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지는 도배지이다. 하지만 도배지를 벽에 붙이면 그건 벽지가 된다. 벽지를 구태여 도배지라고 부르지 않으니까. 그러면 그 벽지를 뜯어내면 그때부터 그것을 도배지라고 불러야 할까 벽지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상황이 바뀔 때마다 내가 바뀐다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돌이켜봤을 때 지금은 아주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 P26
나를 돌보려면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데, 나는 나를 돌아보는 데 미숙했다. 일은 졸렬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좋아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늘 나를 함부로 대하고 선을 넘어버렸다.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