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
사랑좋아해적단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비참하고 처절한 인간의 밑바닥을 정직하게 까발린 책이 흔하지 않다. 사랑좋아해적단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저자가 써 내려간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하지라는 책은 이별과 집착 그리고 상처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해 가던 수많은 밤들의 기록이다.
시중에 흔히 널린 달콤하고 인위적인 연애 지침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향한 지독한 갈망과 미련이 어떻게 내 영혼을 좀먹고 나를 서서히 망가뜨리는지 아픈 진실을 보여준다.

​책의 수많은 파괴적인 에피소드 중에서 두가지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는 3부의 자해와 흉터 너를 사랑한 대가로 남은 몸과 마음의 기스들이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사랑이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고 더 온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어떤 어긋난 관계는 오히려 내 몸과 영혼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슬프게 남긴다. 저자가 생생하게 묘사하는 사랑의 흔적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딱지가 앉는 지극히 구체적인 상처에 가깝다. 나 역시 어렸을적 서툴고 미숙했던 만남 속에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랑이라는 눈먼 열정 속에서 정작 소중한 나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상처투성이로 남겨졌던 모습이 이제는 예전의 기억이긴 하다.

​두 번째로 안타까운 슬픔을 자아낸 대목은 정신병과 우울 사랑만 했는데도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에 관한 부분이었다. 누군가를 그저 지극히 사랑했을 뿐인데 내 정신이 피폐해지고 병원의 처방에 의지해야만 겨우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되는 이 비극적인 역설은 현대의 연애가 지닌 어둡고 서글픈 단면이다. 사랑이 소유욕이 되고 그것이 심각한 우울과 불안장애로 발전하여 자신의 존재 전체를 무너뜨리는 과정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맹목적인 감정의 끝에서 마침내 병원 문을 두드려야만 했던 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하지누 아픈 과거의 기억을 위로하고 더 이상 스스로를 파괴하는 나쁜 사랑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아픈 예시들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리치료사로 매일 환자들의 신체 정렬을 치료하고 무너진 근육을 바로잡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전신 근골격계를 단단하게 강화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자주 고민하곤 했다. 마이클 이스터 저자의 러킹이라는 책은 바로 그러한 치료사로서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 실전 지침서다. 이 책은 배낭에 적당한 무게를 넣고 걷는 단순한 운동인 러킹이 지닌 정교한 과학적 원리와 신체에 미치는 치유 효과를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도수치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치료 팁이 가득하여 유익했다. 특히 무릎이나 허리 통증으로 고강도 러닝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러킹이 훌륭한 대안적 유산소 근력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좋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본문 곳곳에 수록된 정교하고 친절한 그림들이다. 텍스트로만 읽으면 자칫 헷갈리기 쉬운 배낭의 올바른 착용법과 척추를 일자로 곧게 세우는 올바른 런 자세 그리고 몸의 균형을 지키는 다양한 요령들이 직관적인 그림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밀한 운동방법 일러스트 덕분에 러킹의 올바른 역학적 메커니즘을 누구나 한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러킹은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거북목과 굽은 등 증후군을 예방하고 코어 근육을 단단하게 활성화하는 데 훌륭한 재활 도구다. 움직임의 기적을 통해 온전한 통증 극복을 꿈꾸는 모든 이들과 동료 치료사들에게 이 트레이닝 가이드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단정한 작별 -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남유림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이별 중에서 가슴속에 유독 깊은 흉터로 남는 작별이 있다. 남유림 작가의 단정한 작별이라는 책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위로의 에세이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차갑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장마다 흐르는 온기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슬픔들이 부드럽게 풀려갔다.

​책을 읽다가 내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를 유독 다정하게 챙겨주었던 원혁이 형의 얼굴이었다. 형은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었는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하지만 형은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참 착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린 나를 만날 때마다 늘 환하게 웃으며 서툴지만 따뜻하게 놀아주던 형의 선한 눈빛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형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서둘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형을 먼저 보낸 원혁이 형 어머니의 무너져 내리던 슬픔과 애절한 통증은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눈물은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닦아줄 수 없는 비극이었다.

​단정한 작별을 읽으면서 그 시절 원혁이 형의 다정한 미소와 남겨진 형 어머니의 절절한 슬픔이 겹쳐 보였다. 저자는 떠난 이를 아름답고 단정하게 보내주는 일은 그들을 영원히 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선한 기억과 사랑을 내 삶의 이정표로 삼아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라고 위로한다. 어쩌면 원혁이 형 역시 먼 곳에서 슬퍼하는 어머니가 힘차게 일어나 단정하고 평온한 하루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세상을 떠난 원혁이 형을 다시금 추억하고 그의 어머니의 깊은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

#단정한작별 #남유림작가 #도서출판독 #책추천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늘 더 크고 거창한 목표만을 쫓아 열심히 달린다.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해야만 비로소 성공한 인생이라는 착각에 깊이 빠져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급함 속에서 마주하게 된 조이엘 저자의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이라는 책은 메마른 일상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책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을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게 나라냐라는 장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절망적인 사회적 현실 앞에서 내뱉는 이 짧고 투박한 한 문장이 지닌 묵직한 역사적 무게를 조명한다. 단순히 국가 권력을 향한 가벼운 야유나 불만을 넘어서 국가라는 거대한 약속이 과연 개인을 어떻게 지켜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극히 정직하고 근본적인 인문학적 질문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매일 외치는 사소한 구호 하나에도 이토록 거대한 공동체의 고뇌가 서려 있다는 사실은 신선하고 강렬한 자각을 안겨주었다.
​
또한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까지 서늘하게 물들이고 있는 일베언어를 다룬 부분 역시 대단히 유익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이를 단순히 도덕적인 잣대로 비난하거나 외면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대신 청년 세대가 왜 그토록 자극적이고 혐오 가득한 언어 유희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그 내면에 깊이 웅크린 소외감과 인정 욕구를 입체적으로 해석해 낸다. 우리가 사소하게 내뱉는 은어와 혐오의 단어들이 실은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거대한 병리적 징후임을 깨닫게 해 주며 혐오를 넘어선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알려준다.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의 즐거움을 넘어 내 삶과 이웃을 대하는 사려 깊은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진정한 인문학적 성찰은 먼지 쌓인 고전 속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말 한마디와 사소한 행동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이제야 깊이 깨닫는다.

#더사소한것들의인문학 #조이엘저자 #섬타임즈출판사 #인문학 #책추천 #서평단

@alice__bookworm 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sometimes.books 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쿨투라 CULTURA 2026.7 - Vol.145, AI 시대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을 때 마주치는 풍경은 온통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들뿐이다. 기술은 우리 일상을 더없이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정서적 여백은 점점 더 앗아가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 펼쳐든 문화예술 전문지 '쿨투라 7월호'는 차갑게 식어가는 내면의 감성을 깨우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다. 특히 이번 호의 메인 테마인 'AI 시대'는 단순히 기술적인 효율성이나 미래 예측에 머물지 않고,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우리 영혼과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허희 평론가의 'AI는 인간의 영혼을 복제할 수 있는가? - AI 김광석에 대한 단상'이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미 세상을 떠난 가수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시대가 되었다. 처음 그 인공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신기함이 앞섰지만, 이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상실감이 생긴다. 글쓴이의 고백처럼 우리가 김광석의 노래를 사랑했던 이유는 완벽한 음정이나 가창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 이면에 서려 있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독과 고뇌, 그리고 삶의 흔적이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AI가 그 기교와 음색을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하더라도, 고통과 사랑을 직접 통과해 보지 못한 기계의 언어에는 영혼의 주파수가 담길 수 없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예술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창작하기까지 겪어낸 인간적인 진통의 과정 그 자체일 것이다.

​또한 이지혜 기자의 'AI시대, 그럴듯한 이미지의 매트릭스 - 찍는 영화에서 짓는 영화로'라는 글은 미디어를 소비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의 숨결을 포착하던 '찍는' 영화의 시대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AI 프롬프트만으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짓는(제조하는)' 영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제 우리는 눈으로 보는 이미지가 진짜 현실인지, 정교하게 가공된 가상인지 구별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영화 <그녀(Her)>가 던진 질문처럼, 가상의 존재와 나누는 정서적 교감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쿨투라 7월호'가 보여준 예술가들의 고뇌와 사색은 기술 만능주의에 젖어가는 독자들에게 현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고 예술의 영역을 넘볼지라도 타인의 슬픔에 눈물 흘리고 불완전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주체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쿨투라7월호 #쿨투라 #월간문화전문지 #AI시대 #책추천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