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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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야 우사기 작가의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학에서 응용이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만화가로 활동 중인 작가라는 사실이 무척 신선했다. 만화상도 여러 번 수상한 실력자인데 이번에는 이 책으로 미스터리 대상까지 받으며 소설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고 한다. 작가가 과거에 직접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생생한 경험들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글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책의 첫 도입부를 읽을 때는 상황 설정이 단번에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조금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인물들의 관계나 전개가 낯설게 느껴져서 진입 장벽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흐름에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잔혹한 범죄나 무거운 사건 대신 동네 빵집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귀여운 수수께끼들이 펼쳐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읽을 수 있었다. 탄 크루아상이나 꿈꾸는 바게트 같은 귀여운 목차들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내 방 안에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 퍼져서 빵이 먹고 싶었다.

무엇보다 책 속에서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묘사한 대목들이 기억에 남는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 아내가 빵을 만들던 소중한 순간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평소 아내가 주방에서 정성껏 반죽하고 오랜 발효 시간을 묵묵히 기다렸다가 따뜻한 오븐에서 빵을 구워내던 그 다정한 풍경이 책 속의 장면들과 완벽하게 겹쳐졌다.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던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와 아내의 환한 미소가 떠올라 글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소설을 통해 나의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볼 수 있어서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훌쩍 넘어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자극적이고 차가운 이야기들에 지쳐 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무해한 소설을 만나게 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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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 - 신체, 문화, 성, 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9
주수원 지음 / 철수와영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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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원 작가의 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라는 책은 최근에 읽은 이제 진짜 남자 안만날 거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읽게 되었다. 평소 휴식이나 오락을 위해 영화를 즐겨 보곤 했다. 화면 속 화려한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 뿐 그 이면에 담긴 사회적 의미나 차별의 문제까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스크린 속 다양성 이슈들을 섬세하게 끄집어내어 나의 편협했던 시야를 넓혀준다. 장애나 인종 그리고 성별 등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들을 영화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접근하니 더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은 각 챕터 끝마다 마련된 영화마다 생각해 볼 문제라는 코너였다. 단순히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평론을 늘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혹은 우리 사회의 제도는 과연 평등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을 던져준다. 이 코너 덕분에 수동적인 관람객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굳어진 생각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된 여러 영화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가장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은 위대한 쇼맨 파트였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화려한 음악과 소외된 사람들의 당당한 연대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실제 피티 바넘의 이야기는 영화 속 낭만적인 영웅의 모습과는 정반대여서 적잖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장애인과 흑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철저히 착취하고 동물원 구경거리처럼 전시했던 바넘의 잔혹한 진짜 역사를 마주하고 나니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감동적인 포장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진정한 다양성의 존중은 매체에 속지 않고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평소 사회적 소수자 인권 특히 동성애 차별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퀴어 장르나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꽤 많이 챙겨보는 편이었다. 나름대로 열린 시각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이 책의 성 다양성 파트를 읽으며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책에 소개된 한국 영화 윤희에게는 개봉 당시 입소문만 들어보고 아직 직접 보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동성애는 병인가요 라는 도발적이고도 본질적인 책의 질문 아래 중년 여성들의 애틋한 연대와 사랑을 덤덤하게 풀어낸 해설을 읽으니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이 책을 계기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훌륭한 퀴어 영화 한 편을 만나고 또 직접 감상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

이 책은 단순히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는 가벼운 가이드북이 아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진심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인문학 교재이자 사회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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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
산호 외 지음 / 라우더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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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랑 님 덕분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산호 정도겸 정해나 윤이나 실키 민지형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가 모여 쓴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라는 라우더북스 앤솔러지 시리즈다. 이랑 님이 예전에 작화로 참여했던 실키 작가님의 글도 있고 해서 도대체 어떤 느낌의 책일지 궁금했다. 제목부터가 아주 도발적이고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평소 나름대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사회적인 이슈에도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 관련 정보도 찾아보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지식이 얕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헤테로나 BDSM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나왔다. 문맥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단어의 뜻을 하나하나 검색해 봐야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젠더나 성 정체성에 대한 세상의 테두리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 예전에 즐겨 보던 미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도 참으로 다양한 성 정체성들이 등장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영상으로 접했던 여러 형태의 사랑과 정체성들을 이번에는 책 에서 마주하게 되니 굳어진 편견이 한 번 더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섯 개의 이야기 중에서 흥미있게 봤던 작품은 정도겸 작가의 욕망은 끈적끈적과 정해나 작가의 나 이제 여자 만날 거야라는 단편이다. 이 두 작품은 나에게 굉장히 흥미롭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여자들이 남자를 만나는 것에 질려버리는 현상을 뜻하는 이성애 체념론이라는 개념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데 그 말이 너무나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공감되었다. 두 작품은 익숙한 관계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사랑과 욕망을 탐구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감정선들이 느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투정을 늘어놓는 가벼운 만화, 소설 모음집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이성애 중심의 굳건한 사회 구조와 내 안의 진짜 욕망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세상의 이야기들이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

#이제진짜남자안만날거야 #산호작가 #동도겸작가 #정해나작가 #윤이나작가 #실키작가 #민지형작가 #라우더북스앤솔러지시리즈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책추천 #서평단 #소설추천 #만화추천 @dogyeom_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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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
히조(Heezo) 지음 / 리니테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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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조 작가의 어린 나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얇고 가벼운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속에 남는 여운은 가볍지 않았다. 작가의 활동명인 히조가 초록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데 이 책의 제목과 어울렸다. 책은 아주 작고 여린 나무가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묵묵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맑고 따뜻한 색채로 그려낸다. 표지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예쁜 동화책처럼 보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읽었을 때 훨씬 더 깊은 위로와 깨달음을 주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변화는 마치 우리네 인생의 굴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따스한 봄의 희망으로 시작해 뜨거운 여름의 열정을 지나 쓸쓸한 가을의 성찰과 매서운 겨울의 고독을 차례로 견뎌내는 나무의 모습이 내 삶의 궤적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거친 비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때로는 잎을 다 떨구며 앙상하고 초라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견뎌내고 다시 새싹을 틔워내는 나무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았다.

돌이켜보면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꺾일 듯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약하고 어린 나무 시절을 힘겹게 지나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처를 거름 삼아 묵묵히 버텨온 덕분에 지금의 나는 비로소 제법 단단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이제 나는 눈부신 금빛 옷을 입고 하나둘씩 낙엽을 발밑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하는 성숙한 가을 나무가 된 기분이다. 떨어지는 낙엽이 젊음의 상실이나 덧없는 끝이 아니라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다가올 새로운 봄을 조용히 준비하는 아름다운 비워냄의 과정임을 배운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팍팍한 일상에 지치고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이 캄캄해질 때가 있다. 인생의 모진 계절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남몰래 눈물 흘려본 적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린나무 #히조작가 #RINITALE #그림책 #책추천 @f83_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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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일은 맡기는 것이 전부다 - 성과를 내는 리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맡김’의 연금술
이바 마사야스 지음, 정혜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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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 마사야스 작가가 쓴 리더의 일은 맡기는 것이 전부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부터 과거의 내 모습을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가양튼튼신경외과에서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리더로서 일했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가양튼튼신경외과에서 실장으로 일할 때 나는 환자 응대부터 직원 관리와 병원 행정까지 모든 것을 내 통제 아래 두려고 했다.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늘 불안했고 결국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병원에 남아 잔무를 처리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땐 그것이 강한 책임감이고 훌륭한 리더의 자세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리더로서의 능력이 참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구성원을 믿고 일을 위임하여 그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진짜 리더의 역할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던 내용은 일의 주도성을 높이는 일곱 가지 요소인 EMPOWER 원칙이었다. 정보 공개와 명확한 목표 설정부터 심리적 안전감과 자기결정감 그리고 돌아보기와 의의 부여 마지막으로 권한 명확화까지 일곱 가지의 핵심 원칙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EMPOWER 원칙 중에서 특히 심리적 안전감과 자기결정감을 부여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과거의 내 행동이 떠올랐다. 팀원들이 실수할까 봐 두려워 제대로 된 권한을 주지 않았고 결국 그들의 주도적인 성장 기회마저 막아버렸던 셈이다. 과거의 내가 이 원칙을 미리 알고 병원 업무에 적용했더라면 우리 팀원들이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단순히 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정교한 위임의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리더의 형태나 구성원의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적혀 있는 부분도 정말 좋았다. 무작정 똑같은 방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과 상황에 맞춰 맞춤형으로 일을 위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방임과 위임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주며 일이 끝난 후 피드백을 통해 팀원을 어떻게 더 큰 성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세밀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번아웃을 겪고 있는 수많은 초보 리더들에게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해 준다. 리더의 진짜 유능함은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팀원들에게 얼마나 일을 잘 맡기느냐로 증명된다는 책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겨본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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