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삼국지의 영웅들을 떠올린다. 유비의 곁에서 천하삼분지계를 그리며 제갈량이라는 이름 두 글자로 세상을 흔들었던 천재 지략가나 조조의 패업을 도왔던 순욱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려 마지막 승자가 된 사마의 같은 중국 삼국지 책사들의 활약에 늘 열광하곤 했다. 그들의 신출귀몰한 지략과 팽팽한 두뇌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우리나라 역사에는 이들처럼 매력적이고 강력한 지략가들의 이야기가 덜 알려져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준태 작가의 왕과 책사라는 책은 바로 그러한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동시에 우리 역사 속 거인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재발견하는 경험이었다.조선의 건국과 번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 뒤에 존재했던 위대한 조력자들의 기록이다. 삼국지 책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지만 이내 우리 역사에 이토록 찬란하고 치열한 진짜 우리나라 책사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특히 태조 이성계의 손을 잡고 조선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완벽한 설계도를 그렸던 정도전의 이야기는 경이로웠다. 단순히 왕을 돕는 수준을 넘어 나라의 모든 법과 제도의 기틀을 닦아 나간 그의 원대한 사상은 삼국지의 제갈량이 보여준 치밀한 국가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완벽하게 닮아 있었다. 또한 태종 이방원의 든든한 날개가 되어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대업을 완수해 낸 하륜의 지략을 들여다보면서는 삼국지의 사마의가 가진 날카롭고 현실적인 통찰력이 겹쳐 보이며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왕과 책사는 단순한 옛날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한 시대를 개척해 나간 리더와 파트너의 케미를 다룬 인간 관계론이다. 절대 권력자 곁에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바른 길을 제시했던 이들의 진심이 보였다. 삼국지의 책사들을 동경하던 내가 우리 역사 속 참모들의 깊은 내공과 고뇌에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집안 곳곳에 꽃이 놓여 있을 때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와 생기는 생각보다 강하다. 평소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우리 집 거실 테이블 위에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들이 아름답게 자리를 잡곤 한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가장 고심해서 고르고 아내가 가장 기대하는 선물도 단연 꽃다발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양재동 꽃시장을 처음 방문했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꽃시장은 수많은 꽃들이 뿜어내는 진한 향기와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붉은 장미부터 이름 모를 수수한 들꽃까지 가득한 그곳에서 눈을 반짝이며 행복해하던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꽃이 지닌 마법 같은 매력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이정아 작가의 티아라 플라워라는 책을 만난 것은 아내와 함께했던 그 좋았던 시장의 기억들을 소환하는 동시에 꽃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준 참 다정한 시간이었다.이 책의 저자인 이정아 작가는 단순한 플로리스트를 넘어 한국의 꽃 문화를 선도해 온 독보적인 예술가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유명한 플라워 숍이자 아카데미인 티아라 플라워를 오랜 시간 운영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꽃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가치를 전파해 왔다. 국내외의 정통 플라워 디자인을 두루 섭렵하고 꽃이 지닌 본연의 선과 색을 가장 우아하게 살려내는 그의 감각은 업계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대기업의 공간 연출과 명품 브랜드의 플라워 스타일링을 도맡아 진행할 만큼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은 남다른 격조와 스토리를 품고 있다. 단순히 꽃을 예쁘게 꽂는 기술이 아니라 꽃을 통해 삶을 치유하고 일상의 격을 높이는 그만의 독창적인 철학은 느껴진다. 거장의 정직한 경험과 깊이 있는 노하우가 담긴 저자의 이력은 책에 수록된 감각적인 사진들과 어우러져 독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지 눈이 즐거운 화보집을 넘어 꽃을 매개로 한 삶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꽃의 종류와 계절별 특징 그리고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플라워 디자인 기법까지 친절하게 담겨 있다. 꽃의 줄기를 어떻게 자르고 어떤 화기에 꽂아야 꽃이 오랫동안 숨을 쉴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전 디테일들은 당장 다가오는 아내의 생일에 직접 꽃을 사서 더 정성스럽게 선물해 주고 싶다는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다.티아라 플라워는 꽃을 가꾸는 법을 가르쳐주는 실용서를 넘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떠오르게 했다. 이제는 아내와 함께 양재동 꽃시장을 갈 때나 이벤트 날 꽃다발을 건넬 때 꽃의 이름 하나 송이의 의미 하나를 더 깊이 생각하며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환자들의 관절과 근육을 만지며 통증을 치료하고 신체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물리치료사로 살아가고 있다. 도수치료실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몸을 들여다볼 때 대개는 허리 통증이나 어깨 결림 같은 근골격계의 구조적인 문제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곤 했다. 하지만 인체는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근육의 뻐근함 뒤에는 내장 기관들의 건강 상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늘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척추 뒤쪽에 숨겨진 장기인 콩팥은 우리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하며 혈류를 조절하고 독소를 걸러내는 핵심 기관이다. 고즈키 마사히로 작가의 콩팥 대회복이라는 책은 치료사로서 내 임상 시야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해줬다. 이 책은 내과적인 영역으로만 치부되던 콩팥을 움직임과 재활이라는 우리 치료사들의 친숙한 언어로 완벽하게 재해석한다.고즈키 마사히로는 도호쿠대학 명예교수이자 세계 최초로 신장 재활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이끌어온 독보적인 권위자다. 과거 의학계에서는 콩팥병 환자들에게 무조건 안정을 취하고 가급적 몸을 움직이지 말라는 정적인 권고를 내리는 것이 상식처럼 통용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평생에 걸친 치열한 연구와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부수었다. 오히려 적절한 물리적 자극과 체계적인 운동이 망가져 가던 신장 기능을 비약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그의 선구자적인 이력은 같은 재활 치료 분야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관심을 갖게했다. 움직임이 곧 생명이라는 내 직업적 신념이 콩팥 건강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음을 알았다.치료사로서 도움이 된 첫 번째 대목은 쉬기만 하면 콩팥이 망가진다는 부분이었다. 가만히 누워 안정만 취하면 전신의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는 혈액 순환의 약화로 이어진다. 혈액을 끊임없이 걸러내야 하는 콩팥에게 혈류량 저하는 기능을 마비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저자의 말대로 콩팥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혈관을 넓히고 순환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날카로운 지적은 평소 만성 피로와 원인 모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매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려 하던 환자들에게 내가 왜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을 끊임없이 권장해야 하는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해 준다.두 번째로 책의 핵심이자 실전 치료에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하루 십 분 누워서 하는 콩팥 체조 장이었다. 저자가 오랜 임상 끝에 개발해 낸 이 운동법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쉽고 안전하다. 골반을 부드럽게 회전시켜 하체의 큰 근육들을 자극하고 척추를 이완하여 신경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동작들은 내가 실제 병원에서 처방하는 골반 안정화 운동이나 슬링 치료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무작정 땀을 흘리며 심장에 부담을 주는 고강도 트레이닝이 아니라 콩팥으로 들어가는 혈류의 흐름만을 선택적으로 극대화하는 정교한 시퀀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체조를 직접 따라 해 보며 내 몸의 림프 순환과 긴장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당장 내일부터 내 도수치료 환자들의 홈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아야겠다.약에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움직여 장기의 생명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재활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신체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물론이고 만성 피로와 콩팥 수치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이 운동을 강조하고싶다.
우리는 늘 마음의 평화를 갈구하며 살아간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가슴 한구석이 늘 답답하고 불안감에 시달리곤 했다. 마음을 다잡으려 애를 쓸수록 불안은 마치 그림자처럼 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러던 중에 접하게 된 달마조사의 화두를 담은 불안한 그 마음을 내 앞에 꺼내라라는 책은 위안감을 안겨줬다.이 책은 중국 선종의 창시자인 달마조사의 깊은 지혜가 서려 있다. 서역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숭산 소림사에서 9구 년 동안 벽을 보고 면벽 수행을 했던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타협 없는 치열한 구도의 길을 보여준다. 세상의 화려한 명성이나 형식적인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인간의 마음 본성을 꿰뚫어 보려 했던 그의 단단한 삶의 궤적은 문장마다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팔을 자르면서까지 가르침을 구했던 혜가 스님의 절박함에 달마조사가 던진 한마디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가장 날카로운 죽비소리가 되어 흐트러진 정신을 깨워준다.내 마음을 강하게 뒤흔들며 깊은 자각을 해주었던 두 가지 핵심 대목이 있었다.첫 번째로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던 부분은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불안의 실체라는 대목이었다. 혜가 스님이 마음이 몹시 불안하여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하자 달마조사는 그 불안한 마음을 내 앞에 꺼내놓으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에 혜가 스님이 마음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고 고백하자 달마조사는 비로소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안은 실체가 있는 물리적인 고통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생각과 망상에 불과하다는 진리였다. 불안을 없애려고 버둥거릴 것이 아니라 가만히 그 불안을 직시하고 찾으려 해보면 결국 본래 비어 있는 허상임을 알게 된다는 가르침은 삶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를 단숨에 내려놓게 만들었다.두 번째로 나에게 실질적인 삶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내용은 본래 텅 빈 평온을 회복하는 법이라는 장이었다. 우리는 늘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려 하고 끊임없이 통제하려 든다. 하지만 저자는 마음은 애초에 가두거나 움켜쥘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듯 마음의 흔들림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며 그 파도 아래에 있는 깊고 고요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안의 요동치는 감정들을 억지로 누르려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법을 배우면서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맛볼 수 있었다.단순히 마음을 위로하는 뻔한 불교서적이 아니다. 내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강력하고 정직한 수행의 기록이다. 달마조사가 혜가의 손을 잡아주었듯 이제는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도망치지 않고 기쁘게 내 앞에 꺼내놓으며 본래의 고요함을 되찾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나갈 것이다.#불안한그마음을내앞에꺼내보라 #달마대사 #모티브 #책추천 #서평단 #불교 #동양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와 마주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깊은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취업이나 승진 혹은 인간관계에서 낙오되었다는 기분이 들 때 사마천의 세상이 정한 실패가 내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를 읽은 것은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세상의 얄팍한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우뚝 서는 단단한 용기를 건넨다.사마천의 이력은 읽는 것만으로도 먹먹하게 만든다. 그는 한나라 시대의 위대한 역사학자이자 사기를 집필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 친구인 이릉 장군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보다 더한 치욕으로 여겨지던 궁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대부들에게 궁형은 목숨을 끊는 것보다 더한 수치였기에 대부분 자결을 택했다. 하지만 사마천은 역사서 사기를 완성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지독한 수모와 멸시를 견뎌내며 살아남는 길을 선택했다. 육체적 고통과 사회적 사형 선고를 이겨내고 불후의 명작을 완성해 낸 그의 처절하고 위대한 생애는 오늘날 사소한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던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특히 기억이 남는 두 가지 대목이 있었다.첫 번째는 1장에 나오는 포기한 자리에서 시작되는 진짜 나의 삶이라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을 낙오나 패배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한 바로 그 자리가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억지로 버티던 가짜 삶을 포기하는 순간 비로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깨달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두 번째로 큰 위로를 주었던 곳은 5장의 운명이 나를 베려 할지라도 내 영혼의 붓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라는 대목이었다. 아무리 가혹한 운명이 나를 짓누르고 세상이 나를 실패자로 단정 지을지라도 내 내면의 굳건한 신념과 영혼은 그 누구도 함부로 꺾을 수 없다는 저자의 선언은 참으로 웅장했다. 사마천이 치욕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듯 나 역시 내 삶의 붓을 쥐고 나만의 역사를 당당하게 써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이 차올랐다.결국 이 책은 세상이 정한 실패가 결코 내 인생의 실패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명해 보인 한 위대한 사마천의 찬란한 기록이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홀로 외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큰 방패막이 되어줄것이라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