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건물을 떠올릴 때마다 여자들만 기억난다. 그곳 여자들 모두가 드러커 아줌마처럼 상스럽거나 우리 엄마처럼 외고집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처럼 말하는 법이 없었고넘어온 삶의 고개를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행동만 보면 세상사를 다 꿰고 있는 듯했다. - P7

엄마가 싫어하는 건 현재다. 엄마는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즉시 그것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 P12

솔직히 말하면, 이탈리아나 아일랜드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 같은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외부자스러움‘은 우리의 개성과 흥미를 북돋아주었고, 우리를 어떤 식으로건 정의했기에, 겉으로는 두려워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짜릿해하기도 했다. - P17

소수자는 저절로 침묵하게 된다. - P18

사회적 자아라는 외과와 남들이 모르는 자기기자신이라는 본질 사이에 넉넉한 공간이 있었던 엄마는 그 안에서 당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상냥하면서도 냉소적이었고 예민하면서도 대범했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도 꼬장꼬장했고, 가끔씩 스스로 정이 넘쳐서라고 생각하는 거칠고 심술맞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은 사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약해지는 마음, 그것을 다잡았을 때 짐짓 내보이는 모습이었다. - P19

우리 집은 언제나 현관문이 닫혀 있는 집이었다. (현관문은 사생활을 중시할 만큼 교육받은 사람들과 문을 반쯤 열어놓고 사는 무식쟁이들을 구분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이었다) - P19

엄마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고 같은 사건이라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 P19

엄마는 주변 이웃들과 비교하면 당신이 한층 ‘개화된‘ 생각과 감정이 더 성숙한 사람이라고 확신했으니 깊이 생각하고 자시고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개화됐다‘는 엄마가 가장 애용하는 단어였다. - P20

하지만 나는 엄마의 그 말에 담긴 느낌을 받아들였다. 그 말에 딸려오는 그 모든 표정과 몸짓, 그 안에 담긴 모든 미묘한 욕망과 의도까지도 내 것으로 깊이 흡수했다. 엄마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 전부 미개하다고 생각해. 동네 아줌마들 말은 다 한심해. 엄마의 말과 생각은 얇고 흰 원단을 선명하게 물들이는 염료처럼 내게 스며들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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