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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
히조(Heezo) 지음 / 리니테일 / 2024년 7월
평점 :
히조 작가의 어린 나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얇고 가벼운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속에 남는 여운은 가볍지 않았다. 작가의 활동명인 히조가 초록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데 이 책의 제목과 어울렸다. 책은 아주 작고 여린 나무가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묵묵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맑고 따뜻한 색채로 그려낸다. 표지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예쁜 동화책처럼 보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읽었을 때 훨씬 더 깊은 위로와 깨달음을 주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변화는 마치 우리네 인생의 굴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따스한 봄의 희망으로 시작해 뜨거운 여름의 열정을 지나 쓸쓸한 가을의 성찰과 매서운 겨울의 고독을 차례로 견뎌내는 나무의 모습이 내 삶의 궤적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거친 비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때로는 잎을 다 떨구며 앙상하고 초라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견뎌내고 다시 새싹을 틔워내는 나무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았다.
돌이켜보면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꺾일 듯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약하고 어린 나무 시절을 힘겹게 지나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처를 거름 삼아 묵묵히 버텨온 덕분에 지금의 나는 비로소 제법 단단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이제 나는 눈부신 금빛 옷을 입고 하나둘씩 낙엽을 발밑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하는 성숙한 가을 나무가 된 기분이다. 떨어지는 낙엽이 젊음의 상실이나 덧없는 끝이 아니라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다가올 새로운 봄을 조용히 준비하는 아름다운 비워냄의 과정임을 배운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팍팍한 일상에 지치고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이 캄캄해질 때가 있다. 인생의 모진 계절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남몰래 눈물 흘려본 적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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