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책사 - 한국사의 명암을 가른 관계의 힘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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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삼국지의 영웅들을 떠올린다. 유비의 곁에서 천하삼분지계를 그리며 제갈량이라는 이름 두 글자로 세상을 흔들었던 천재 지략가나 조조의 패업을 도왔던 순욱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려 마지막 승자가 된 사마의 같은 중국 삼국지 책사들의 활약에 늘 열광하곤 했다. 그들의 신출귀몰한 지략과 팽팽한 두뇌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우리나라 역사에는 이들처럼 매력적이고 강력한 지략가들의 이야기가 덜 알려져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준태 작가의 왕과 책사라는 책은 바로 그러한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동시에 우리 역사 속 거인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재발견하는 경험이었다.

​조선의 건국과 번영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 뒤에 존재했던 위대한 조력자들의 기록이다. 삼국지 책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지만 이내 우리 역사에 이토록 찬란하고 치열한 진짜 우리나라 책사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특히 태조 이성계의 손을 잡고 조선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완벽한 설계도를 그렸던 정도전의 이야기는 경이로웠다. 단순히 왕을 돕는 수준을 넘어 나라의 모든 법과 제도의 기틀을 닦아 나간 그의 원대한 사상은 삼국지의 제갈량이 보여준 치밀한 국가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완벽하게 닮아 있었다. 또한 태종 이방원의 든든한 날개가 되어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대업을 완수해 낸 하륜의 지략을 들여다보면서는 삼국지의 사마의가 가진 날카롭고 현실적인 통찰력이 겹쳐 보이며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왕과 책사는 단순한 옛날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한 시대를 개척해 나간 리더와 파트너의 케미를 다룬 인간 관계론이다. 절대 권력자 곁에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바른 길을 제시했던 이들의 진심이 보였다. 삼국지의 책사들을 동경하던 내가 우리 역사 속 참모들의 깊은 내공과 고뇌에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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