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건 문단을 조롱해주자는 거야. 어둠침침한 동굴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서로 칭찬하고 상처를 핥아주고 서로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면서 한편으로는 문학의 사명이 어쩌고저쩌고 잘난 소리를 주절거리는 한심한 자들을 마음껏 비웃어주고 싶어. 시스템의 뒤통수를 치고 들어가 철저히 조롱해줄 거라고. - P57
문학의 세계에선 좋든 싫든 돈을 초월한 동기가 일을 굴러가게 하는 거야. - P62
세계에는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있지만 아마도 이토록 편한 죽음은 없을 것이다. - P84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곳에 없다. 나는 동시에 두 개의 장소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정리에는 반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살인자의 선이다. - P86
"수학이란 물의 흐름 같은 거야." 덴고는 말했다. "물론 까다로운 이론도 아주 많지만 기본적인 이치는 대단히 심플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최단거리로 흐르는 것과 같이 수학의 흐름도 한 가지밖에 없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치가 저절로 보여. 나는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돼.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아. 의식을 집중해서 응시하고 있으면 자기 쪽에서 모두 분명하게 밝혀줘. 그렇게 친절하게 나를 대해주는 건 이 넓은 세상에 수학밖에 없어." - P103
"글쎄, 실제 인생은 수학과는 달라. 거기서는 모든 일이 반드시 최단거리를 택해 흐른다고는 할 수 없어. 나에게 수학은 뭐랄까, 너무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그건 내게는 아름다운 풍경 같은거야. 그냥 그곳에 있는 것이야. 뭔가로 치환할 필요조차 없어. 그래서 수학 속에 있으면 내가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어. 이따금 그게 무서워져" - P104
덴고는 말했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언어를 사용하여 내 주위의 풍경을 내게 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환해나가. 즉 재구성을 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나라는 인간이 이 세계에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그건 수학의 세계에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작업이야."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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