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그의 얼굴이 그녀에게 낯익은 것이 되었다. 그의 평범한 이목구비와 표정과 체구와 자세가, 고유한 이목구비와 표정과 체구와 자세가 되었다. - P92
말을 잃고 나자 그 모든 풍경이 조각조각의 선명한 파편이 되었다. 만화경 속에서 끝끝내 침묵하던, 무수한 차가운 꽃잎같이 일제히 무늬를 바꾸던 색종이들처럼. - P99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않을 거라고.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남루한 맥락에서 나는 플라톤을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그 역시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 P120
넌 나에게 말했지.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아름다움은 오직 강렬한 것, 생생한 힘이어야 한다고. - P122
삶이란 게 결코 견디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는 건 죄악이라고. - P123
어떻게 된 게, 이놈의 나라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야 한다니. 이제 그만 안 웃고 살고 싶다. 그냥 내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어. 집에서라도 나는 안 웃으련다. 내가 안 웃어도 화난 거 아니니까 오해 마라.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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