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밤의 달이 높이 장엄하게 떠 있었다. 격한 분노로 소진한 모렐 부인은 거대한 흰 달빛 가운데 서서 몸을 떨었다. 달빛이 몸에 차갑게 와 닿아서 그녀의 격노한 영혼에 충격을 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문 옆에 반짝이는 커다란 장군풀 잎사귀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고는 숨을 들이쉬었다. 떨리는 팔다리로 정원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뱃속의 아기는 요동을 쳤다. 잠시 그녀는 의식을 통제할 수 없었다. 기계적으로 그녀는 마지막장면을 되새겨보았고 그리고 또다시 기억에 떠올렸다. 그때마다 어떤 말이나 어떤 순간이 그녀의 영혼에 붉고 뜨거운 낙인을 찍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지나간 시간을 반추할 때마다 그 낙인은 같은 곳에 찍혔고 급기야 그 흔적은 타고 들어가 고통을 소진시키고 마침내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P61

진정한 휴식은 그가 집에 없을 때만 가능한 것 같았다. - P69

아기의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아이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자기만의 생활이 없었고 청소하고 요리하며 아이를 돌보고 바느질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바빴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젖혀놓고 실상 아이들이라는 은행에 맡겨놓아야 했다. 그녀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기대했으며 아이들이 자랐을 때 자신은 아이들의 뒤에서 밀어주는 원동력으로 남아 있으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환상에 잠겼다. 벌써 윌리엄은 그녀에게 연인과 같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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