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와 민족을 넘어서 인간에게는 공통적으로 ‘인간됨‘ (humanness)의 원리가 존재한다 - P17

아렌트는 인간성이 마치 인간의 본질로서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는 입장을 거부한다. - P18

긍정적 의미의 인간성이 존재한다는 일상적 믿음이 잘 드러나는 예인 양심의 문제에서도 아렌트는 회의적이었다. 양심에 바탕을 둔 시민 불복종의 경우에도 아렌트는 양심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증될 수 있는 정도의 보편성을 지닌다는 믿음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었다. - P18

아렌트에게는 양심이 인간에게 본연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여건에 이미 제약되어 있는 것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이상에 대해서도 그것이 구체적 삶과 충돌을 한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렌트는 분명히 말했다. - P19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 가지의 무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 그것이다(106쪽). 그런데 세 번째의 무능성은 곧 판단의 무능성 (inability to judge)을 의미한다. 그리고 판단 능력이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능력을 의미한다. 판단이란 사유와 의지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아렌트는 이해하고 있다. - P20

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시켜준다. 나치스가 언어규칙을 만든 이유는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말은 현실의 힘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히만이 상투어를 사용하고 판사들이 그의 말에서 공허감을느꼈을 때, 판사들이 그에게서 바란 것은 사실에 충실한 언어였다. 공허하다는 것은 현실의 힘이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아이히만의 의식에 가득 찬 상투어들은 아이히만이 현실의 힘을 느끼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이다. 아이히만으로 하여금 심지어 죽음의 힘조차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 P22

말의 유용성은 말이 현실을 알게 하여 사람에게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아렌트는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 P22

상투어나 관용어 등은 늘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특징을 갖는다. 현실-말-사유의 관계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언어가 고정되어 버림으로써 사유와 판단이 현실과 유리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P22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야기는 이론과는 달리 현실의 힘을 반영하는 일상 언어를 사용한다. 일상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질 자격을 갖춘다. 구체적인 현실의 힘을 반영하면서도 보편적 설득력을 가질 자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구체와 보편의 양 측면의 힘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 - P23

아렌트에게 있어서 정치적, 법적 윤리적 이론화 작업의 주요 범주는 ‘인간의 복수성‘ (human plurality)" 또는 다원성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복수성이 없다면 인류 또는 인간성이란 말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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