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사람 돌보는 거나 동물 돌보는 거나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무언가가 되어 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보통의 시민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그렇기에 때론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이대로, 매일매일 똑같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현재지향적이다. - P110

결혼은 당연한 걸까. ‘이혼해서는 안 된다‘ 따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을 서약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는가족식 혼배미사를 도와준 신부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해 보고 아니면 그만둘 수도 있는 인생의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되도록 실패하지 않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 관계의 결말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가 내 인생을 흔들도록 두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서 신부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 P118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그 안에 포함된 사람은 물론이고 벗어난 사람에게도 특정 삶의 형태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미친다. - P122

국민의 삶이 변해 간다면 국가도 응당 그 변화에 응답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P123

제도가 금지의 형태를 갖는 것은 다른 이의 자유로운 삶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자유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지 자체가 제도의 목적이어서는 안 되며, 개인이 그려 나가는 삶의 지도를 국가가 대신 그려 줄 수도 없다. 더욱 다양한 욕망으로 다양한 관계로 가족을 꾸리려고 할 때, 제도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 P126

세상엔 "길을 비키는 사람이 몇 퍼센트는 있어야 할 거예요." 길을 비키는 사람이 약한 건 아닐 거라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무신경한 거라고 셋은 애써 서로를 위로한다 - P130

"좀 조심하지"라는 타인의 말에 담긴 염려를 모르지 않지만 그건 따져 보면 ‘내 잘못‘이라는 소리였다. - P131

‘안다’는 것은 기쁨인 동시에 외면하고 싶은 고통이었다. - P132

"하나만 물어도 될까?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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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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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이었다. - P48

나 역시 1인분의 책임이 있는,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진짜’ 어른이 됐다. 빈부 격차가 가져온 기회의 차이는 단시간에, 단 하나의 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어른인 내가, 또 우리가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어린 사람에게 ‘운‘이 되어 주는 일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얼굴을 내밀어 주는‘ 의지할 만한 어른의 존재다." 너무 빨리 어른인 척해야 했던 스무 해 전 나 같은 사람에게 나는 ‘곁‘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면 좋겠다. - P54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 P62

가난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구별되지 않는다. 문화와 교양과 취향으로도 드러난다. - P70

어떤 헤어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순간이 아니라 일생이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 P79

착각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 P81

"어차피 아무것도 그렇게 잘 알 수가 없습니다. 하여간 잘 안다고 해서 좋아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좋아하고, 상관없이 좋아하는 거죠. 좋아하는데 그 사람에게서 조금씩 다른 면을 보게되고, 그걸 보게 되는 과정도 즐기는 것,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참을 수 있고, 그래서 내 속의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이겨내고, 전엔 어색해했던, 삐뚤게 봤던 그 다른 면을 이젠 온전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게 덤으로 얻는 겁니다. 그 덤으로 내가 조금씩이지만 변하는 것 같습니다. - P81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재능 중 하나다. 꼭 그만큼 삶이 넓고 깊어진다. - P83

살아 있는 일은 마음에 그렇게 몇 번이고 무덤을 만드는 일임을, 슬픔은 그 모든 일을 대표하는 감정이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 P85

‘지나간다’는 말 안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웅크리고 있는지, - P89

어떻게 고통과 더불어 살아갈지, 어디에 서서 고통을 바라보아야 할지에 따라 고통은 다르게 해석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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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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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좋은 관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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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은 물음표로 남겨 둬야 한다고, 여전히 믿는다. - P7

세상에는 모르고 싶은 일과 모르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 P7

무언가를 기어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는 일이 많아지는 게 좋았다. 경합하는 진실을 따라 나는 기꺼이 변하고, 물들고, 이동하고, 옮겨 갔다. - P9

정말 궁금했다.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희생되어도 좋은지. - P17

수많은 ‘엄마’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박탈당한 기회를 생각한다. - P27

가치관 우선순위를 체크하는 테스트를 했을 때 우리는 둘 다 최우선 순위로 ‘나’를 꼽았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를 돌보고 아낀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우리의 건강함이 마음에 들었다. - P35

진심은 언제나 이처럼 생각지 않았던 방식으로 불쑥 고개를 내미는 법이다. - P39

"충분하다니?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그것은 생경한 미지의 언어다. 충분히 마시는 일이란 없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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