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권과 중앙 귀족이 원하는 세계는 석굴암 본존불 같은 원만한 질서이다. 꽉 짜여진 틀 속에 모든 것이 종속하기를 바라는 보편성의 추구이다. 그러나 지방의 호족은 달랐다. 그 보편적 틀 때문에 자신의 인간적, 사회적 능력을 제약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 틀을 깨어버려야 했다. 능력있는 자가 부처라는 이미지로 몰고 갔던 것이다.
궁예는 그런 호족의 하나로 드디어 왕을 자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점은 하대신라의 여러 불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