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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
산호 외 지음 / 라우더북스 / 2026년 6월
평점 :
평소에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랑 님 덕분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산호 정도겸 정해나 윤이나 실키 민지형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가 모여 쓴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라는 라우더북스 앤솔러지 시리즈다. 이랑 님이 예전에 작화로 참여했던 실키 작가님의 글도 있고 해서 도대체 어떤 느낌의 책일지 궁금했다. 제목부터가 아주 도발적이고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평소 나름대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사회적인 이슈에도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 관련 정보도 찾아보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지식이 얕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헤테로나 BDSM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나왔다. 문맥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단어의 뜻을 하나하나 검색해 봐야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젠더나 성 정체성에 대한 세상의 테두리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 예전에 즐겨 보던 미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도 참으로 다양한 성 정체성들이 등장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영상으로 접했던 여러 형태의 사랑과 정체성들을 이번에는 책 에서 마주하게 되니 굳어진 편견이 한 번 더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섯 개의 이야기 중에서 흥미있게 봤던 작품은 정도겸 작가의 욕망은 끈적끈적과 정해나 작가의 나 이제 여자 만날 거야라는 단편이다. 이 두 작품은 나에게 굉장히 흥미롭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여자들이 남자를 만나는 것에 질려버리는 현상을 뜻하는 이성애 체념론이라는 개념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데 그 말이 너무나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공감되었다. 두 작품은 익숙한 관계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사랑과 욕망을 탐구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감정선들이 느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투정을 늘어놓는 가벼운 만화, 소설 모음집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이성애 중심의 굳건한 사회 구조와 내 안의 진짜 욕망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처음 접해보는 낯선 세상의 이야기들이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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