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밤의 달이 높이 장엄하게 떠 있었다. 격한 분노로 소진한 모렐 부인은 거대한 흰 달빛 가운데 서서 몸을 떨었다. 달빛이 몸에 차갑게 와 닿아서 그녀의 격노한 영혼에 충격을 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문 옆에 반짝이는 커다란 장군풀 잎사귀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고는 숨을 들이쉬었다. 떨리는 팔다리로 정원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뱃속의 아기는 요동을 쳤다. 잠시 그녀는 의식을 통제할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그녀는 마지막장면을 되새겨보았고 그리고 또다시 기억에 떠올렸다. 그때마다 어떤 말이나 어떤 순간이 그녀의 영혼에 붉고 뜨거운 낙인을 찍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지나간 시간을 반추할 때마다 그 낙인은 같은 곳에 찍혔고 급기야 그 흔적은 타고 들어가 고통을 소진시키고 마침내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