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돈의 논리로 평가되는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픈 몸을 치료받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곤 한다. 김아란 작가의 보보의 일요일은 돈과 국경의 벽에 가로막혀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의료 소외 계층의 현실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존엄과 숭고한 인도주의의 가치를 다정하게 담아낸 참으로 따뜻한 그림책이었다.시민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비 폭탄의 두려움에 떨며 발길을 돌려야 했던 다람쥐 보보 가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 어두운 그늘에 실존하는 이주민과 빈곤층의 아픔을 보여준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에게 휴일인 일요일마다 기적처럼 문을 열어주는 라파엘 진료소의 존재는 단순한 무료 병원을 넘어선다. 국적이나 인종 그리고 종교의 차이를 묻지 않고 오직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의술의 손길은 병든 몸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갔던 한 병원의 풍경이 머릿속에 겹쳐 떠올랐다. 당시 우리 집은 병원비 몇 푼을 내기 힘들 정도로 집안 형편이 가난했고 몸이 아파도 선뜻 동네 일반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때 어머니와 찾아갔던 곳이 수녀님들이 간호사로 일하시던 은평구에 있는 병원이었다. 진료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곤 했는데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달리 우리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던 수녀님들의 미소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깊은 위안으로 남아 있다.질병과 고통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권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의료는 점점 더 상업화되고 이윤을 좇는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사각지대로 밀어내고 있다. 라파엘 진료소나 어린 시절 내가 만났던 수녀님들의 병원처럼 돈이 없어도 누구나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는 다정한 의료 기관들이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소중한 진료소들이 몇몇 봉사자들의 희생에만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보보의 일요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는 수많은 의료 봉사자들의 마음을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다운 체온을 잃지 않고 소외된 이웃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연대의 힘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다.'르온서평단(단단한맘&레이첼)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gbb_mom @lovely_rachel_v @sowonnamu #보보의일요일 #김아란 #소원나무출판사 #단단한맘_레이첼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