물학적 존재들은 정신없이 복잡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이해 못할 리듬 안에 갇힌 채, 경이로운 무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 P247

극심한 고통은 여러 방식으로 사람을 바꾸어놓는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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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지만 쉬쉬했던 추악한 비밀은, 그 무기에 이끌리고 그것을 만들도록 우리를 추동한 것이 권력이나 부, 명성, 영광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과학을 둘러싼 순수한 짜릿함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리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 P178

우리가 그 일을 한 건 프로메테우스가 준 선물을 극한으로 작열시킴으로써 인간의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 P179

그는 우리나라가 지적으로 탁월한 과업을 세운 것은 역사나 우연의 산물도, 일종의 정부 기획도 아니며 그보다 더 이상하고 근원적인 무언가 때문이라고 믿었다. 중앙 유럽의 한 나라로서 사회 전체에 가해지는 압박, 그 안에서 개개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극도의 불안, 그리고 비범하지 못하면 멸종하고 말리라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거였다. - P180

그는 전쟁을 일으키거나 카지노에서 돈을 따려고, 아니면 포커 게임에서 좀 이겨보려고 『게임과 경제 행동 이론』을 쓴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동기를 완벽히 수학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인류의 영혼 일부분을 수학으로 포착하려던 것이다. - P181

국제관계는 전과 달라진 게 하나 없었다. 그러니 새로운 창조는 아무 소용도, 의미도 없다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의 믿음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고,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음에 나는 진심으로 기쁘다. 그러나 처음에는 우리가 필히 파국으로 치달으리라 생각했다. 특히 그 작자들이 매니악을 이용해 수소폭탄을 만들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 P200

"원자폭탄 창조로 물리학자들은 죄악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앎은 도무지 잃을 수 없는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말했다. 그는 손에 피를 묻혔다고 느꼈다. - P201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게나 소름이 끼친다. 인간 발명품 중가장 독창적인 물건과 가장 파괴적인 물건이 정확히 동시에 탄생하다니. - P207

우주를 정복하고 생물학과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첨단 기술 세상의 많은 부분이 단 한 사람의 편집증적 집착으로 인해, 또 수소폭탄의 실현 가능성을 계산하느라 개발된 전자 컴퓨터로 인해 추진력을 얻었다. - P207

울람을 생각해도 그렇다.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무덤 속에 한 발을, 아니 두 발을 디뎠던 폴란드인 수학자가 이후 정신 나간 상상력을 발휘한 덕에 우리는 기적 같은 계산법을 얻었다. 그 기법이 마침 딱 알맞은 시기에, 마침 딱 알맞은 기술과 만나 수리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세상은 불타기 시작했다. - P207

기계가 못하는 일이 있다고들 한다. 기계가 못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내게 말한다면, 나는 언제든 그걸 해내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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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권위를 단 한 순간도 존중한 적이 없었는데 희한하게 그곳의 천재들은 그런 걸 괘념치않았다. 오히려 좋아했다. - P141

"자네가 사는 세계를 자네가 책임질 필요는 없는 거야." - P149

죽음 전에는 언제나 치욕이 온다. - P162

많이들 모르는 사실이지만, 남편은 인생을 순전히 게임으로 보았다. 얼마나 치명적이고 심각한지와 무관하게, 인간의 모든 활동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 P166

그는 언제나 모든 종류의 게임에 매료되었고, 깔끔히 정의된 규칙 안에서 인간이 상호작용할 때 생기는 다양한 작은 충돌과 갈등을 함축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했다. - P168

정말 모든 상황마다 합리적인 행동 경로라는 게 있을까? 조니는 이를 의심할 여지 없이 수학적으로 증명해냈으나 그건 오직 양측의 목적이 정반대로 다를 경우에 한정되었다. - P176

우리 이론 전체의 틀을 떠받치는 최대최소정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주체를 상정한다. 그런 주체는 오직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며, 규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자신의 이전 움직임을 모조리 기억할 뿐 아니라, 게임이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자신과 상대방의 행동이 일으킬 수 있는 결과를 오차 없이 파악하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확히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자는 조니 폰 노이만뿐이다. - P176

평범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거짓말하고, 속이고, 기만하고, 묵인하고, 음모를 꾸미지만, 동시에 협력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순전히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다들 자신의 감을 따른다. - P176

인생은 게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삶의 풍성함과 복잡함은 아무리 아름답고 완벽하게 균형 잡힌 방정식이라 해도 포착할 수 없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이란 존재는 완벽한 포커 플레이어가 아니다. 대단히 비합리적이기도, 의욕만 앞서기도, 감정에 좌우되어 온갖 모순에 종속되기도 한다. 사방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유발되는 것은 바로 그래서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성의 광기 어린 꿈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자비이자 이상한 천사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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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곡창지대였기에 전시기근으로 밀 가격이 치솟으면서 부자는 더욱더 부유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굴었다. 끔찍해 보이리란 것을 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인류에 관한 단순한 진실을 아주 일찍이 깨쳤다. 문 앞에서 악마가 문을 두드리는 와중에도 우리 인간은 춤출 수 있다는 것. 내가, 그리고 우리 대다수가 그랬다. - P82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아는 초현실적인 능력, 거꾸로 말하자면 오직 기본만을 보는 특유의 근시안은, 그가 가진 천재성의 비결인 동시에 흡사 어린애 같은 도덕적 무지의 이유였다. - P105

수학이란 신의 정신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숭배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수학에는 진정한 힘이 깃들어 있으며, 그 힘은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 그 힘은 오직 인간만이 소유한 능력에서 탄생했는데, 은혜로운 우리의 신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과 발톱 대신에, 그만큼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힘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 P111

그가 가진 능력이란 참으로 진귀하고 아름다워서 지켜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 나는 그것을 보았지만, 다른 것도 보았다. 우리 모두를 묶어두는 자제력을 상실한, 사악하고 기계 같은 지성. 그런데 왜 침묵했느냐고? 그가 너무 우월했으니까. - P111

대개 수학자들은 자신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폰 노이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증명한다. - P116

역사, 특히 고대 제국 쇠망사에 별나게 집착했던 연치는 나치를 무한히 혐오하면서도 정확히 언제 독일을 뜨면 될지 알 수 있으리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 그가 얼마나 정확히 미래를 내다보았는가를 지금 와 생각하면 전율이 인다. - P116

그의 예지력은 정보를 처리하고 역사의 물결에서 현재의 알갱이들을 걸러내는 뛰어난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능력이 있었기에 그는 진심으로 안심했으며,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내 꺾였을 과신에 차 있었다. 야노시는 실로 한참을 앞서 있어 마치 모든 것을 과거의 일처럼 돌아보는 듯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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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존재한다. 연치 폰 노이만과 우리 나머지 - P63

그는 논리를 향한 열정에 거의 전적으로 사로잡혔고, 사물을 유달리 명쾌하게 바라보는 이상한 재능덕에 너무 눈부셔 남들 눈에는 안 보이는 것들을 혼자 보고 살았다. 그의 시각은 감정과 편견으로 초점이 얼룩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불가해한 것이었다. - P68

연치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했다. 절대적인 진실을 좇았고, 현실을 지탱하는 수학적 기초를, 모순과 역설에서 자유로운 지대를 찾아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대한 이해를 빨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낮이고 밤이고 책을 탐독했고 공부에 매달렸다. - P68

그의 정신은 언제나 굶주려 있었다. 그는 생애 내내 정밀과학의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휙휙 옮겨다니면서도 절대 만족을 몰랐다. - P70

그는 균형과 평형감각과 조화로운 운동 기능을 한꺼번에 가동해야 하는 자전거 타기를 자신이 어떻게 이성을 쓰지 않고 터득했는지 이해할 수 없노라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몸이 저절로 생각한다는 거지? 땅에 얼굴을 박지 않게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동작을 어떻게 알아냈단 말이야? 생각을 멈춰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이런 단순한 행동들이 그를 평생 매료시켰다. - P71

나는 동물의 의식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그건 분명 인간의 의식보다 어둑할 것이고, 꿈같이 덧없을 것이고, 반쯤 녹은 양초처럼 작은 생각들은 절대 윤곽이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명쾌하게 생각하느라 기를 써야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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