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그녀가 물었다.
"죽는 거요?"
"음, 그냥 죽는 게 아니라 곧 죽을지 모른다는 거요. 우리가 명단에 올랐기 때문에 죽는다는 거." - P202

"확실히 긴장은 돼요. 하지만 사실 난 매사에 긴장하며 살았어요. 수업할 때마다 긴장하고, 카페에서 주문할 차례가 됐을 때도 긴장하고, 일주일에 한 번 엄마에게 전화할 때도 긴장해요. 우리가 하는 이야기라곤 텔레비전에서 봤던 프로그램과 전날 저녁에 했던 요리가 전부인데도. 하지만 이제 정말로 긴장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죽어가는 사람들 명단에 내 이름이 올랐으니, 이번에는 긴장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 감정이 현실과 일치하는 듯해서 갑자기 기분이 나아졌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 P203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매사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비록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요." - P204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척하지만 사실 그건 피부색이 어떻든 권력자들이 당신을 기꺼이 엿 먹일 수 있다는 뜻에 불과했다. - P211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서늘한 안개 때문에 등대 너머로 펼쳐져 있을 바다조차 보이지 않았다. 등대에서는 램프가 돌아가고 주기적으로 경적이 울렸다. 마치 해안선을 따라 회색 커튼이 드리워진 듯했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마치 세상이 어떤 지점 너머로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 것처럼 텅빈 공간을 바라보는 듯했다. - P215

"생각하기 싫어서였겠지. 그 때문 아니겠니? 사람들이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보통 그거잖아." - P229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우선 그녀의 아버지와 아서 크루즈의 아버지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둘이서 뭔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 그 나쁜 짓이 무엇이든 간에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제시카는 확신했다. - P230

마거릿이 대학에서 에릭과 만난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들려주는 동안 잭은 왜 착한 여자는 꼭 나쁜 남자와 엮이는지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인생 최대의 미스터리는 아니더라도 미스터리임은 분명했다. 에릭은 당연히 그가 느낀 첫인상과 일치하는 인간일 것이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상대에게는 잘난 척하고, 자신보다 힘이 세다고 믿는 상대에게는 굽실거리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깡패. 에릭은 이 가여운 여자가 그의 곁을 떠나거나 신경쇠약에 걸릴 때까지 들들 볶을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이 채 십 분도 안 되는 사람을 두고 억측이 지나치다는 건 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확신했다. - P248

잭은 죽는다는 두려움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는 해도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 P252

운동화를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제러미의 모습은 제이에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타인에겐 상처지만 자신에겐 기쁨이 되는 일을 남몰래 해낸 것이다. 그 순간이 그에게는 전환점이었다. - P266

"어디선가 읽었는데, 인간은 사실 자기 죽음을 상상할 수 없대요. 만약 상상할 수 있다면 두려움에 마비될 거라고 하더군요." - P269

"예전에 정신과에 다닐 때, 아마 닥터 페니였을 텐데, 선생님이 그러더구나.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우울증의 장점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거라고. 내 삶에서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까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들이었어." - P281

외로움의 끔찍한 점은 항상 타인으로 치유되지만은 않는 것이라고 잭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쨌든 그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다른 사람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로웠다. 그는 거의 평생 그런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다. 오래전 누이가 죽은 뒤로, 그리고 부모님이 그 상실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뒤로. - P287

"친밀감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나 기회가 아니라 오로지 성향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칠 년이라는 시간도 서로를 알아가기에 부족할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칠 일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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