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이별 중에서 가슴속에 유독 깊은 흉터로 남는 작별이 있다. 남유림 작가의 단정한 작별이라는 책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위로의 에세이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차갑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장마다 흐르는 온기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슬픔들이 부드럽게 풀려갔다.책을 읽다가 내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를 유독 다정하게 챙겨주었던 원혁이 형의 얼굴이었다. 형은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었는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하지만 형은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참 착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린 나를 만날 때마다 늘 환하게 웃으며 서툴지만 따뜻하게 놀아주던 형의 선한 눈빛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형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서둘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형을 먼저 보낸 원혁이 형 어머니의 무너져 내리던 슬픔과 애절한 통증은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눈물은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닦아줄 수 없는 비극이었다.단정한 작별을 읽으면서 그 시절 원혁이 형의 다정한 미소와 남겨진 형 어머니의 절절한 슬픔이 겹쳐 보였다. 저자는 떠난 이를 아름답고 단정하게 보내주는 일은 그들을 영원히 잊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선한 기억과 사랑을 내 삶의 이정표로 삼아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라고 위로한다. 어쩌면 원혁이 형 역시 먼 곳에서 슬퍼하는 어머니가 힘차게 일어나 단정하고 평온한 하루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를 넘어 세상을 떠난 원혁이 형을 다시금 추억하고 그의 어머니의 깊은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단정한작별 #남유림작가 #도서출판독 #책추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