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통 두 개, 모탕, 벽에 걸린 갈퀴와 삽, 어쩐지 모든 것이 제 안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말하는 듯하다, 자신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쓰였는지, 모든 것이 그 자신처럼 나이들어, 각자의 무게를 지탱하며 거기 서서,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고요를 내뿜고 있다. - P43
물건들은 제각기 지금까지 해온 일들로 인해 무겁고, 동시에 가볍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 P43
그리고 이제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빨래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 P43
그의 연장은 빠짐없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대부분이 오래되고 손때 묻은 것들인데 그 모든 것이 금빛으로 반짝이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럴 수가, 생각하며 요한네스는 그 자리에 똑바로 서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어쩐지 원래 그대로이면서 전혀 다르다, 평소와 다름없는 물건들인데 왠지 귀해 보이며 금빛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묵직해 보인다. 여느 때보다 훨씬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 같으면서 전혀 무게가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 P44
여기 서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 영감탱이 같으니,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물건들을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고 있잖아,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 P45
요한네스는 언덕을 오르며 생각한다, 어쩐지 모든 것이 너무 다른걸, 사물들도 집들도 달라 보여, 더 무거운 듯하면서도 어쩐지 더 가벼워 보이고, 뭔가가 땅에서부터 그리고 하늘로부터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 P47
풀이 무성히 자라 막히다시피한 길을 걸어 만으로 내려간다. 거기 그의 배와 페테르의 작은 고깃배가 있고, 레이프의 배와 다른 배들도 계류밧줄에 묶여 있다. 멈춰 서서 만의 보트하우스들을 내려다보니 그것들 역시 어딘가 다른 느낌이다. 요한네스는 선 채로 눈을 감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보는 것마다 변해 있으니, 눈앞의 보트하우스들 역시 너무 무거운 동시에 믿을 수 없이 가벼워 보인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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