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호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간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바래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괴테는 구체적인 여성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포용이나 돌봄과 같은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이 복잡한 만큼 부족 본능의 기원도 그 발현도 복잡한 조건을 갖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족 본능이 협소해지지 않도록,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될 수 있도록 그 힘과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 P48
외집단에 속한 인간 존재를 인간 이하로 지각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비인간화‘라고 부른다. 비인간화 심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작동해왔고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P49
비인간화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심리학자 닉 하슬림Nick Haslam은 비인간화를 두 개의 하위 차원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동물적 차원의 비인간화로 이때에는 도덕성, 성숙함, 교양, 깊이, 정교함과 같은 인간의 독특성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는 기계적 차원의 비인간화로 따뜻함, 감정, 자율성, 융통성, 합리성과 같은 인간 본성을 부인하는 방식이다. - P50
개인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 관한 이 두 차원의 정보를 알아야만 한다. 여기서 타인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따뜻함에, 그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유능함에 대응된다. - P52
실제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화/비인간화가 일어나는 뇌 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사람들이 노숙자나 약물 중독자를 떠올릴 경우에는 이 네트워크의 활성이 매우 약하다. 우리의 뇌는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것이다. - P52
타자에 대한 비인간화를 더 쉽게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위계를 공고히 하고 그 위계의 상층에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P53
비인간화에 관한 최근 연구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그것은 비인간화가 전쟁이나 학살같은 노골적 분쟁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 P53
초갈등 시대에 우리는 또다시 공감에게 SOS를 친다. 하지만 한쪽에 과잉 공감하는 순간 다른 쪽에는 폭력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치료제는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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