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특별한 재능은 바로 그런 한없이 평범하고 무의미한 것들, 끊임없이 변화하며 덧없이 스러져버리는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을 자신의 오감을 통해 감지해내는 것이었다. - P149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이미 초래된 결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마디라도 더 이야기를 보태려는 사람들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 P151

금복은 생각이 깊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감정에 충실했으며자신의 직관을 어리석을 만큼 턱없이 신뢰했다. 그녀는 고래의 이미지에 사로잡혔고 커피에 탐닉했으며 스크린 속에 거침없이 빠져들었고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녀에게 ‘적당히‘ 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랑은 불길처럼 타올라야 사랑이었고 증오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야 비로소 증오였다. - P154

춘희는 처음부터 금복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삶 안에 들어와 있는 생명체의 존재에게서 낯선 이물감을 느꼈으며 그것을 더없이 불편하게 여겼다. 더구나춘희가 걱정의 씨라는 것을 안 이후로는 아이를 더욱 멀리했다. 걱정은 한때 자신이 온몸을 바쳐 사랑한 남자였지만 그것은 무지와 혼돈, 식탐과 어리석은 만용, 비극과 불행의 또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 P154

금복은 역시 무언가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피어나는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엔 조금씩 생기가 돌고 부둣가 사내들을 안달나게 했던 그 향기도, 이전처럼 강력하지는 않았으나, 다시 풍겨나기 시작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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