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패권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메리칸대학교 이관후 교수의 초번영은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생존 전략을 국가 단위로 입체적으로 보여준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반도체 실무와 글로벌 연구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의 이력 덕분에 첫 장부터 국제 정세와 기술 패권을 보여준다.평소 데이터 주권과 국가 단위 인프라 구축을 뜻하는 국가 주도의 소버린 인공지능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 왔다. 거대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기 위해 세계 각국이 왜 독자적인 컴퓨팅 클러스터와 자국 모델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그 현실적인 이유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소버린 인공지능이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의 안보이자 디지털 생존의 절대적인 방패가 되는 메커니즘을 짚어주었다. 덕분에 국가 주도 인공지능의 필요성과 그 이면에 따르는 대가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주요 국가들의 현재 인공지능 발전 상황과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패권 전쟁을 비교 분석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압도적인 자본과 민간 빅테크 생태계로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과 막대한 데이터와 인력을 무기로 맹렬하게 추격하는 중국의 양강 구도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거버넌스를 앞세운 영국과 유럽의 가치를 지키려는 프랑스 그리고 풍부한 자본력으로 미래를 선점해 나가는 아랍에미리트의 전략까지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세계 기술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저자가 제시한 인재와 전략 그리고 연구 개발과 투자와 벤처 생태계와 인프라와 거버넌스와 글로벌 협력이라는 8가지 핵심 조건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든든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다. 기술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국민의 삶이 함께 나아지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 이 조건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지 깨달았다. 이번에 배운 8가지 기둥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 시시각각 변해갈 글로벌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과 우리나라의 정책 흐름에 차분하게 대입해 보며 미래를 읽는 안목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초번영은 기술의 거대한 급류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반도체 제조 역량과 특허 경쟁력을 지닌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의 사이에서 기술 종속을 피하고 주체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모습을 취해야 한다. #초번영 #이관후저자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 #서평 #AI시대
모든 것이 돈의 논리로 평가되는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픈 몸을 치료받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곤 한다. 김아란 작가의 보보의 일요일은 돈과 국경의 벽에 가로막혀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의료 소외 계층의 현실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존엄과 숭고한 인도주의의 가치를 다정하게 담아낸 참으로 따뜻한 그림책이었다.시민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비 폭탄의 두려움에 떨며 발길을 돌려야 했던 다람쥐 보보 가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 어두운 그늘에 실존하는 이주민과 빈곤층의 아픔을 보여준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에게 휴일인 일요일마다 기적처럼 문을 열어주는 라파엘 진료소의 존재는 단순한 무료 병원을 넘어선다. 국적이나 인종 그리고 종교의 차이를 묻지 않고 오직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의술의 손길은 병든 몸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갔던 한 병원의 풍경이 머릿속에 겹쳐 떠올랐다. 당시 우리 집은 병원비 몇 푼을 내기 힘들 정도로 집안 형편이 가난했고 몸이 아파도 선뜻 동네 일반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때 어머니와 찾아갔던 곳이 수녀님들이 간호사로 일하시던 은평구에 있는 병원이었다. 진료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곤 했는데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달리 우리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던 수녀님들의 미소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깊은 위안으로 남아 있다.질병과 고통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권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의료는 점점 더 상업화되고 이윤을 좇는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사각지대로 밀어내고 있다. 라파엘 진료소나 어린 시절 내가 만났던 수녀님들의 병원처럼 돈이 없어도 누구나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는 다정한 의료 기관들이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소중한 진료소들이 몇몇 봉사자들의 희생에만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보보의 일요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는 수많은 의료 봉사자들의 마음을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다운 체온을 잃지 않고 소외된 이웃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연대의 힘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다.'르온서평단(단단한맘&레이첼)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gbb_mom @lovely_rachel_v @sowonnamu #보보의일요일 #김아란 #소원나무출판사 #단단한맘_레이첼서평단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임혜나 저자의 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호기심이 생겨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비록 서평 신청은 내가 먼저 했지만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장을 넘겨보며 눈을 반짝인 사람은 평소 베이킹과 요리를 유독 좋아하는 아내였다. 인공색소나 설탕 같은 자극적인 첨가물을 덜어내고 자연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원물 간식이라는 콘셉트는 책의 첫 장부터 아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저녁식사만큼은 꼭 마주 앉아 함께 먹는 것이 우리 부부의 오랜 철칙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아내는 손수 정성껏 반죽을 빚어 디저트를 굽거나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곤 한다. 이번 책을 보며 아내는 곧바로 주방으로 향하더니 책 속에 실린 레시피를 따라 버터연유볼과 고구마깨찰빵을 직접 구워냈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고구마의 달콤함과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져 시판 과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맛있었다. 복잡한 베이킹 도구 없이도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뚝딱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특히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보던 아내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조카가 나중에 한국에 놀러 오면 꼭 직접 해주고 싶은 간식들이 너무 많다며 기뻐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시판 과자의 인공 첨가물이나 과도한 당분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건강한 대체재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120개에 달하는 방대한 메뉴들이 핑거푸드부터 브런치와 쿠키까지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는 데다 요리 과정이 6단계 이내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초보자라도 헤매지 않고 따라 할 수 있었다.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을 위해 깨끗하고 건강한 식탁을 차려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간식을 가족과 나눠 먹는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내 역시 건강하고 맛있는 레시피들이 워낙 많아 앞으로 매주 하나씩 새로운 메뉴를 도장 깨듯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유안맘마의원물간식레시피 #임혜나저자 #유안맘마 #다산북스 #서평단 @dasanbooks
책의 표지에 적힌 강렬한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충격과 긴장감이 밀려왔다. 사실 라스푸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그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상을 품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행보는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고 세상을 향해 거대한 광기를 내뿜으며 살아간 인물임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과 기세로 시대를 뒤흔들어 놓은 그의 행보는 숨이 막힐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가장 흥미롭고 느껴진 지점은 시베리아의 이름 없는 떠돌이 농부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제정 러시아 황제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자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를 신비로운 능력으로 치료한다는 명분을 쥐고 니콜라이 2세와 황후의 눈과 귀를 가린 채 국정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 과정은 과거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거룩한 구원자나 영적인 조언자의 가면을 쓰고 배후에서 절대 권력자의 불안을 교묘하게 쥐어흔들며 국가의 시스템을 사유화했던 모습은 소름이 돋을 만큼 닮아 있었다. 상식과 이성이 무너진 자리에서 비선 실세의 손아귀에 제국 전체가 허망하게 농락당했던 비극은 권력의 맹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었다.책의 곳곳에 드러난 악마적 인물의 기행과 심리전은 독특하면서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라스푸틴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들지 않고 인간 내면 밑바닥에 도사린 불안과 결핍을 정확하게 포착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기적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미끼로 던져 이성을 마비시키고 도덕이라는 족쇄를 과감히 던져버린 뻔뻔함과 광기로 판을 제압해 나간 그의 통치술은 삼국지의 책사 이유가 떠오르기도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 때로는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의 행태는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둡고 추악한 심연이 보였다. 그의 기괴한 행적을 그저 지나간 옛이야기로 보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인간 조종의 메커니즘이 정밀하고 위험해 보였다.결국 이 책은 라스푸틴이라는 희대의 파괴자를 찬양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그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반면교사의 지침서다. 로마노프 왕조의 권력자들이 몰락한 진짜 까닭은 라스푸틴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극심한 혼란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주체적인 힘을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외부의 거짓 구원자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가장 완벽하고 무기력한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는 진실을 깨달았다. 스스로 고뇌하고 사유하는 힘을 잃어버린 개인과 집단은 언제든 또 다른 라스푸틴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는 복잡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는 힘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남이 만들어준 정답이나 달콤한 미혹에 맹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냉철한 이성의 축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bagseonju534 @yoon._.books_ @motiv_insight #스스로생각하기를포기한자는가장 완벽한노예가된다 #자기계발서 #라스푸틴 #신간추천 #모티브출판사
책의 표지에 적힌 향수를 뿌리고 지옥으로 들어갔다는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서스펜스가 느껴졌다. 현영강 작가의 조향사는 영상화 기획 소설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첫 장부터 머릿속에 구체적인 장면들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후각을 범죄와 기억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의 매개체로 삼았다는 점이 신선했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배우들의 배역을 정해두고 가상 캐스팅을 맞추어가며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듯 몰입해서 읽어 내려갔다.탑 노트부터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 그리고 잔향으로 이어지는 목차의 구성은 향수가 시간에 따라 피어오르는 물리적인 특성을 사건의 전개와 절묘하게 결합해 두었다. 일상에 지쳐 번아웃에 빠진 기자 서정화에게 배달된 의문의 제보 메일 한 통과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체불명의 향 그리고 그 지옥 한가운데서 발견된 옛 친구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은 강한 호기심을 만든다. 특히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군더더기 없이 대단히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어서 대본을 읽듯 장면마다 서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갈등은 대단히 처절해서 마치 어둡고 묵직한 하드보일드 영화를 직접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향기는 사라져도 어떤 냄새는 끝내 사람에게 남는다는 문구처럼 한 번 묻으면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인간 내면의 지독한 악취와 집착이 문장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향의 겉모습 뒤편에 도사린 현실과 뒤틀린 욕망의 실체를 가감 없이 묘사해 낸 대목들은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들었다.조향사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묘사와 날카로운 서스펜스로 인간의 심연을 파고든 매력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스크린 위로 옮겨졌을 때 과연 어떤 연출과 거친 호흡으로 이 서늘한 세계관을 완성해 낼지 큰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와 처절한 이야기 속에서 영화로 꼭 만들어지면 좋겠다.#조향사 #현영강 #잇스토리 #한국소설 #서평 @knitting79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