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에 모두들 들뜨고 흥분해 있었다. 그럴수록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더욱 부각되었고, 그것이 고골리를 서글프게 하였다. - P287

고골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분은 실제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셨던 것이다. 모슈미 옆에 앉아 있던 고골리는 갑자기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두 분이 얼마나 용감하셨는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순종의 크기가 놀랍기만 했다. - P288

언제나 세세한 것까지 염두에 두는 건축가의 머리는 일상생활에 관한 것일 때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제 알고 있었다. - P321

니킬이 그녀의 인생에 다시 나타났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만났을 때는, 그녀가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파리에 가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마음을 꽉 닫고 책만 읽는 언제나 혼자였던 자신의모습으로………. - P322

한때 그에게 끌리게 했던 친숙함이 이제는 오히려 그녀에게 장애가 되기 시작했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끔가다 그를 생각하면 어떤 패배감과 함께 그녀가 거부했던 종류의 삶, 그토록 잊으려고 애썼던 종류의 삶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니킬은 그녀가 함께 있기를 꿈꾸어왔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랬던 적도 없었다. - P323

틀에 박힌 일과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분 좋은 변화였다. - P328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일이 복잡해짐과 동시에 마음이 가라앉았고, 그러면서 하루가 정리되었다. - P344

그는 이제 명절이 기다려지기는커녕 어서 지나가버리기만을 바랐다.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지다니, 결국 어른이 되고 만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상적인 행복이라 생각하지 않는삶을 받아들이지도, 또는 적응하거나 타협하려 들지도 않았다. - P356

고골리에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보다도 들어서 언짢은 사람의 이름이 생겼던 것이다. - P364

그가 설계한 건물이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무너져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충동에 의해 행동했고, 그것이 그들의 실수였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서, 그들이 공유했던 세상에서 위안을 찾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수도 아니면 그 세계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직도 그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른둘에 벌써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다니. 그녀와 보낸 시간은 이제 그에게서 지워버릴 수 없는 일부가 되었지만, 더이상 아무런 관련도 소용도 없는, 마치 사용하지 않는 그의 이름처럼 되어버렸다. - P365

여러 면으로 그의 가족의 삶은 예상하지 못하고 뜻하지 않았던 하나의 사고가 다음 사고를 낳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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